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때문에 비루해질 때 꿈은 내 체면을 세워주고, 꿈 때문에 허약해질 때 밥은 내가 세상과 더 적극적으로 만날 용기를 줬다. 그건 아마 두 단어가 단순히 업을 일컫는 게 아니라 삶에 대한 큰 조망이자 지향, 성찰과 이해를 모두 품은 말이라 그럴 거다. 그래서 실은 누구도 쉽게 답을 줄 수 없는 말. - P20
당신이 지금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여전히 인간으로 존재하고 있는 거예요. 인간다움을 잃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지켜보는 인간다움의 형태가 바뀌는 겁니다. 죄책감. 그것도 사랑의 방식입니다. 죄책감은 때때로 ‘살아있는 자‘가 ‘사라져가는 자‘를 품는 가장 정직한 방식이에요. 인간의 존엄은 말할 수 있을 때, 움직일 수 있을 때, 일할 수 있을 때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나를 아껴서 슬퍼하고,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 시간까지 끝나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렇게 아파하면서도 그의 이름을 부르고, 손을 잡고, 좋아하던 음악을 생각해주는 그 마음, 그것이 바로 그를 인간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마지막이자 가장 깊은 사랑이에요. 당신은 정말 잘하고 계세요. - P28
우리 안의 어떤 믿음과 선의가 일부 죽을 때 그걸 ‘작은 죽음‘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 P107
인간은 대체로 진부하고 빤하지만 가만 보면 참 다채롭게 진부하고 제가끔 빤하다는 걸, 우리 삶과 노동이, 사랑과 일상이 얼마나 놀라운 구체성으로 이뤄졌는지 이해하고 살펴야 한다. - P139
의미나 태도에 도취되기보다 다만 기술을 연마하다보니 절로 익히게 된 삶의 자세가 있다. 구호나 당위 이전에 한 인물의 삶을 통해 그 인물의 욕망과 좌절, 유예와 꾸물거림, 실패를 총체적으로, 육체적으로 함께 경험하며 닿은 이해가 있다. - P142
한 사람의 무게는 한 시절의 성취가 아니라 전 생애에 걸친 그 사람의 모순과 결함, 실패와 헤맴까지 다 포함한 채 재어진다는 것도요. 우리는 그걸 인생이라 부르지요.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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