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모든 존재의 본질이란 위태로이 핀 끝에서 동요하는 것, 살아가면서 조금씩 변두리로 밀려나는 것 아닐까. 그러면서 우리의 어마어마한 하찮음이 속수무책으로 격동하고 들썩이는 평화의 제물임을 깨닫는 것 아닐까. 그때까지 버림받은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우리는 끝없이 자신에게 매혹되어 정신이 팔리고, 자신을 사랑하고 미워하며, 자신에 관한 연극과 신화와 숭배를 창조한다. 다른 선택지가 어디 있단 말인가? 우리는 우리의 기술, 지식, 지성을 탁월한 수준으로 올려놓고, 온전히 다 해소할 수 없는 성취욕으로 안달이 나고, 여전히 대답이 없는) 우주 공간을 바라보고, 그래도 꿋꿋이 우주선을 짓고, 외로운 우리 행성을 수없이 돌고, 똑같이 외로운 달에 잠시 가서 무중력 상태의 당혹감과 일상적인 경외감을 느끼는 와중에 이런 생각에 잠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방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거울처럼 빛나는 지구를 향해, 지지직대는 무전기를 들고 오직 그곳에만 존재하는 듯한 생명체에게 말을 건네고 싶다고. 여보세요? 곤니치와, 차오즈드라스테, 봉주르, 거기 들리나요, 여보세요? - P54
지상의 어느 생물을 고르든지 그 생물의 이야기가 곧 지구의 이야기가 되리라고, 문득 생각해 본다. 그 한 생물이 모든 걸 말해 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역사를, 다가올 모든 미래를. - P188
이것은 국지적인 장면에 불과하다. 작은 소동, 미니드라마다. 우리는 충돌하고 부유하는 우주에 갇혀 있다. 최초의 빅뱅으로 우주가 쪼개지며 길고 느리게 퍼져 나간 잔물결 속에 우리가 있다. 가까이 있는 은하들은 서로 충돌하고, 남은 은하들은 서로를 피해 흩어진다. 그렇게 홀로 떨어지고 나면 스스로 팽창하는 공간, 저절로 탄생하는 공허만이 남는다. 그때도 존재할 우주력에서 인간이 무엇을 했고 존재했는가는 1년 중 딱하루, 찰나에 깜빡였다 사라지는 빛이어서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무상하게 피어난 삶을 살고 있다. 광란의 존재가 딱 한 번 손가락을 튕기면 모두 끝나리란 것도 안다. 여름에 터져 나오는 이 생명은 새싹보다 폭탄에 가깝다. 이 풍요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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