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워진 이름들 사이드미러
김준녕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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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혐오를 정면으로 다룬 오컬트 호러 소설 제.
2022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한 김준녕 작가님의 신작이다.

혼, 빙의, 무당, 신병, 부적 등 한국 무속 신앙과
미국에서의 다문화 혐오가 결합한 이야기는
음산하면서도 소름돋는 장면들이 그려지면서
매끄러운 문장들과 함께 흥미롭게 진행된다.

이야기는 1998년 '한'과 '민경', 1979년 어린 '한'과 '준'을 오간다.
1979년 '한'과 '준'이 살았던 엔젤타운은 이름과는 달리 지옥 그 자체였다.
부와 권력이 있던 '한'의 가정은 그나마 겉으로는 존중받는 듯 했지만
이방인으로서 위태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한'과 동갑인 '준'의 가족들은 끊임없는 차별과 혐오를 겪게 된다.
어느 날 '한'이 빙의를 겪게 되는데, 무당 집안 출신인 '준'의 영향이었고,
주변인들의 폭력을 피하고자 거래를 하면서 기묘한 우정을 쌓는다.
여러가지 사건과 함께 힘든 유년시기를 보낸 '한'은
성인이 된 후에 '민경'을 만나게 되고 반전과 함께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폭력이 허구가 아닌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인종차별 장면마다 내가 다 억울하고 답답할 지경...
다수가 행하는 언어적 공격, 육체적 폭력, 공포감 유발과
미국 사회에서 동양인들은 '영원한 외국인'이라는
그들이 느꼈을 사회적 고립감, 소외감은
단순히 개인적인 고통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은 500페이지 정도로 꽤 두꺼운데 술술 읽혔고
뒷부분에 작품 해설과 대담은 작품을 깊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 p.74
내 마음의 목소리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우리가 이 땅 위에 얼마나 오래 살든 피부에 박힌 가시처럼 이질적인 존재로 생각할 뿐이니까.

📖 p.92
그들의 평화는 보이지 않는 이들을 향한 폭력으로 지탱되었다.

📖 p.107
나는 입을 다물었다. 동조하지도, 그렇다고 아니라 말하지도 않았다. 먹잇감은 꼬리를 흔들며 소리를 냈고, 사냥꾼들은 먹잇감을 발견했다. 도시와 시골, 색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다수와 소수라는 구도 속에서 먹이 사슬은 오래 전부터 형성되고 있었다.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아이들의 매서운 눈빛은, 특히나 나와 같은 말을 쓰고, 같은 피부색을 가진 존재에 대한 나의 태도를 감시하고 있었다.

📖 p.113
사람들은 늘 이질적인 것들에 시선을 모으고, 그것들을 손가락질하며 자기들끼리의 결속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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