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 저희 대화에서 드러나겠지만 자원봉사자는 호스피스 돌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컨대 목욕 봉사를 통해 환자를 만나기도 하고, 원예에 관심에 있는 환자와 함께 화분을 가꾸기도 하고, 사별가족 모임을 지원하기도 하죠. 또 이렇게 카페에서 환자, 보호자, 직원, 방문객도 환대합니다.
카페에 앉아서 정원을 바라보면 평온함이 느껴집니다. 카페 이름도 좋은데요, 그라시아 gratia. 은총, 감사, 친절 등을 뜻하는 라틴어죠.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서, 저만 해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 저 자신과 주변에 너그러워지고 세상이 잠깐이라도 아름다워 보이는 경험을 합니다. 불어로 카페 cafe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자 커피라는 음료를 뜻하는 말입니다. 카페가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어주는 공론장의 역할을 한다면, 지구 반대편에서 온 커피는 내 몸을 관통하며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음식입니다. 즉 공간을 통해서 ‘세계를 지각‘한다면, 음식을 통해서는 ‘세계의 일부‘가 된다고 볼 수 있겠죠. 나중에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나누면 좋겠습니다. - P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