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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 - (500) Days of Summ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시사회에 당첨되어 가자하는 친구말을 듣자하니 사랑이야기라 한다. 이문세도 '사랑이란게 지겨울때가 있지' 라고 노래하지 않았는가, 나는 어제 <페어러브>에 이어 연이어 사랑얘기를 다루는 영화를 보려하니 살짝 싫증이 나려고한다. 그러나, 오프닝에 밝히길 '그저 그런 흔한 사랑얘기' 는 아니란다. 오호, 그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 포장이 그럴싸하다. 그래서 예상되는 내용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고 기뻐하게 된다.
중요한것은 내용이라지만 가끔은 그 내용을 풀어가는 형식이 더 중요할때도 있다. 그러니까, 사랑처럼 흔하디 흔한 소재, 그런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서는 이제 형식에 무게를 둘 때도 됐다. 내용이야 아무리 '파격' 을 외쳐봤자, 이미 성경이 쓰여질 시대부터 '며느리-시아버지' 하물며 '딸-아버지' 의 막장 관계까지 이미 다들 한 번씩 본거 아닌가. 최루성 시한부인생 얘기나 배다른 남매얘기는 뭐 말할것도 없고.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이 영화는 '형식의 승리' 다. 이 '별다를것 없는 사랑얘기' 를 만약 선형구조로 풀어갔더라면 얼마나 지루했을까. 하지만, 이 영화는 영리하게도 디지털적인 비선형구조를 취한다. 500일간에 벌어지는 사랑얘기에 필요에 따라 1일과 480일, 그리고 31일과 320일등이 오간다. 그러니까 영화가 재밌어 지는거다. 어차피 반전을 담지 못할 내용이라면 이렇게 구조와형식에 변화를 주기로 하자. 감독의 이 영리한 수법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된다.
밀란쿤데라는 '사랑이 시작 될때 얼마나 많은 우연의 새가 어깨 위에 날아와 앉았는지에 따라서 앞으로 펼쳐질 사랑의 깊이를 가늠할 수가 있다' 라고 했다. 운명적인 사랑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사랑에는 저마다 '우연의 새' 가 앉는 어떠한 필연적 인연의 끈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소개팅을 하더라도 그렇다. 하필이면, 내 지인과 상대의 지인이 아는 사이일건 뭐란 말인가.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아파하고, 그리고 다시 사랑하고. 이 뻔하디 뻔한 사랑의 메커니즘을 산뜻하게 표현해 준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아무리 '솔로천국 커플지옥' 을 외쳐대도 결국은 우리 모두 인연앞에서 당당해지고 사랑을 할 일이다. 당신의 옆 사람, 그리고 당신에게 오고 있을 그 사람을 위하여.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만나게 된 그 모든 억겁의 찰나같은 그 우연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