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번은 논어 - 나의 첫 『논어』읽기
이강엽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구교대의 이강엽 교수가 쓴 '살면서 한번은 논어'는 태어나서 한번도 논어를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논어 입문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논어는 살면서 단 한번만 읽어서는 안될 책이다. 사실 논어는 우리가 평생 두고두고 읽어야 동양 고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저자는 단 한번도 논어를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논어의 심오한 세계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 같다. 이 책은 총 여섯 묶음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첫째 묶음은 '사람의 향기', 둘째 묶음은 '삶의 중심', 셋째 묶음은 '배움의 길', 넷째 묶음은 '큰 사람을 찾아', 다섯째 묶음은 '실행의 기술', 여섯째 묶음은 '최선을 다한 후'라는 제목이 각각 붙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몇 년 전에 논어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 읽은 논어와 지금 읽은 논어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그 당시에는 논어에 이런 내용이 있었지 하면서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 논어를 읽을 때는 논어의 이 내용이 오늘날에도 상당히 유의미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공자의 언행이 기록된 논어는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의 책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정치는 혼란스럽고 경제는 어렵다. 어느 시대나 정치인은 자신만의 사익을 추구하며 공익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공자는 시대의 혼란 속에서도 시대를 탓하지 말고 제자들에게 공부를 통한 수양에 전념하라고 가르친다.

사실 누구라도 시대를 탓하면 몸은 편하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누구라도 시대를 탓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바꾸려고 하면 몸은 힘들지만 그 과정에 성장이 있다. 최근에 한국 사회의 출판 트렌드를 보면 '지금의 불행을 남 탓으로 하는 책'과 '어차피 열심히 해도 안되니 되는 데로 살아가자는 책'이 쌍벽을 이루며 다수 출판되고 있다. 나는 이런 책들의 출판이 지금 당장은 독자를 위로할 수 있겠지만, 삶의 전반적 하향평준화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런 시대에 논어를 읽는다는 것은 지금의 불행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 전에 자기 자신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작은 성장을 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논어에서는 이러한 성장과 진보를 '절차탁마'라는 말로 표현한다.

"절차탁마(切磋琢磨) 이 네 글자는 차례로 뼈나 상아 등을 '자르고', '다듬고', 옥이나 돌 등을 '쪼고', '가는' 것을 말합니다. 무엇인가 귀한 것을 만들려면 그렇게 쉼 없이 노력해야 함을 뜻하는데, 자공은 공자의 가르침을 지금에 만족하지 말고 더 열심히 공부해서 앞으로 나아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159쪽)

절차탁마하지 않고 피아니스트가 쇼팽의 피아노곡을 칠 수 있을까? 절차탁마하지 않고 골프선수가 그린 재킷을 입을 수 있을까? 절차탁마하지 않고 과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을까?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절차탁마 사람은 남 탓을 할 시간도 없고, 이유도 없다. 지금 오로지 자신의 과업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랫동안 잊고 지낸 '절차탁마'라는 단어를 다시 심장에 새기고자 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나의 인생을 진리로 가다듬고 보석처럼 청명하게 빛을 발하는 그날을 기대하며 말이다.

#논어 #이강엽 #국어 #유교 #논어 #공자 #살면서한번은논어 #절차탁마 #나무를심는사람들 #사서삼경 #맹자 #중용 #대학 #동양철학 #철학 #카이노스카이로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