당신이 지난 자리에 꽃이 피었다 - 소중한 당신에게 전합니다
히조 지음 / 키효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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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소품집(小品集)’ 하나가 다가왔다. 한 손에 잡히는 작은 소품집이지만, 총 240쪽 페이지 마다마다 그림으로 가득한 책이다. <당신이 지난 자리에 꽃이 피었다>라는 제목의 이 책은 그림작가 히조(heezo) 님의 그림에세이집으로, 그간 다른 베스트셀러 도서의 그림 작가로 활동하다가 이번에 첫 단행본으로 낸 것이다.

히조 님... 참 두근두근하겠다. 지식을, 감성을, 사랑의 마음을, 그림 그리는 정열을 온 지면에 퍼부어 진득하게 만들어낸 따끈따끈한 첫 책이 세상에 선보인다는 것.


책 제목에서처럼 ‘누군가가 간다, 혹은 지나간다’는 것에 그 어떤 감흥을 느낄까?

아마도 지나가는 사람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거나 단순히 안면만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무생물인 듯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관계가 서먹하거나 불편한 사람이 간다고 한다면,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것이다. 만약 사랑하는 사이라면?


난 ‘간다’라는 단어를 들으면 항상 김소월 님의 시 ‘진달래 꽃’이 떠오른다.

“...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이 시는 해석상 ‘형이상학적인 사랑’의 상대방에 대한 표현들이라고 하는데, 난 그냥 형이하학적인 잣대를 들이대어... 그 사람을 사랑하지만 그 사람이 나를 떠난다고 한다면, 말없이 고이 보내드릴 것이며 내 온 몸에 자란 꽃들을 뜯어 가시는 길에 뿌릴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당신이 지나가신 자리에 꽃이 핀다는 것.

그 꽃은 당신에게서 도래한 꽃일까.

내 진한 마음이 전사되어 나타난 꽃일까.

우리가 함께 한 시간과 기억과 느낌이 진하게 진하게 배어있는 꽃일까.


<당신이 지난 자리에 꽃이 피었다>의 책 표지만 보았을 뿐인데, 온갖 생각이 나고 상상과 느낌들이 퐁퐁 샘솟는다.


이 책을 한번 후루룩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매 페이지마다 이 있다.

이 그림들만 훑어봤을 뿐인데, 한동안 잠잠하기만 했던 내 사랑의 호수에 파동 하나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이 책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면서 가슴 속에 품게 되는 ‘사랑’과 ‘삶’을 사계절에 빗대어 구성하였다.


마치 비발디의 「사계」의 ‘그림판’이라고나 할까?


전체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 봄의 마음으로 - “사랑을 품어야 하는 이유”

2장. 초록을 걷다 - “당신을 사랑합니다”

3장. 가을밤의 호숫가 - “당신은 그저 당신 그대로이다”

4장. 겨울은 반드시 봄이 된다 - “나의 삶을 사랑할 때”


페이지를 넘기며  그렇게 전체를 다 넘겨보았을 때, 정말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한 사계절의 느낌이 내 시야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리고 다시금 이 책의 앞부분으로 되돌아가서, 

막상 읽다보니, 이게 시인 듯 에세이인 듯 다이어리인 듯 글들이 내게 다가왔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글귀에 나도 모르게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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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같아라


내 마음도 해와 달을 품어주는

깊은 산과 같았으면 좋겠다.(p29)


‘인성’에 관해 귀담아 둘 좋은 서정적 글귀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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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함께하는 모든 걸음이 새로워

매일을 낯선 여행자가 되어버린다.

한겨울에도 지천에 꽃이 흐드러진

이 신기한 세상을 영원히 헤매고 싶다.(p87)


‘사랑’에 관해 낯선 시선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표현인 거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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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갈이


마음에도 분갈이가 필요합니다.

더 이상 뿌리가 뻗어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자신을 가두어두지 마세요.

오랜 뿌리를 잘라내는 것이

당장은 아플지 몰라도

훗날 더 푸른 잎을 틔우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정이에요.

상처의 다발을 비워내고

생기 가득한 꽃이 담길 자리를

마음에 내어주세요.(p135)


‘마음에도 분갈이가 필요하다’는 표현이 내 마음을 오래도록 진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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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아웃


무기력증은 어떠한 전조도 없이 어느 날 찾아오곤 한다.

넘쳐흐르던 의욕은 하루아침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퀭하게 풀린 동공과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뚱이만 남은 채.

열정이 쓸고 지나간 자리를

온갖 낙담의 문장들이 빠르게 대신한다.

결국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인 거라고.

...

나는 이럴 때 손에서 일을 다 놓아버린 채

그저 먹고 굴러다니다 잠을 잔다.

그러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면 특약 처방으로 산을 올랐다.

산을 오르다 보면 마음을 어리럽혔던 생각들과는 멀어지고

오로지 나의 걸음과 호흡에 집중하게 된다.

...

무기력의 시기는 결코 하산의 과정이 아니다.

...

그저 마음의 소강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할 시간이다.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더 강한 에너지를 쏟기 위해서

내면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시기일 뿐이다.

...

나는 나의 보폭에 맞추어 잠시 숨을 고르고 목을 축이며

나만의 속도를 되찾으면 그만인 것이다.(p180)


‘삶이 지친다’고 느낄 때, 꼭 다시 읽어보고 싶을 것이다. 

아니 꼭 그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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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행복은

절대로 숨어있지 않아.

도처에 피어나 있는 것.(p194)


‘행복은 찾는 것이 아니다‘라고 역설하는 표현이라니! 

이 단순한 표현 속에 엄청난 진리를 담는 센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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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난 자리에 꽃이 피었다>를 다 읽고 나니, 옛 기억들이 사진인 듯 그림인 듯이 불쑥불쑥 떠올라 한동안 추억 속에 잠겼더랬다. 뭔가 차분해지고, 왠지 기분 좋아지는 이 느낌은 뭐냐...


이 책은 ‘사랑이 고플 때’ 혹은 ‘사랑의 불씨를 지피고 싶을 때’, 아니면 ‘행복하고 싶을 때’라든가 ‘삶이 무미건조하거나 사람살이에 지쳤을 때’... 슬며시 책 속에 표시해둔 장면 장면을 찾아 그 페이지 속에 깃들여 둔 나의 옛 기억을 떠올려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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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사회 선생님의 역사가 지리네요 - 10대를 위한 어마어마한 역사×지리 수업 우리학교 사회 읽는 시간
권재원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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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별난 사회 선생님의 역사가 지리네요>는 대중의 관심을 이끌만한 ‘관심 증폭 요인’이 몇 가지 있다.


첫째,책 제목을 참 지리게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사회 선생님이 자기 전공분야인 사회 이외에 역사에 관한 책을 내게 되어 ‘별난 사회 선생님’이고, 뜻밖에도 비전공분야인 역사 내용이 참신하여 ‘역사가 지리네요’라고 책 제목을 했나보군.” 쯤으로 착각했다.

하~! 그런데 알고 보니, 책의 저자가 사회 선생님인데 원래 ‘별난’ 것이고, 책 내용이 ‘역사’와 ‘지리’를 콜라보하여 콘텐츠화 한 것이었다. 지리게 잘 지은 책 제목 때문에, 실제로 혹했다.


둘째, 과감한 시도라고 생각되는 강렬한 색상 선택과 유치빤스 디자인이다.

전체적으로 연지색 또는 산호색의 붉은 색감과 연두색 또는 풀색의 초록 색감이 보색 대비를 이루어 강렬하면서 이색적인 조화를 이룬다.

다소 예스러운 지도 이미지를 바탕에 깔고, 영화 「품행제로」에나 나옴직 한 별나 보이는 사람 일러스트를 대표 이미지로 정중앙에 콱 박아 넣은 강렬 선명 ‘유치빤스’한 책표지 디자인이라니. 이 ‘과감한 시도’는, 실제로 눈길을 끈다.


셋째, 뜯어보면 뭐가 뭔지 복잡한데 언뜻 한번 보면 그냥 단박에 이해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요상한 마력이 있다.

이 책에는 다소 복잡한 마케팅 쟁점들이 있다. 자칭 ‘대한민국 3대 천재’라 일컫는 별난 저자에 대한 포커스, 10대를 겨냥했다지만 왠지 재미없을 것 같은 사회과학서, 실제로는 10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역사 및 지리 분야가 주 내용이라는 아이러니.

실제로 책의 저자 권재원은 10대들이 외울 것도 많은데 암기하기 힘든 역사, 지리 과목을 공부하기 어려워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생들이 역사적 사건에 지리적 사실을 보태면 얼마나 입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가 되살아나는지 경험할 수 있도록 그 맛을 나누고 싶었다’(p7)라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를 서문에서 밝히고 한다. 즉 이 책의 콘셉트는 ‘역사, 지리가 어려운 10대들을 위해 호기심 장착시키기 위해 풀어낸 사회과학서적’이긴 한데...

이 어렵고 복잡한 쟁점으로 가득하고, 자칫 타깃에게 외면당할 수 있는 재미없고 부담되는 내용으로 가득한 이 책을 어떻게 마케팅적으로 풀어내겠나?

마케팅계의 할아버지, 광고홍보계의 당숙, 디자인계의 사돈에 팔촌이 와도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한 번 눈스캔만으로도 일목요연하게 이해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어버린 담당자분들의 ‘능력’이 대단하다.

내가 이 책을 분석한 결과, 이 책은 상당히 방대한 조사와 분석, 치밀한 기획과 철저하면서도 과감한 시도 등 이성감성스펙트럼(Spectrum between Sense and Sensibility)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이성과 감성 양극단의 성향을 최대치로 끄집어내어 만들어 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난 요즘 아이들이 사회과학 특히 역사와 지리 분야를 공부하기 어려워하는지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해도 된다. 워낙에 외울 게 많으니까.


예전 내 학창시절 국사 선생님께서 ‘국사책과 국사공부’에 대해 해주신 말씀이 있다.

“이거 교과서 흉내 내느라 책 내용을 이따위로 쓴 것뿐이지, 실제로는 그냥 옛이야기책이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시간 좀 들여서 교과서를 바탕으로 자기 자신만의 국사 이야기를 엮어 본다면 꽤 흥미로울 거야.”

그 땐 요즘처럼 보충서, 과외학습서, 사회과학 관련 상식책 등이 많이 없었기에 더욱 공부할 맛이 나질 않았다. 오로지 국사 교과서와 역사과부도 뿐. 나는 선생님 말씀대로 역사과부도에 나오는 시대별 지도 위에 교과서 내용을 엮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고 어느 시점이 되자 전반적인 역사적 이야기 흐름이 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그 이후로 역사 공부가 재밌어졌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별난 사회 선생님의 역사가 지리네요>를 읽다보니, 예전 내 나름대로 엮어 낸 이야기가 빈약했었음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예전 교과서 내용이 ‘교과서 티’를 내고자 딱딱하게 서술되어 있고, 지리적 자료가 빈약해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왜 고려의 수도는 개경이 되었나?”라는 질문에, 예전엔 그냥 “왕건의 호족 근거지가 개경이었기 때문”이라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언급한 답변은 좀 다르다.

‘겹겹이 둘러싸인 넓은 분지에 개경이 자리 잡고, 다시 그 안에 작은 분지가 있는데 바로 그곳에 고려 왕궁을 세운 것이다. 큰 강 세 개(임진강, 예성강, 한강)의 하류 지역으로 넓은 평야가 펼쳐진 가운데, 딱 개성 일대만 산으로 겹겹이 싸여 있다.(p20)

즉, 명당이라는 것이다.

‘개경을 거점으로 하면 힘이 있을 때는 강과 바다를 통한 한반도의 여러 지역을 영향력 아래 둘 수 있고, 힘이 빠지면 물러나서 강화도와 교동도를 성벽으로 삼고 물길을 틀어막아 지키고, 산으로 둘러싸인 요새에서 굳게 지킬 수 있다.’(p24)

즉, 개경의 지리적 조건은 놀랄 정도로 훌륭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어디에 자리를 잡느냐에 따라 이후 나타나게 될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만큼은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다.’(p27)


그리고 저자는 ‘지리라는 필터를 끼우고 역사를 바라보는 것’을 강조한다.

‘지리 혹은 지리라는 필터를 끼우고 바라보면 똑같은 역사적 사실이라도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관점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p28)

이 책엔 여러 가지 ‘지리라는 필터를 끼우고 역사를 바라본’ 스토리들이 많다. 나는 그 중에서 「제 7장 바다가 바꾼 육지의 운명-첫번째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9세기 경 바이킹의 활약’은 나비효과를 일으켜 ‘19세기 구한말 조선의 운명’에 영향을 끼쳤다는 아주 흥미를 돋우는 이야기였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거주하던 바이킹은 배를 타고 유럽 전역을 상대로 약탈하여 8~11세기 사이 중세 유럽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일부 바이킹은 살기 좋은 땅을 찾으면 정착하고 도시를 만들기도 하였는데, 그 중에 하나가 9세기 경 세운 도시 ‘키예프’[현재 불리는 명칭은 우크라이나어로 ‘키이우’, 이곳은 우크라이나 수도임] 이다. 이 도시를 중심으로 바이킹과 슬라브족이 섞인 ‘루스족’[Rus. 오늘날 러시아인, 벨라루스인, 우크라이나인의 기원이 된 민족]이 탄생했고 이들 족속의 일부가 훗날 키예프공국, 모스크바대공국을 거쳐 러시아제국으로 이어졌다. 러시아는 거대한 영토를 자랑하는 나라인데, 해외로 나아갈 수 있는 바다가 없고 특히 얼지 않는 항구가 없는 문제가 있었다. 북해는 얼어붙은 빙해이고, 발트해와 흑해를 통한 바닷길은 외세로 인해 봉쇄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극동 지역으로 관심을 돌려 기회를 엿보다가 제2차 아편전쟁(1856~1860)을 기회로 1860년에 연해주 일대를 획득하여 태평양으로 열린 부동항인 블라디보스토크를 확보할 수 있었다. 러시아는 대양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시베리아횡단철도와 만주횡단철도 건설에 박차를 가하여 마침내 1898년에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가 철도로 연결되었다.

이 당시 세계를 분할하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에 비상이 걸렸고, 이때부터 일본이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로 부상하였다. 그래서 1902년 영국은 일본과 동맹을 맺기에 이르렀고, 일본은 영국의 대리인 역할을 하였다. 그 당시 조선은 아관파천을 통해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마침내 영국의 후원을 등에 업은 일본이 러시아 함대를 기습공격하면서 러일전쟁(1904~1905)이 일어났고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 일본은 강대국들의 묵인 아래 노골적인 조선 침략을 하였고 1910년 한일합방으로 조선은 패망에 이르렀다.(p153~169 대강 요약)


저자는 ‘지리라는 필터를 끼우고 바라보는 것’, 즉 지리적 관점에 대해 다시금 강조하였다.

“지리적 관점에서 역사를 보면 훨씬 풍부하고 흥미로운 관점이 생긴다.”(p249)

그렇다. 위의 사례만 보더라도 시대를 관통하는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고,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내용들이 역사적 통찰을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접점들로 연결이 되다니 가히 혁명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의 최대 타깃인 10대 청소년들을 향해 희망의 메시지를 남긴다.

“청소년이 스스로 지리의 눈을 뜨고 새로운 눈을 가진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바랄뿐이다.”(p249)

내가 학창시절 역사를 배우던 시대에 비하면 시간이 많이 지났고 그만큼 교과서 서술 내용은 좋아졌을 것이며 자료들은 더욱 풍부해졌다. 그러므로 요즘 학생들이 ‘지리의 눈을 뜨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시간을 들인다면「어마어마한 통찰력을 지닌 역사×지리 스토리텔러」로 거듭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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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사회 선생님의 역사가 지리네요 - 10대를 위한 어마어마한 역사×지리 수업 우리학교 사회 읽는 시간
권재원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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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들이 ‘지리의 눈을 뜨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역사와 세상을 본다면 「어마어마한 통찰력을 지닌 역사×지리 스토리텔러」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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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기후 토론 - 우리는 서로의 지구니까
김추령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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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지구 기후 위기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될 것이고, 마음이 움직이며 위기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단초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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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배우 류준열이 내레이터로 참여했던 그린피스의 ‘북극곰 가족의 집을 지켜주세요.'광고 캠페인이 TV에서 나온 적이 있다.

이걸 본 아들이 “우리도 북극곰을 도와줘야 해요.”라고 말했다.

아이가 몇 년 전에 기후변화로 북극이 녹는다는 내용의 「북극곰에게 냉장고를 보내줘」라는 동화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이 잔상으로 남아 저런 말을 했던 것이다.

나는 이미 북극의 문제를 알고 있다. 뉴스, 교육, 독서 등을 통해 지구의 기후가 변한 것을 안다. 북극도 문제지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갖가지 기후 변화의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8월 강원도 홍천의 수은주가 41도를 기록한 바 있고, 세계적으로도 50도를 넘나드는 게 지구의 모습이다. 이런 폭염은 작년 초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호주의 산불 대재앙을 비롯하여, 북미 산불, 남미의 가뭄 등을 동반하였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태워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무수히 방출시켰고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면서 ‘온실효과’가 일어났으며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지난 100년 동안 약 1도 가량 증가했다.

만약에 지구온난화를 방치한 채로 둔다면, 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알아낸 결과, 2200년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 함량은 2배 증가할 것이고 최소 2도의 지구 온도 상승이 따라올 것이며 그에 따라 지구 대격변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내 아들을 비롯한 아동들과 청소년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까? 학교에서 가르칠까? 설마 아이들 스스로가 지구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을까?


기껏해야 “우리도 북극곰을 도와줘야 해요.”라고 말하는 수준 아닐까?


마침맞게 출간된 「지금 당장 기후 토론」은 현 시대를 사는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추령 님은 지구과학자이자 과학교사로, 기후 위기 시대에 미래 세대에게 지구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며 100년 후 지구를 위해 미래 세대와 함께 행동하고자 이 책을 썼다면서, 책의 여는 글에 ‘왜 이 책이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지’를 사실적으로 말하고 있다.



“전 세계가 칭찬을 받을 만큼 기후변화를 열심히 막아도 지구 온도가 (중략) 2100년이 되어서야 1.4도로 서서히 낮아질 거라고 해요. (중략) 이 책을 읽는 청소년 독자들은 태어나 보니 기후 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죽을 때까지도 여전히 지구는 기후 위기라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기후 위기 세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100년을 버텨야 합니다.” (9p)


그동안 ‘지구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책들은 지구온난화, 온실가스, 기후변화 등의 다소 편협한 과학적 내용을 흔히 다루었다. 게다가 딱딱하기만 한 내용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도 현학적이거나 지식 주입하듯이 펼쳐 보이곤 하여 읽기가 불편하였던 게 사실이다.

반면에 「지금 당장 기후 토론」은 지구의 기후 위기를 둘러 싼 다양한 내용들 중에서 ‘기후 정의와 기후 행동’, ‘숲과 탄소 중립’, ‘논 습지와 식량 문제’, ‘지구공학과 그린워싱’, ‘우주개발과 우주여행’,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 등 6가지 핵심 주제를 엄선하여 다루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질문 던지기 - 이야기 - 만남 - 듣고 말하고 생각 정하기 -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독특한 스토리텔링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토론’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주제의 쟁점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풍부한 일러스트와 도표, 그래프 등이 이해를 도와 쉽고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정확한 데이터에 입각한 정보 전달, 과학적 지식과 사회적 의미 등도 책 속에 꼼꼼하게 담고 있어서 청소년이 읽기에 재밌고도 유익하며 지구 기후 위기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문제의식도 함양할 수 있는 책이다.



책 내용 중에 지구공학, 우주개발, 에너지 분야를 기후 토론의 주제로 아울러 담아낸 점이 흥미롭다. 내가 에너지 분야에 몸 담았던 적이 있어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함께할 수 없을까?’라는 주제에 관심이 갔다.

현대 사회는 전력 에너지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전력 생산의 상당부분을 담당한 석탄발전은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몰려 단계적 감축이 이뤄지고 그 대안으로 거론 되는 것이 재생에너지 혹은 원자력발전이다.


이 책에서 원자력발전은 ‘굉장한 능력을 지녔지만 성격이 불같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데다, 연애 진도가 너무너무 느리고 함께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 쪽’으로 비유했고, 재생에너지는 ‘한없이 착한데 한 방에 성공할 능력은 적고, 사납게 돌변하거나 절대 배신하진 않지만 자잘하게 변덕이 심해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쪽’으로 비유한 것이 재밌다.(231p)


이 2가지 발전방식에 대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쟁점은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느냐, 에너지 효율도 고려하느냐’인데, 그 선택은 각 나라 입장에 따라 다르다. 유럽연합은 원자력을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분류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독일은 2023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책은 ‘원자력은 기후 위기의 해결책’이라 이야기하는 박사님과 ‘원자력을 반대한다’는 미첼이라는 청소년 간의 상반된 주장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늘리면서 재생에너지도 확대한다는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하였다.


만약 「지금 당장 기후 토론」을 읽는다면,

청소년 독자들은 원자력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최근 몇 년 사이에 기후변화의 위기를 자각하고 행동하는 청소년들이 눈에 띈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인도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 콜롬비아 환경운동가 ‘프란시스코 베라’, 태국 환경운동가 ‘레일린 릴리 사타타나산’ 등 행동하는 10대들이 세계 각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의 현실은 어떨까?

한국에서도 ‘청소년기후행동’이라는 청소년 환경단체 등이 설립되어 활약하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생기부에 올라가는 일 아니면 행동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후 행동에 소극적인 편이라고 한다.


만약 「지금 당장 기후 토론」을 읽는다면,

대한민국 청소년 독자들은 지구 기후 위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기후 행동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까?


태어나니 지구 기후 위기이고 향후 100년간 지속될 수도 있는 이때를 살아가야 할 청소년들이기에,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지구 기후 위기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될 것이고, 마음이 움직이며 위기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단초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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