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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가해자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손현주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1월
평점 :
✒️ 첫 문장
궂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우산을 쓰지 않아서 옷이 흠뻑 젖었다. 비를 조금이라도 덜 맞으려 준형은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이런 날이 가장 싫다. 재수 없는 날. 아침에 일기예보를 봤어야 했다. 하늘이 어두운 게 비가 계속 쏟아질 것 같았다. 멀리 버스 정류장에 현서가 서 있었다.
💬
『친밀한 가해자』는 CCTV가 없는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사소한 말다툼으로 벌어진 한순간의 추락 사고 이후
주인공인 준형의 내면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청소년 소설이다.
준형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는 부유한 친할머니가 있는 준형이는
좋은 성적과 준수한 외모로 친구들이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일방적인 친할머니 애정은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자폐가 있는 여동생 채원, 채원이가 우선인 엄마 때문에
채원이로 생겨난 피해나 문제를 항상 이해해야 했다.
어느 날 비상계단에서 아랫층 할머니에게 층간소음, 담배 문제로 꾸중을 들었고
실랑이 끝에 아랫집 할머니가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생기게 된다.
CCTV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할머니를 그대로 둔 채 집으로 황급히 와 버린다.
사건이 일어나고부터 준형이가 겪는 지옥같은 시간들이 답답했지만
진실을 알고 자수를 권유하는 친구 현서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열여섯살 준형이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도망칠 때,
그리고 부모가 사건을 숨기려 알리바이까지 만들 때
내 마음이 불편했던건 '나라면 곧바로 바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금방 대답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읽는 동안 페이지는 빠르게 넘어가지만 다 읽고 나서의 감정은 오래 남았다.
선택과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많은 청소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 p.22
다행인지 불행인지 CCTV 같은 건 없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온몸이 폭발할 것 같았다. 어떤 판단도 서지 않았다. 당장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만 싶었다. 준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계단을 미친 듯이 뛰어올랐다. 다리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지만 멈출 수 없었다. 간신히 마지막 계단까지 올라온 준형이 헐떡였다. 돌아볼 생각은 없었는데 무언가에 이끌린 듯 고개가 계단 아래로 향했다. 순간 센서등이 꺼졌고, 어두컴컴한 계단 아래에 있을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준형은 비상계단을 나갔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