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교과서 - 생초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경매, 개정판
안정일 지음 / 지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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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정일 님이 이 책 제목을 <경매 교과서>라 정했는지 책을 읽으면 알게 된다. 그만큼 우리가 경매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책이다.
또한 이 책에 <임차인이 경매와 임대 사기에서 온전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별도의 부제를 달아도 좋겠다. 그만큼 임차인을 위한 유용한 팁이 풍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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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교과서 - 생초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경매, 개정판
안정일 지음 / 지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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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뉴스보도로 접한 내용이다. 법원에서 ‘최저가 억 단위 경매’에 입찰하여 낙찰받긴 했는데, 알고 보니 원래 쓰려고 했던 경매입찰금액에 실수로 0 하나를 더 써서 낙찰가가 십억 단위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결국 낙찰 받은 사람이 경매 낙찰금을 낼 수 없어 낙찰 포기하고 입찰보증금 수천 만 원을 날렸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실수였다지만, 실제 경매라는 것이 법적인 절차 아닌가? 뭔가 계산을 잘못했다거나 어떤 법적인 어려운 절차적인 면이 있었기에 그런 실수도 했지 싶다. 그래서 ‘경매는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 <경매 교과서>는 아주 대놓고 호언장담 하듯이 책머리에 “생초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경매”라는 문구를 달아 놓았다.
“아니, 어렵게만 느껴지는 경매가 쉽다고??”
솔직히 나는 이 책을 반신반의했다.


저자인 안정일 님은 경매로 집이 날아간 적이 있다고 한다. 이를 딛고 2004년에 종자돈 3,000만원으로 경매 세계에 투신한 이래 수년간 경매로 일군 자산이 상당하며, 채널A ‘서민갑부’에도 출연할 만큼 경매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게다가 단지 경매 현장에서 뛰기만 한 게 아니라, 경매 강의도 해왔다고 한다.
“경매에 입문한 지 18년, 강의를 시작한 지 14년 만(에)... 강의할 때 사용하는... 교재를 정리해서 정식 책으로 출간하게 됐습니다.”(p4)


저자가 꼭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매는 어려운 게 아니다. 경매를 한다고 해서 어려운 물건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쉬운 물건을 해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p4)


책을 읽다보니, [법원 경매 입찰 방법]이 나와 있다.(p199-204)
관심 가는 경매 물건이 속하는 관할구역의 해당 관할법원으로 경매입찰일에 신분증, 입찰보증금, 도장을 들고 방문하여 입찰마감시간 이내에 ‘입찰표’를 기재하여 ‘입찰함’에 넣고 대기했다가 결과가 나오면 ‘낙찰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경매 입찰 방법은 ‘쉽다’는 건 알겠다.


경매에 참여코자 하려면 경매의 속 알맹이를 공부해야할 텐데, 일반적인 부동산 관련 책에는 각종 이론, 법조항, 판례들이 많다. 실제로 ‘공인중개사시험’ 교재들을 포함하여 부동산 관련 책들이 대체로 그렇다.



그럼 이 책 <경매 교과서>는 어떨까.

부동산 경매와 관련된 까다로운 법조문이나 판례 등의 어려운 내용을 공부하라고 하지 않는다. 일부 필요한 법 내용이나 판례가 사례 형태로 보이긴 하지만, 저자는 “굳이 해당 법조문을 읽어 볼 필요는 없어요.”(p39)라고 말한다. 그 이유가 있었다.


저자가 경매 현장에서 스스로 터득한 노하우와 관련 법에서 뽑아낸 필요한 내용을 아울러서 경매 강의를 하였고 그렇게 14년간 누적되면서 정리되고 다듬어진 이른바 ‘실전 경매’의 정수(精髓)들이 바로 이 책 <경매 교과서>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막상 읽다보니 왠지 모르게 술술 읽혀졌다.


“우리가 말하는 ‘경매를 배운다’라는 것은 결국 이 ‘배당을 배운다’는 뜻이에요. 얼마에 낙찰됐을 때, ‘누가 얼마를 받는가’ 하는 것이 배당입니다.”(p12)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에요. 못 받는 채권자, 미회수 채권입니다.”(p13)


“빚은 사라지지 않고, 끝까지 쫓아갑니다. ... 빚을 진 사람, 채무자. ... 그리고 한 명 더 있어요. 바로 (경매로) 집을 산 사람, 낙찰자예요.”(p14)


“결국 ‘권리분석’이란 바로 미회수 채권을 누가 책임지느냐를 따지는 겁니다.”(p14)


“경매로 집이 낙찰되면 법원에서는 채권자에게 배당을 해줍니다. 얼마에 낙찰을 받아서 채권자들에게 얼마씩 나누어 주느냐 따져봐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게 권리분석입니다. ... 만약 권리분석을 했는데, 빚을 낙찰자가 인수해야 한다면? 인수할 금액을 감안해서 그만큼 가격을 낮춰서 입찰가를 정하면 됩니다.”(p15)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책 목차에 소개되어 있는 총 9개에 달하는 모든 장(경매, 권리분석의 시작, 임차인, 소액임차인, 안분배당, 다가구주택, 말소 기준권리 5가지, 땅, 임차인 대항력 발생 시점)을 다 읽어 내게 된다.




막상 읽다보니, 뜬금없이 ‘밥 아저씨’가 떠올랐다. 예전 EBS [그림을 그립시다] 프로그램에서 쓱쓱 손쉽게 그림을 그리고는 밥 아저씨가 했던 말.


“참 쉽죠~”


딱 이런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경매’는 대략 이렇다.

- 권리분석을 하여, ‘말소기준권리’를 찾는다.
- 말소기준권리를 기점으로 배당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 후순위 ‘소멸’되는 부분과 선순위 ‘인수’할 부분을 따진다.
- 인수할 금액을 감안하여 낙찰가를 정하여 입찰한다.


관련하여 권리분석, 말소기준권리, 배당, 소멸, 인수 등을 비롯한 상당히 많은 용어들이 이 책에 등장하는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책 중간중간에 용어 풀이를 해주는 [용어해석 Tip]이 있어서 도움을 준다. 저자가 추가적으로 중요하다고 짚어주는 Tip들은 [여기서 잠깐]에서 다루고 있다. 또한 ‘명심해야 할 사항’들은 요점정리를 해서 보여준다.



용어 풀이, 이론적 설명, Tip, 요점정리가 있다고 하여 경매를 제대로 배울 수 있겠는가. 이것 또한 걱정할 필요 없다. 역시나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 분석하고 조목조목 따져줌으로써 경매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길라잡이’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다.




이 책을 완독하고 나니, 맨 처음 반신반의했던 의심은 사라지고 ‘어? 경매가 이런 거라면 나도 한번 해 볼만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경매를 해볼 생각이라면, 이 책을 몇 회독하면서 권리분석하는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낙찰가를 정해 입찰표를 써 낼 수 있도록 연습 좀 하면 될 것 같다.




이 책에는 또 하나 특이점이 있다. 

굳이 경매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던 ‘임대차 및 매매 관련 부동산 상식’도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대부분 집에서 살기 마련이므로 전월세 임대차계약, 부동산 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성장 후 사회에 나올 때까지, 임대차계약서 또는 매매계약서를 쓰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던가? 

계약할 때 주의사항을 아는가? 아니면 임대차보호법을 배운 적이 있던가?(p102-147) 

전월세 사기를 안 당하기 위한 방법을 그 누가 알려 주었나?(p92-100) 

혹시 살고 있던 집이 경매에 넘겨졌을 때를 대비하여 임차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책에 대해 학교에서 알려 주던가?(p67) 

확정일자가 뭔지 왜 필요한지나 알고 있는가?(p61)




난 학교에서 그런 걸 배운 적이 전혀 없다. 아니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어떤 것은 살면서 알게 되었고, 어떤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서문에 이 책이 집필된 목표가 나와 있다. “우리의 목표는... 그냥 ‘경매’만 하면 됩니다. ... 이 책이 경매하는 데 필요충분 조건의 책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p4)
나도 여기에 동감한다. 그렇기에 안정일 저자는 자신있게 책 제목을 <경매 교과서>라 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 <임차인이 경매와 임대 사기에서 온전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별도의 부제를 달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이 책은 임차인들에게도 필요한 책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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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인문학 - 인류의 지혜를 찾아 떠나는 인문학 대모험! 세계 인문학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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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만들어져 있고 구성도 좋아서 어린이들도 어른들도 손쉽게 경제를 알 수 있어 좋았다.
어린이들에게 일찌감치 ‘경제 개념’을 잡도록 돕는, 저렴하고도 손쉬운 ‘기폭제’가 될 것이다.
‘경제’가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 어른에게도 손쉽게 이해시키는 ‘조력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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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인문학 - 인류의 지혜를 찾아 떠나는 인문학 대모험! 세계 인문학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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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2023.1.26.) 뉴스다.


UN, 세계경제성장률 1.9%로 낮춰‥한국 2.0%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가 느려질 거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위기, 통화 긴축 부작용 같은 위험 요인들이 여전해서, 일부 국가는 경기침체가 예상됩니다...


유엔은 〈2023 세계 경제 상황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1.9%로 예측했습니다. 지난해 중반보다 1.2%포인트 낮춘 것으로, 최근 수십 년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유엔은 ... “단기적 경제전망은 불확실하다”고 밝혔습니다.」



TV 속 앵커와 기자가 분명히 한국말로 하는데, 무슨 내용을 말하는 것인지 언뜻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통화 긴축, 세계 경제 성장률 1.9%, 경기 침체, 단기적 경제전망’ 등 다양한 경제용어가 난무하다. 뉴스 내용을 이해하려면, ‘경제’를 알아야 하고 ‘경제용어’에 익숙해져야 하는가보다.


실제로 학창시절에 『사회』 과목을 통해서 ‘경제’의 맛만 보았고 제대로 된 실체를 배운 바는 없다. 그래서 대학 재학 시절에 교양과목으로 『경제학』 관련 과목을 수강했는데, 겨우겨우 이수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고전했다. 성인이 되어 경제학 서적, 경제상식 용어책 등을 읽어보기도 했으나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애초에 ‘경제 머리’가 아닐까 하는 자멸감이라니.


그래서일까? 서점가엔 ‘경제’를 알기 쉽게 독자에게 전하고자 노력한 흔적들이 『경제학 스케치』, 『경제학 산책』, 『경제학 비타민』, 『경제학 콘서트』, 『경제 읽어주는 남자』, 『경제 상식 충전소』 등 여타 책 제목에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성인이 되어, 경제를 쉽게 전한다는 이런 책을 읽는다고 경제가 바로 터득될까?


내 경험상, 뇌가 말랑할 시기인 어릴 때 ‘경제’를 배우고 알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커서 실질적인 경제생활을 할 때 ‘경제는 곧 상식’으로 통용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어린 시절에 학교에서 실질적인 경제를 가르치면 좋겠으나, 안된다면 어린이를 위한 경제학 도서가 필요하겠다. 실제로 이런 책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긴 한데, 특히 어린이를 위한 경제 관련 지식의 전달 방식은 유독 「전집」 형태가 많다.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와중에, 『세계경제 인문학-인류의 지혜를 찾아 떠나는 인문학 대모험!』을 접하였다. 경제가 어렵게만 느껴지고 경제적 지식이 제대로 학습되어 있지 않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경제 분야와의 ‘거리감’을 줄여줄 수 있는 획기적인 책이다.


『세계경제 인문학-인류의 지혜를 찾아 떠나는 인문학 대모험!』의 특징을 한번 살펴보자.


1. 만화 구성이다.


만화 형태의 스토리 구성 속에, 경제 관련 이야기를 얹었다. 적정하게 구획 구성이 되어 있고 그림체도 깔끔하여 한눈에 보기 좋았다.


흔히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여타 만화 형태의 책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별도의 지면 할애를 하여 온갖 텍스트를 집어넣는 경우가 흔한데, 이 책에는 그런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다. 즉, ‘키워드’라든가, ‘당시 시대상 요약’이라든가, ‘핵심 포인트’, ‘Tip’, ‘별도 해설’, ‘주석’ 등의 곁다리 내용들이 전혀 없다.


오로지, “만화 그림”과 말풍선 속의 “대화체 문장”과 만화 구성 중에 이해를 돕기 위한 “간략한 지문(地文)”만이 이 책 속에 존재한다.


그만큼 전체적으로 말끔하게 꽉 채워져 있고, 마치 ‘26편의 옴니버스 만화를 읽듯’ 술술 잘 읽힌다. 그래서 아이들이 읽기에 안성맞춤인 좋은 책이다. 물론 만화 좋아하는 성인들이 읽기에도 딱 좋다.


2. 세계 경제 관련된 용어, 경제 관련 뒷이야기 등을 폭 넓게 소개하고 있다.


「차례」를 보자. 다양한 경제 이야기가 시선을 잡는다.



p4의 ‘바터무역’, p9의 ‘돌을 돈으로 쓰는 섬, 야프’, p17 ‘금! 그 세계적 인기의 이유’, p24 의 ‘해적이 된 어부, 은행업자가 된 금세공업자’, p32의 ‘타이레놀 사망 사건’과 ‘금본위제’, p39의 ‘몰락의 길을 걷다, 노키아와 금’, p64의 ‘붉은 여왕 효과’, p84의 ‘외부 효과’, p90의 ‘경로 의존’, p94의 ‘구성의 오류’, p99의 ‘풍선 효과’, p104의 ‘메디치 효과’, p122의 ‘범죄의 재구성, 분식회계’, p127의 ‘샤워실의 바보’, p132의 ‘폰지 게임’, p152의 ‘파괴가 곧 창조일지니, 창조적 파괴’ 등의 항목들이 흥미롭고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서 눈길을 끌었다.


그나마 이미 들어본 용어들도 몇 가지 있다.

인플레이션(p45), 초인플레이션(p53), 죄수의 딜레마(p71), 공유지의 비극(p78), 깨진 유리창 이론(p109), 매몰비용(p117), 보이지 않는 손(p140), 치킨게임(p146), 공기업과 민영화(p157), 레드오션 블루오션(p168) 등이 그것이다. 이미 익숙한 용어라도 막상 설명하라면, 잘 정리하여 말하긴 어려울 듯싶다.


그런데 이렇게 ‘~효과’, ‘~이론’, ‘~게임’ 등 경제학 원론 책에나 있을 법한 단어들이 등장하는데, 책 내용들이 어렵지 않을까?

아니다! 전혀 당황하거나 어려워 할 필요가 없다.


3. 내용을 쉽게 풀어내어 쉽게 이해가 된다.


앞서 본 「차례」에 중요 경제 용어들이 만연하여 좀 어질어질했다손 치더라도,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런 현기증 증상은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애초에 만화 형식을 빌려온 이유가,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경제 관련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기 위함이다. 실제로 단지 이 책을 손에 잡고 읽는 것만으로, 전혀 몰랐던 걸 손쉽게 알게 되고 알고 있던 용어지만 잘 몰랐던 것도 손쉽게 제대로 속속들이 배우게 되는, 거의 절고진락(折槀振落)의 수준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유리창이 깨진 무언가를 거리에 방치하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p109)은 너무 잘 알려져 있는 범죄학 용어인데, 의외로 경제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p110)고 한다. 그런데 이 이론과 스타벅스 간의 전혀 의외의 상관관계를 언급한다.(p114-116) 전혀 몰랐던 이야기이며 무척 흥미롭다.


‘치킨게임’이란 용어는 자주 들어서 안다. ‘두 사람이 차를 타고 서로를 향해 돌진하면서 끝까지 핸들을 꺾지 않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p146) 그런데 왜 굳이 닭튀김을 뜻하는 ‘치킨’일까? 미국에서는 ‘겁쟁이’도 ‘치킨’이라고 부른다(p146)는 데서 유래하였다.


경쟁이 아주아주 치열한 시장을 ‘레드오션’이라고 하는데, 진정한 뜻을 아는가? ‘서로 싸우다 핏빛으로 물든 바다에 빗댄 표현’이다.(p169)



‘붉은 여왕 효과’라는 경제 용어를 들어봤는가? 난 처음 들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인 ‘앨리스’가 거울나라에서 만난 인물이 ‘붉은 여왕’인데, 이 효과는 여기에서 파생된 용어라고 한다.(p64-70)


이렇듯 여러 예시나 이야기들을 곁들여 쉽게 풀어내어 이해하기가 무척 쉽다.


4. 우리가 자칫 지나치거나 잊고 있었던 부분들도 일깨워 준다.


책의 첫 장에 ‘물물교환’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오랜 옛날 사람들은 물물교환을 통해 원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었지만, 사실 물물교환은 굉장히 비효율적이었다.(p4-5) 그래서 나온 것이 ‘돈’이다. ‘돈’은 손쉽게 물물교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일종의 ‘물건’이다.

그런데 우린 ‘돈 자체가 중요하고 소중하다’라고 여긴다.

이 책은 ‘돈’에 대해 제대로 일깨워 주었다.


"돈은 그냥 교환 수단에 지나지 않아. 이 종이 조각에 가치가 있다고 사람들이 믿고 있기 때문에 ‘돈’이라는 종이를 내밀면 물건을 내놓는 거야.”(p8)



‘타이레놀 사망 사건’(p32-34)을 통해 “솔직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폰지 게임’은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았기 때문에 발행하는 일”임을 깨닫게 해준다.(p139)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풀어주기도 한다.(p45-52)




5. 자연스럽게 경제 변천사를 개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은 각각의 경제 용어들과 경제 관련 소스들을 쏙쏙 소재로 뽑아내어 이야기를 전개해 놓았다. ‘금본위제’의 탄생 이야기(p35-35), ‘꿀벌 군집 붕괴 현상’으로 인한 영향(p87-89), 한국 게임잡지 시장이 소멸한 이야기(p94-98), 일본의 잃어버린 10년(p127-131)과 대우 그룹 분식 회계(p124-126), OTT산업의 적자 경쟁 치킨게임(p147-151) 등 전혀 몰랐던 경제 변천사 속의 뒷이야기들이 재미지다.



이렇게 재미지게 책을 읽다보면, 물물교환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경제 변천사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6. 「전집」류가 아닌, 단 한 권짜리 「단행본」 책이다.


그래서 비용적인 면에서 착하고, 지식 함양 측면에서도 무척 실속있다.



그런데 출판사 측에 <세계경제 인문학>을 시리즈 형태로 더 출판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이 책 단 한 권으로 마무리 되기에는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제 분야가 좀 넓은가?


<세계경제 인문학>이라는 대제목 하에, 조금 다른 소재, 분야, 구성으로 ‘카테고리별 부제’를 달아서 ‘일정 분량의 시리즈물’로 기획해주면 어떨까 싶다.



이 책을 읽다보니 재밌고 유익하며, 만화로 만들어져 있고 구성도 좋아서 어린이들도 어른들도 손쉽게 경제를 알 수 있어 좋았다.


‘경제’가 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일찌감치 ‘경제 개념’을 잡도록 돕는, 저렴하고도 손쉬운 ‘기폭제’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가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거나 ‘경제’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던 성인들에게도 경제 개념, 경제 용어, 경제가 움직인 변천사 등을 손쉽게 이해시키는 ‘조력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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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림으로 본 고흐의 일생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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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위대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순수한 열정과 이를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고독하고 힘겨웠던 삶을 고흐의 작품과 연결지어 조명하고 있다. 

저자 이동연 작가는 「그림으로 본 고흐의 일생」이라고 책의 부제를 달면서, 굳이 책 제목을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을까. 



단순히 이 제목만 보면, 이 책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위인전인지 모른다. 혹시 ‘그림’ 관련이라 추측할지라도 한 화가에 대한 이야기인지, 한 시대를 풍미한 화파의 작품을 도슨트가 이야기하는 책인지, 미술사에 관한 책인지 아니면 미술심리치료책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그 깊은 뜻을 알게 되고 잔잔하게 가슴을 울린다.


나는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를 읽기 전까지, “고흐를 안다”고 생각했다. 

후기 인상주의의 거장, 해바라기 화가, 순수한 열정을 불사른 위대한 화가.

10년 간 유화 900여 작품과 드로잉 1,100여 작품을 완성했으나, 단 한 작품만 팔린 비운의 화가. 

고갱과의 공동생활과 귀 자해사건, 동생 테오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했던 가난하고 고독했던 삶, 정신적 육체적 고통 속에서 살았던 힘겨웠던 삶, 그리고 30대 나이에 권총 자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흐의 그림은 1880년대 전후 시대를 훨씬 앞질러 가다 못해, 그로부터 140여 년이 지난 현대까지도 우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최고의 화가.



그렇다. 현재 ‘고가의 그림 작품’ 하면 떠오르는 화가는 단연 ‘고흐’다.

2014년 11월 미국 소더비 경매에서 6,180만 달러(당시 670억 원, 현 시세 763억 원)에 낙찰된 그림 <붉은 양귀비와 데이지>는 고흐의 작품이다. 또한 1990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일본 다이쇼와제지회사 사이토 료에이 명예회장에게 8,250만 달러(당시 758억 원, 현 시세 1,018억 원)에 팔린 <가셰 박사의 초상>(총 2점이 존재하며 그 중에 첫째 판의 그림)은 고흐 작품 중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작품이다.



또한 전 세계 곳곳에서 고흐에 관한 여러 전시회(실물 전시, 미디어아트전 등)가 끊임없이 열리고 있고, 그의 삶을 다룬 영화, 소설 등이 셀 수조차 없을 지경이다. 아마도 고흐는 동서양을 통틀어 대중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화가일 것이다.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를 읽고 나서, 그동안 고흐의 유명세에 기대어 “고흐를 안다”라고 착각했던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고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을 바로잡고 고흐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우선, 고흐는 ‘고독한 화가’가 아니다.


흔히 고흐가 사람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불같은 성격을 지녀 정말로 ‘고독한 화가’일 거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 순수한 열정을 지닌 화가 고흐를 알아보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고흐 주변에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익히 알려져 있는 고흐와 공동생활을 하며 작품활동을 함께 했던 폴 고갱 이외에도, 고흐의 건강을 걱정하며 지중해 여행을 제안했던 폴 시냐크(p178), 고흐의 분투 어린 작업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귀족 출신 화가로 친구이자 고흐를 존경하기까지 한 툴루즈 로트레크(p214) 등의 동료 화가들이 있었다.



그리고 탕기 화구가게의 페르 탕기 영감, 파리의 카페 탕부랭의 주인 아고스티나 세가토리, 아를의 카페 드라가르의 주인 마리 지누, 아를의 우체부 조셉 룰랭, 오베르의 라부 부부, 가셰 박사 등이 고흐 곁에서 있었다.




둘째, 고흐는 ‘연애’를 못한 것이 아니다.


고흐가 홀로 미혼으로 살았기에, 여인과 연애도 하지 않고 그림만 그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이다. 이 책에 고흐의 여인들이 등장한다. 

외제니 로이어에 대한 짝사랑과 이별, 미망인 케이 포스 스트리케르에게의 구애와 이별, 창녀 시엔과의 동거와 이별, 12살 연상의 마르호트 베헤만과의 열애와 주변의 반대, 카페 탕부랭의 주인 아고스티나 세가토리의 임신과 고흐의 청혼, 그리고 고뇌와 이별, 마르그리트 가셰에 대한 호감과 이별 등 고흐는 애달픈 사랑과 서글픈 이별을 겪었다.




셋째, 고흐가 화가로서의 그림 실력 이외에 ‘그 어떤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고흐는 본래 꿈이 화가가 아니라 파브르 같은 곤충학자였다. 그리고 외국어에도 재주가 있어서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를 네덜란드어만큼 할 정도였다.(p15)

고흐는 경제적 활동을 한 바 있다. 16살에 구필 화랑에 입사하여 능력있는 화상(畫商)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영국 산업혁명 현장에서 본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에서 받은 충격과 시류에 맞는 작품에만 거액을 투자하는 고객에 대한 회의감 등으로 인해 23살에 그만두었다.(p23) 이후 영국 램스게이트 학교 프랑스어 보조교사, 도르드레흐트 서점일을 하였다. 이어 목회자가 되기 위해 신학교도 다녔으나 정통교리와 현실이 유리되었다고 이의를 제기하며 그만두고, 벨기에 남부 보리나주 탄광촌에 전도사로 가서 월급까지 털어가며 진심으로 광부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자 했다.(p26-28) 그러나 고흐를 파송했던 전도협회는 ‘전도사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고흐를 해고하였고, 고흐의 순수한 열정이 무시되는 순간 ‘삶 속의 신앙’이라는 그간의 신념이 무너졌다.(p29) 그리고 27세에 종교인의 길을 버리고, ‘화가’를 택하였다.(p30)


“그래, 내 그림으로 사람들을 어루만지자... 한 장의 그림이 천 마디의 설교보다 더 감동이지. 그림을 본 사람들이 고흐는 마음이 참 따뜻하다고 말하게 하자.”(p31)


고흐는 브뢰셀 왕립미술학교에서 수학하고, 네덜란드 「헤이그 화파」의 거장 안톤 마우베를 찾아가 지도를 받았으며, 파리로 가서 페르낭 코르몽 스튜디오에서 수학하였다. 

이렇듯 화가를 결심하기 전, 고흐가 거닌 인생경로가 무척 새로웠다.



넷째, 고흐는 ‘오롯이 동생 테오의 지원’만을 받은 것은 아니다.


고흐와 네 살 어린 동생 테오 반 고흐는 20여 년간 90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로(p11) 서로를 신뢰하고 공감하며 우애를 나눴다. 테오는 화가의 길을 걷기로 한 고흐를 경제적으로 지원해주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오로지 동생 테오만이 고흐를 지원한 것은 아님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고흐의 여동생 빌레미나는 정서적으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로트레크와 시냐크 등 동료화가의 도움과 응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화구상인 탕기 영감은 고흐의 그림을 받고 화구를 가져다 쓰게 해주었고(p79), 가셰 박사에게 정신과 진료를 자주 받았는데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진료비와 약값 대신 <붉은 양귀비와 데이지> 등의 그림을 받아 주기도 했다. 고흐가 아를로 갔을 땐 “힘겹게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을 무너뜨리지 맙시다. 고흐는 우리가 도와주어야 할 사람이라오.”(p101)라며 늘 고흐를 응원하고 가족처럼 대했던 조셉 룰랭도 있었고, 생면부지의 고흐를 따뜻하게 대해주고 고흐가 거주할 노란집도 소개하였으며 고흐가 요양원에 입원하는 동안 고흐의 작품을 보관해주는 등 고흐를 돕고 교감하며 지지해준 지누 부인도 있었다.(p89)




다섯째, 고흐가 완전히 미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스로 귀를 자른 기행, 정신착란, 미친 사람처럼 그림에만 매달리던 삶 등으로 고흐의 삶을 이해하곤 한다. 물론 정신적인 문제는 지니고 있었다. 현기증, 발작, 충동조절장애, 환각, 환청(p167)에 시달렸다. 이유가 있었다. 

중년의 나이에 이르렀건만 홀로 계신 어머니와 동생들을 돌보기는커녕 자기 생활도 추스르지 못하고 있었으며, 이 모든 부담은 오로지 동생 테오의 몫이었다. 고흐는 테오가 보내주는 돈으로 근근이 버틸 수 있었다. 어떨 때는 4일 동안 식사는 두 끼만 하고, 외상으로 산 빵과 커피, 그리고 술로 때우기도 했다.(p166) 그렇게 음주량이 늘고 경제적인 궁핍, 정신적 불안정 등에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고흐가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그림들은 도무지 팔릴 기미가 없었다.(p167) 그만큼 현실은 암울하기만 했다. 게다가 화가공동체를 꿈꾸며 폴 고갱과 공동생활을 하던 중 9주 만에 고갱이 떠나면서 우발적으로 귀를 자르는 자해를 저질렀으며 신경증적 불안 증세까지 보였다.(p168)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흐 스스로 생각할 수 있었고 판단할 수 있었으며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기도 했다. 고흐는 《건강 매뉴얼》이라는 책을 비롯한 의학서적을 읽으며 건강한 정신과 몸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흔들리거나 좌충우돌하지 않고 화가의 번뜩이는 영감을 캐치하여 그림으로 표출하면서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었다.(p171)

더군다나 고흐 스스로 생폴 요양원에 입원하기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1년가량 요양원 생활을 하면서 <별이 빛나는 밤>와 같은 대작을 완성하기도 하였다.




여섯째, 고흐의 거칠고도 섬세한 독자적 그림 스타일이 혼자만의 수련을 통해 완성된 게 아니다.


고흐에게 미술은 그야말로 취미였다고 한다.(p15) 그러나 고흐가 아홉 살에 그린 <다리>라는 제목의 그림 한 점은 눈을 사로잡을 정도로 잘 그렸다. 이미 이때부터 고흐는 화가로서의 재주가 드러났던 것이다.(p16)



고흐의 그림을 보면, 거친 붓 터치와 세심한 묘사라는 전혀 상반된 두 가지의 기법을 병행할 수 있는 놀라운 경지에 달해 있다. 그 최고봉에 달한 작품으로 <도비니의 정원>, <건초 더미>, <황혼의 풍경> 등이 있다.(p250)

고흐는 이런 경지에 그저 혼자만의 수련을 통해 다다랐을까? 이 책에 고흐가 영향을 받은 내용들이 상세하게 나온다.


최초에 동생 테오가 조언하였다.


“형의 그림이 왜 안 팔리는 줄 알아? 지금 인기 있는 그림은 인상파들이 그리는 역동적이고 밝은 작품들이야. 그런데 형의 그림 색감은 어둡고 너무 투박해.”(p69)


이런 테오의 조언을 받아들여, 고흐는 느루아르, 모네, 드가, 쇠라 등 당대의 인상파 화가들과 만남을 가졌다. 폴 세잔 <펜뒤의 집 오베르>는 고흐의 뇌리에 깊이 남았다.(p69) 고흐는 이들이 그려내는 밝은 색조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빛에 따라 변하는 대상의 인상을 보이는 대로 그리는 인상파 화법에 만족하지 않고, 고흐는 <센강의 다리>라는 작품을 통해 ‘보이는 대상에 자신의 감정과 열정을 담아내는 화풍’을 추구하였다.(p76)



고흐는 렘브란트의 정서적 진정성이 넘치는 그림 <성 가족>을 좋아했다.(p144) 고흐는 성스러운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겼는데, 종교화도 현실처럼 그리는 렘브란트를 좋아했던 것이다.(p146)


“고흐는 어떤 것이든 미화하는 것을 싫어했고, 삶의 실체적 진실로만 화폭을 채워 나갔다.”(p51)


고흐는 들라크루아의 《색채론》을 읽으며 <감자 먹는 사람들>을 완성했고, 그 뒤 해가 갈수록 색조가 밝아지며 신선해졌다.(p145) <감자 먹는 사람들>은 고흐의 리얼리즘적 특징을 웅변하는 대표작으로 꼽힌다.(p54) 



고흐는 밀레의 자연주의 화풍을 좋아했다. 요양원에 들어간 뒤에는 밀레의 <낮잠>을 90번이나 모사하면서 마음을 진정시켰고, 급기야 같은 주제로 <정오의 휴식>을 그렸다. 밀레보다 거칠고 더 투박하다.(p211) 고흐는 이 작품에 왜 그리 감동했을까? 고흐는 자발적인 노동과 휴식의 자연스러운 순환의 모습에서 안정을 찾았던 것이다.(p212)

고흐와 고갱은 9주간 화가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아를의 노란집에서 공동생활을 하였다. 성향도 그림 스타일도 달랐고 심지어 격렬한 토론을 자주 펼치기도 하였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격려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동료였다.




일곱째, 고흐가 당대에 혹평을 받았기에 그림이 안 팔린 게 아니다.


고흐가 살았던 1880년대 전후는 ‘밝고 경쾌한 인상주의 작품이 유행하던 때’였다.(p62) 

그래서 1890년 1월 「벨기에 브뤼셀 20인 전」에 고흐 작품 6점이 전시되었을 때, 비평가들은 고흐 작품을 “색채가 강렬하고 야만적”이라고 혹평하였다. 고흐에 대한 비판적인 비평은 딱 그때까지였다!

그간 고흐를 알아본 사람들은 이렇게 그를 평가했다. 세가토리가 보기에 고흐는 ‘보헤미안이고 낭만적이며 혁신적인 예술가’였다.(p84) 고갱은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을 보고 “화가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였다.(p122)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그림의 주요 고객인 부자들은 고흐 그림에 냉담하였으나 신세대 화가들은 고흐 그림에 열광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붓꽃>(p195)과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p117) 두 작품이 1889년 9월에 열린 「앵데팡당 전」에 전시되었는데 큰 호평을 받았다.(p195-196)

「벨기에 브뤼셀 20인 전」에서 알베르 오리에는 고흐 작품이 “진흙 속 진주”라 알아보았고, “수렁에 빠진 예술계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극찬하였다.(p216)

이때 화가로 활동했던 안나 보흐가 고흐의 작품 <붉은 포도밭>을 구입하였다.


“이 그림이 너무 뛰어나 제 작품 활동을 못할 지경이랍니다.”(p218)


1890년 3월에 열린 「앵데팡당 전」에 고흐의 유화 10점이 전시되었을 때, 동생 테오가 기쁜 소식을 알렸다. 


“형. 이미 형은 성공하고 있어. 형의 그림이 얼마나 관심을 끄는 줄 알아? 모네도 전시된 작품 중에 형의 그림이 으뜸이라 했고, 다른 화가들도... 감탄했어.”(p224-225)



여덟째, 고흐는 ‘해바라기 화가’만이 아니다.


고흐는 “해바라기는 고흐에게 삶의 환희를 상징하는 태양이었다. 별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밤이라도 태양은 반드시 떠오른다. 고흐는 그러한 자신의 인생 철학을 해바라기 그림에 담았다.”(p120)고 할 만큼, ‘해바라기 화가’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가 해바라기만을 연작으로 그린 건 아니다. 사이프러스 연작 그림을 통해 ‘수직으로 올라가는 생의 의지’를, 올리브나무 연작을 통해 ‘성숙’을 표현하였다.




마지막으로, 고흐가 자살을 한 것이 아니다.


자살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타살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흐라는 화가에 대한 화단의 평가와는 다르게 고흐의 작품은 팔리지 않았고, 테오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p244) 고흐는 아픈 동생에게 힘이 되기는커녕 짐만 되는 자신의 처지에 더 깊은 자책감에 휩싸인다.(p245) 

그러던 중 바람이 부는 밀밭 어딘가에서 총소리 한 방이 들렸고, 고흐는 새하얘진 얼굴로 가슴을 부여잡고 기거하던 하숙집으로 갔다. 그리고 이틀 뒤 숨을 거두었다.

이 부분에서 이동연 작가는, “분명한 점은 자살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페이지에, 고흐가 남긴 한 줄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림밖에 없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p269)


왜 책 제목을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는지 알게 되는 문장. 그 깊은 뜻을 알게 되고나니 잔잔하게 가슴을 울린다. ‘고흐’를 말하고자 한다면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강조한 것이었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여전히 고흐는 시대를 초월하여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11년 6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오르세미술관전 –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 2014년 5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오르세미술관전 – 근대 도시 파리의 삶과 예술>이 열린 바 있다. 그 당시에 관람을 하질 못해서 아쉬웠다. 근래에는 2021년 2월 제주에서는 <빛의 벙커 : 반 고흐 미디어아트전>이 열렸고, 작년 8월 강릉에서 <그대, 나의 뮤즈 반 고흐 to 마티스 미디어아트전>이 열렸다. 연이어 올해 들어 구미에서 <자신을 사랑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미디어아트전>과 양평군립미술관 <지지 않는 별, 빈센트 반 고흐 미디어아트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엔 꼭 고흐를 감상하러 가봐야겠다.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을 읽은 지금, “고흐를 제대로 안다”라고 자부할 수 있기에 고흐의 세계를 더 깊이 있게 접할 수 있을 것이고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클 것이기에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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