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사물의 등장 - 인공지능은 인간의 생각을 어떻게 바꾸는가
임완철 지음 / 지식노마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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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자에 대한 소개가 재미있다.
교육학을 전공했지만 교육을 공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공학적 도구를 교육적 탐구의 대상으로 다루는 학문을 지향한다니. 교육과 공학에 관한 내용을 어떻게 적절하게 믹싱해서 주제를 풀어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생각하는 사물에 대한 정의와 기술적인 부분, 그에 의한 사회 변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의외의 전개가 펼쳐진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생각하는 사물이 등장했고, 그로 인해 무엇이 바뀌는지,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하고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지로 구성되는데, 일방적인 전달식이 아니라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하게끔 이끌어 간다.

게다가 그 질문들이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철학적인 성격이다. 전혀 의외의 질문들이 많았기에 책장을 넘기면서도 연이어 감탄했다. 그리고, 저자의 생각에 덧붙여 인공지능에 대해 나 만의 생각과 질문을 다시금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어린 아이들에게 인공지능은 필요한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 더욱이 의사든가 변호사든가 부모가 설정한 방향으로 아이의 성장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가 보지 못한 아이의 잠재성, 아이가 되고 싶은 모습이 지워지는 것은 누구의 책임이고, 어떻게 보완되어야 할 것인가?

 

생각하는 사물들을 연결해 줄 구심점이 될 사물이 등장한다. 가령 세탁기 같은. 연결 된 사물들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전송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그 구심점이 되는 사물이 해킹을 당한다면? 모든 것이 마비되고 생활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인공지능은 똑똑하다. 인간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한다. 분명 인간의 존재를 뛰어 넘을 것이다. 두려운 것은 인공지능이 우리를 지배한다는 사실 조차 모른채 지배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구글, 페이스북 등이 제공하는 정보의 알고리즘을 알지 못한 채 각종 정보를 제공 받는다. 만약 구글이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비즈니스에 대한 정보를 조작해 특정 회사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고, 페이스북은 인맥관계를 조작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확장시킬 수도 단절시킬 수도 있다. 앞으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질 것이고 우리는 인간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를 의심없이 받아 들일 것이다. 서서히 인공지능에게 잠식당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물 중에서는 스마트 안경도 있다. 안경의 카메라가 인식하는 순간 모든 정보는 실시간으로 처리되고 모르는 사람이라도 보자마자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알고자 하는 모든 내용은 바로 알게 된다. 세상 어떤 곳이라도 아는 곳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지의 세상에 대한 신비감, 막연함, 두려움, 경외감 등도 같이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그 만큼 재미 없는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모험도 없고 동경심도 없어지는.....

 

윤리적인 측면에서 재미있는 내용도 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가령 교통사고 같은. 생각하는 사물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할까? 물을 수는 있는 것인가? 사람과 사물이 같은 행위자가 된다는 것은 사람과 사물이 같은 동격으로 취급 당하는 것일까? 사람과 사물이 구별되는 점은 무엇이 되는 것일까?

 

인간이 동물보다 뛰어난 점은 생각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가 생각해서 결정하고 선택한다고 생각했지만, 우리 주위의 수 많은 사물이 제공하는 부가적 정보와 효과에 영향 받아서 그러한 의사결정이 내려진 것이라면? 과연 그러한 생각을 한 인간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했을 때 인간의 존재의 의미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저자는 교육학자이다. 교육에 중점을 두고 생각하는 사물과 공생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무엇이고, 나아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지 화두를 던지고 답을 제시한다. 바로 "생각하는 사물과 상호작용하며 사용하는 능력"이다. 생각하는 사물을 목적에 맞게끔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애기한다. 아울러 미래 인재는 알고리즘까지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비록 저자가 교육에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지만, 생각하는 사물의 등장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질문들, 그리고 스스로 찾아야 할 답에 대해 끊임없이 자극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기술적인 측면만 나열한 여타의 책에 비해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메인 질문과 저자의 생각 중에 한 부분을 연결하니 마지막 궁금증이 생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생각을 어떻게 바꾸는가? 생각하는 사물에 의해 영향 받은 생각으로 생각하는 사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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