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최소한으로 생각하라 - 삶과 죽음에 대한 스피노자의 지혜
스티븐 내들러 지음, 연아람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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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을 믿는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덕을 가르치는 법보다 사람들의 부도덕을 비난하는 법을 더 잘 안다. 그들은 사람들을 이성으로 인도하지 않고 공포를 통해 통제하여 그들이 덕을 사랑하기보다 악을 피하게 하려고 애쓴다." 여기서 행동을 추동하는 것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다.
반면 자유인은 오직 선을 추구하며 직접적으로 선을 행한다. 그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악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유인은 슬픔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을 추구할 뿐이다. - P254

죽음이 (어떤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끝이라는 사실을 알면 표상된 사후 세계를 향한 희망이나 두려움 같은 비이성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자유인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은 죽음이 자신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 전혀 걱정할 것도, 바랄 것도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유인은 오직 이 세상에서 삶을 지속하는 동안 이성적인 자유를 발휘하고 덕이 필연적으로 가져다주는 행복을 누리는 데에만 관심을 둔다. "지복은 덕의 보상이 아니라 덕 그 자체다."
<에티카>의 이 부분의 핵심을 잘 정리한 어느 학자의 말처럼 스피노자가 의미한 영속성을 획득한 사람은 신체의 죽음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 즉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것이다. - P267

반면 『에티카』는 개인의 자유를 다룬다. 이 자유는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물리적 자유나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지적 자유가 아니라 선하고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인식하는 것을 행하기로 결정하는 내면적 자유다. 이것은 자주성으로서의 자유로, 사유와 욕망과 선택이 (그리고 궁극적으로 행동까지) 외부 사물들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자기 본성에서 비롯되는 것을 의미한다. - P269

스피노자는 이 전략을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우리의 정서에 대해 완전한 인식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우리가 할 수있는 최선의 것은 올바른 삶의 원칙이나 확실한 삶의 지침을 구상하고 이것을 기억하여 인생에서 자주 마주치는 개별 사례에 지속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이후 그가 열거하는 삶의 지침은 바로 이성이 자유인에게 지시하는 내용들이다. 그런 "이성의 규칙"에는 미움을 사랑으로 극복하고 미움으로 되갚지 않는다는 것과 "흔히 발생하는 삶의 위험은 침착함과 정신의 힘으로 가장 잘 회피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있다. 분노나 야망, 다른 사람의 견해에 의존하는 자긍심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더 자유로워지고 궁극적으로 자유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이런 (규칙들)을 (그것들이 어렵지 않기에) 세심하게 따르고 실천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머지않아 자신의 행동 대부분을 이성의 명령에 따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다시말해서 자유인처럼 행동하는 사람, 즉 이성의 지시에 따르는 사람은 더 자유로워지고 궁극적으로는 (바라건대) 자유인에도 이르게 된다. - P281

세상의 이치가 이렇지 않을까. 사람이 살다 보면 자신이 추구하던 선이 참된 선이 아니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이 참된 기쁨과 행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개인을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 이를테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의문이나 개인적인 상실, 불만, 더 나은 것에 대한 경험도 생긴다. 이런 일은 자연의 만물처럼 모두 인과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사유의 속성 아래 자연적이고 필연적인 일련의 사건들이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삶의 행로를 바꾸지 못한다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공식적인 의무를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므로 형벌도 없다. 그러나 이성에 따르는 삶을 간과하는 데 대한 개인적인 대가는 상당한 반면 이성을 추구하는 삶이 주는 보상은 대단히 크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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