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이와 차이 - 장애를 지닌 언어학자의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얀 그루에 지음, 손화수 옮김, 김원영 추천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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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표본 집단에 속하지 않는다. 우리는 길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 우리는 각각 다른 삶의 방식을 하나하나 직접 시험해 보아야 하며, 어떠한 보장도 없이 수많은 실패를 경험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206쪽) 있으면서 가장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표본이 되기를 거부하고 예외적 존재가 되는 그 경계면으로, 가장자리로 한 발을 내딛는 용기는 우리 시대 모두가 직면한 과제다. 물론 그 경계의 끝에서 한 발을 더 나아가는 일에는 많은 고난이 따를 것이다. 얀이 모든 가장자리에서 성공했던 것도 아니다(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말하자면 ‘서구‘의 가장자리에서 처절하게 실패하고 만다). 그러나 실패를 해야만 그 실패의 순간을 지나갈 힘을, 그 과거를 다시 통과할 몸을 우리가 가지게 된다는 점을 다시 유의하자.

…… 각 범주의 ‘표본’은 두 가지 길을 간다. 범주적 한계 앞에서 온전히 굴복하거나 한계를 극복한 예외 사례가 되거나. 굴복과 극복은 표면상 상반되어 보이지만 모두 임상적 시선에, 다수의 기대에, 권력의 통제 안에서 언제나 예정된 길이라는 점에사는 동일하다. 그렇기에 우리 존재와 삶이 특정한 기준에 의해 분류된 ‘표본‘에 그치지 않는 길은 굴복과 극복이 아닌 다른 선택지에 있을 텐데, 이 책의 독자라면 그 길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계 지어진 과거와 그 한계를 지나온 현재 사이를 가로지르며, 현재의 힘으로 과거를 다시 쓰기. 과거에 내 몸에 새겨진 흔적을 발굴하고, 인정하며, 현재를 끌어안기.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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