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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문장 - 작고 말캉한 손을 잡자 내 마음이 단단해졌다
정혜영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평점 :

저자 정혜영님은 23년차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어린이들의 문장과 세계를 통해 세상을 조금 더 너그럽게 바라보기를 바라며 아이들과 함께한 것, 아이들에게 배운 것들을 글로 남기신다.

이 책은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원작 <어린이의 문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저자가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하는 동안 아이들의 글쓰기 공책 검사를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아이들의 글과 함께 담고 있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2부 지루한 매일을 찬란하게 사는 법
3부 바람 빠진 내 마음 다정 불어넣을 시간
사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아이들의 일기 검사를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나 어렸을 때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행하던 일기 검사였는데, 이제는 그렇게까지 아이들을 존중으로 대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하긴 일기는 정말 사적인 글인데, 글쓰기 연습이라는 명목 하에 다른 사람의 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읽고, 심지어 거기에 코멘트까지 다는 행위를 어떻게 그때는 묵인해 온 걸까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그렇게 해서 일기 검사 대신 학생들의 글쓰기 연습을 위해 나온 게 ‘주제 글쓰기’라고 한다.
일기이든 주제 글쓰기든 사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어려운 건 똑같다. 이렇게 쉽지 않은 글쓰기에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하다니, 선생님의 보이지 않는 노력에 감동 받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하게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들로 하여금 즐겁게, 자발적으로 글을 쓰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말은 쉽다. 책에서는 이 방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저자가 아이들의 글을 대할 때 유념하는 기본적인 생각 두 가지이다.
# 잘 쓴 글과 잘 쓰지 않았더라도 한 번도 읽어주지 않은 글 함께 읽어주기
# 아이들의 글을 되도록이면 훼손하지 않고 수정하기
아이들은 교과서에 수록된 글보다 친구의 글을 보며 더 많이 감응하고 배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잘하는 친구의 글을 보여줘서 잘 쓰지 못하는 아이들을 주눅 들게 하면 안된다. 이 부분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하는 모습에서 저자의 경력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글쓰기를 시작한지 여러 달이 지나서도 여전히 자세히, 솔직하게 쓰는 것이 무엇인지 감을 잡지 못하는 아이의 글쓰기를 친구들의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자연스럽게 긴 호흡의 글로 변신시켜 주는 모습에 감탄했다.


글쓰기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부분은 사실 이 책의 주요 부분은 아니다. 저자가 소개해주는 아이들의 짤막한 글 자체만으로 가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편견 없이 솔직하게 자기를 드러내면서 쓴 글을 통해 잊고 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고, 그 만남을 통해 현재의 나를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아이들의 글로 위로받은 가장 큰 수혜자를 자신이라 표현하는 저자의 맺음말 마저 큰 감동을 준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