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노말 액티비티 - Paranormal Acti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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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공포영화보다 삼삼오오 모여하는 귀신이야기가 더 무서운걸까? 공포가 극장에서 관람하는 어떠한 '사건' 이 아니라, '현실' 과 깊게 관련된 이야기가 될 때 우리는 더 전율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스크린에 처키, 주온, 사다코가 설쳐도 그건 '만들어진' 이미지라는것을 안다. 그러나, 내가 다녔던 학교에 떠다니는 귀신 얘기, 수학여행을 가서 몇년전에 이 수련원에서 죽은 누군가의 얘기를 듣는 순간 그것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이 되어버린다. 그때의 공포는, 공포영화를 볼때의 느끼는 감정과는 차원이 다른 섬뜩함이다.


 토요일 아침, 친구와 함께 찾은 극장은 아무리 조조라는것을 감안하더래도 정말이지 아무도 없었다. 늘 사람이 꽉꽉 들어차던 극장에서 영화를 '즐기던' 우리는 그때부터 왠지 오싹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컴컴하고, 그 넓은 공간에, 단 둘이서 공포영화라니. 겁이 많은 나는 왠지 당장이라도 극장밖을 나가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였고, 온 몸이 경직되는 긴장감에 친구의 팔을 으스러지듯 잡고 매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이 영화를 보는 순간부터, 나는 이미 '무서운 이야기' 를 듣던 느낌의 생활밀착형 공포를 겪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는 생각보다 무심했다. 정말이지 별 사건도 없는 시간들이 지나갔고, 영화라고 했지만 두 남녀의 대화가 이어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에 녹화되는 작은 파라노말한 현상들은 우리를 소스라치게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자고있는데 뭔가 이상한 그림자가 보이는것 같은 느낌. 그리고 그 작은 현상에도 식은땀이 흐르곤 했던 유난히 길고 무서웠던 어떤 밤.


 100m 앞의 서 있는 귀신보다는 내 옆을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스산한 바람이 나를 더 공포에 떨게한다. 공포는 시각보다는 청각, 청각보다는 촉각에 의존하게 되는 탓이다. 그런면에서, 이 영리한 영화는 '비주얼' 로 승부하는 다른 공포영화들과의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공포를 지금-여기에서 '느끼게' 하는 전략을 취한다. 마치, 무서운 이야기를 들을 때 현실적인 물리적인 공간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 소름이 쫙 돋는것처럼 말이다.


 굳이 무서운 화면을 보여주고, 소름돋는 음악을 틀지 않아도, 영화는 내내 방 한구석에서 현실의 누군가를 지켜보는 기분이 들게 함으로써 공포를 극대화시키는데에 성공했다. 친구에게 들은 '엘리베이터 귀신' 이야기로 인해 한동안 엘리베이터 타기를 기피했던 그 때처럼, 머리감을 때 누군가 지켜본다는 으스스한 얘기에 한동안 머리감을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졌던 그 때처럼, 이 영화를 보고 난 후부터 어쩌면 당신은 잠결에 들리는 수상한 기척들에 머리털이 쭈뼛서는 긴장감을 체험하게도 모를일이다.


 '보고 즐기는' 공포가 아닌, '느끼고 오싹해지는' 공포. 파라노말 액티비티, 영화가 끝나는 순간부터 공포는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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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19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 못보겠네요. 아마 후유증에 꽤 시달릴 듯. 공포영화는 보면서도 너무 힘들거든요.
일전에 무삭제판 엑소시시트를 극장에서 본 적이 있거든요. 와- 그때 며칠간을 시달렸어요. 세수하는데 세숫대야에 사탄의 얼굴이 보이고 그랬어요. 하지원 나오는 [폰]을 봤을때는 친구들이랑 여행갔는데 숙소의 모든 벽을 뚫고 귀신이 나올것만 같았죠. 결국 친구들에게 절대 엿보지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욕실 문 열어놓고 샤워했어요. orz 아아 역시 이 영화는 보지 않는게 좋겠어요. 생각만해도 힘들어요. ㅜㅡ

바이런 2010-01-21 23:06   좋아요 0 | URL
맞아용..아직도 밤마다 드문드문 떠올라서 어찌나 오싹해지는지요 ㅡㅜㅋㅋ

Seong 2010-01-1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 싶다는 호기심은 계속 솟아오르는데, 분명 보고나면 며칠은 가위눌리고 잠 못잘 것 같아 고민이네요. 쾌락 충족이냐, 평탄한 삶이냐... 아아...

바이런 2010-01-21 23:07   좋아요 0 | URL
으흐흐..(왠 귀신웃음이냐!;) 그래도 한번 봐보세요 ㅋㅋ 이 영화는 웃긴게 볼때는 별로 안무서운데 보고나면..오싸악~ 하답니다=_=ㅋㅋ
 
500일의 썸머 - (500) Days of Summ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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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회에 당첨되어 가자하는 친구말을 듣자하니 사랑이야기라 한다. 이문세도 '사랑이란게 지겨울때가 있지' 라고 노래하지 않았는가, 나는 어제 <페어러브>에 이어 연이어 사랑얘기를 다루는 영화를 보려하니 살짝 싫증이 나려고한다. 그러나, 오프닝에 밝히길 '그저 그런 흔한 사랑얘기' 는 아니란다. 오호, 그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 포장이 그럴싸하다. 그래서 예상되는 내용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고 기뻐하게 된다.  

  중요한것은 내용이라지만 가끔은 그 내용을 풀어가는 형식이 더 중요할때도 있다. 그러니까, 사랑처럼 흔하디 흔한 소재, 그런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서는 이제 형식에 무게를 둘 때도 됐다. 내용이야 아무리 '파격' 을 외쳐봤자, 이미 성경이 쓰여질 시대부터 '며느리-시아버지' 하물며 '딸-아버지' 의 막장 관계까지 이미 다들 한 번씩 본거 아닌가. 최루성 시한부인생 얘기나 배다른 남매얘기는 뭐 말할것도 없고.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이 영화는 '형식의 승리' 다. 이 '별다를것 없는 사랑얘기' 를 만약 선형구조로 풀어갔더라면 얼마나 지루했을까. 하지만, 이 영화는 영리하게도 디지털적인 비선형구조를 취한다. 500일간에 벌어지는 사랑얘기에 필요에 따라 1일과 480일, 그리고 31일과 320일등이 오간다. 그러니까 영화가 재밌어 지는거다. 어차피 반전을 담지 못할 내용이라면 이렇게 구조와형식에 변화를 주기로 하자. 감독의 이 영리한 수법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된다.  

 밀란쿤데라는 '사랑이 시작 될때 얼마나 많은 우연의 새가 어깨 위에 날아와 앉았는지에 따라서 앞으로 펼쳐질 사랑의 깊이를 가늠할 수가 있다' 라고 했다. 운명적인 사랑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사랑에는 저마다 '우연의 새' 가 앉는 어떠한 필연적 인연의 끈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소개팅을 하더라도 그렇다. 하필이면, 내 지인과 상대의 지인이 아는 사이일건 뭐란 말인가.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아파하고, 그리고 다시 사랑하고. 이 뻔하디 뻔한 사랑의 메커니즘을 산뜻하게 표현해 준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아무리 '솔로천국 커플지옥' 을 외쳐대도 결국은 우리 모두 인연앞에서 당당해지고 사랑을 할 일이다. 당신의 옆 사람, 그리고 당신에게 오고 있을 그 사람을 위하여.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만나게 된 그 모든 억겁의 찰나같은 그 우연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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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1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걸 시사회로 보셨군요. 전 이 영화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줄거리나 영화에 대한 정보는 전혀 모르는채로 말이지요. 그저 포스터 때문에, 그리고 제목에 들어가는 '썸머' 때문에, 무작정 이영화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요. 저는 여름, 썸머, 라는 단어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벌써 보셨다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좋기까지 하군요!

바이런 2010-01-15 23:34   좋아요 0 | URL
저도 무작정 봤는데..좋더라구요^^ '썸머' 라는 단어를 좋아하신다니.. 영화를 보고온 저로서는 살짝 웃음이 나는걸요ㅎㅎ (이유는 영화를 보시면 아실겁니다^^;)그나저나, 다락방님의 댓글을 받게되어 영광입니다. 으헝헝^_^

 

해마다 100권의 책을 읽는것을 목표로 해오고 있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그 '고전' 100권을 읽는것으로 목표를 상향조정했다. 마음의 양식, 튼튼히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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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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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샀던 이어폰중에 제일 좋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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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ever you want, It's okay. If that's what you want to be.. 영어를넘어선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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