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례식에 어서 오세요
보선 지음 / 돌베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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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뜬구름 같다고 자주 느낀다.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기며 글을 쓰다가도 갑자기 덮쳐오는 덧없음에 의지의 윤곽을 상실하고 만다. ‘후‘ 불면 사라질 허접한 구름이 되어 현실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곤 한다. 가족의 절대적인 헌신과 사랑은 이런 나에게 무게를 실어준다. 질량을 얻은 나는 삶을 또 선택한다. - P89

결핍에서 욕망이 자라나듯 세상의 빈틈에서 꿈이 생겨난다. - P180

서로의 삶에 증인이 된다는 건 아마도 그 사람의 내적 진실을 외부에 남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흘러간 시간, 특유의 언어와 몸짓, 생각, 마음 등 한 사람의 비물질적 요소를 타인이라는 정신적 공간에 새기는 것이다. 이때 ‘나는 이렇게 살고 싶어요‘ 내지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와 같은 내 삶의 지향점을 나의 증인도 알게 되는데, 증인은 내가 어떻게 그러한 지향을 드러내며 살아가는지 지켜보게 된다. 마리아는 그렇게 나의 증인이 되어주고 있다. 마리아가 늘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기에, 나는 더 힘내어 살아가게 된다. 깜깜한 암흑 속에서 홀로 촛불을 켜고 있었는데 이제는 다른 누군가가 내 촛불을 받아 그 불로 내 주위를 밝혀주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삶의 증인을 세우는 일은, 함께 살아가는 일인 것이다. - P186

우울함이 밀려올 때면 머릿속에 저장된 모든 기억 중에 불행했던 것만 쏙 꺼내 다시 펼쳐봤다. 자책하고 부정하고 억울해하고 연민했다. 나쁜 기억을 소환할 때마다 그 기억은 더 진하게 살아나 현재에도 그늘을 내렸다. 기형도 시인의 시처럼, 나는 미친 듯 사랑을 찾아 헤맸을지언정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다. - P200

죽음은 내 세계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 그 삶의 인력을 느끼며 계속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이 아파하지 않길 바랐다. 여전히 나는 비틀거리며 살아나갔지만 죽음에 대해 고민하기 전과 분명히 달라졌다. 삶을 이어가는 일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이 되었다.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삶에 발을 딛고 버티는 과정을 겪으며, 죽음은 사라짐보다는 이별에 가깝고 삶은 능동적 사랑에 가깝다는 생각이 내면 깊숙하게 자리하게 되었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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