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해서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은 신 또는 자연뿐이다. 오직 자신의 본성의 필연성에 의해 존재하고 행동하는 것은 신 또는 자연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연이 야기하는 것은 모두 자연의 본질적 힘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뿐 아니라 신 또는 자연 외에 신 또는 자연에게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외부의 유한한 다른 사물로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자극받아 변화하는 자연 속의 유한한 개체들은 자유로울 수도 자유롭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는 유한한 개체들의 자기 결정력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P57
다시 말해 자유는 전적으류 자신의 인식에 따라 행동하는지 아니면 외부 사물에 의해 생긴 감정이나 그런 우연적 경험으로 형성된 견해에 따라 행동하는지에 관한 문제다. 자유는 다양한 정도로 나타난다. 어떤 사람이 부적합한 관념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부터 작용을 받는다. 그 부적합한 관념이 그의 선택을 좌우한다면, 그의 행동은 오직 자신의 본성에서만 비롯되지 않고 자신의 본성과 외부 원인들의 본성의 결합에서 비롯된다. 강렬한 신체적 쾌감을 주는 무언가를 좇는 일은 자신의 본성만큼 그 대상의 본성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행동이 외부 사물로부터 자극받아 변화된 방식이 아닌 자신의 적합한 관념에 의해 결정된다면,그는 능동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의 행동은 그의 본성 (자신의 적합한 관념에서 나오므로 틀림없이 존재의 지속을 위한 본성의 노력에 부합하고 유용하다. - P58
그러므로 사람은 적합한 관념이 정념, 즉 부적합한 관념보다 정서적으로 더 강력할 때 자유롭다. 그래야만 적합한 관념이 지배적 욕망과 행동의 결정 요인을 형성하고, 그제야 비로소 그의 본성에서 행동이 나오게 된다.
"본성을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는 방식으로 본성에서 비롯되는 욕망은 그것이 적합한 관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파악되는 한 정신과 관련된 것들이다. 다른 욕망들은 정신이 사물을 부적합하게 파악하는 한에서만 정신과 관계가 있으며, 그것들의 힘과 성장은 반드시 인간의 힘이 아니라 우리 밖에 있는 사물의 힘에 의해 규정되어야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매우 불완전하게만 자유롭다. 심지어 스피노자에 따르면 자유로울 때가 거의 없다. 대개 정념에 휘둘리며 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분을 좋게 할 만한 것들을 좇고 고통이나 불편함의 원인처럼 보이는 것들을 회피하므로 우리의 욕망은 너무나 자주 부적합한 관념, 즉 감각과 표상에서 비롯된 신념에 좌우된다. 인식을 추구하는 데 전념하여 적합한 관념을 상당히 획득한 사람들조차 언제나 적합한 관념에만 근거해 행동하지는 않는다. - P60
자유인이 향유하는 "정서를 지배하는 정신의 힘"은 정념을 인간의 삶에서 완전히 없애거나 의지라고 부르는 상상의 능력에 복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념으로 작용하는 것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능력에 있다. 자유인은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 특히 연장된 사물인 자신의 신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지녔기 때문에 부적합한 관념들을 저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적합한 관념들의 원인을 이해하여 명석판명한 인식을 획득함으로써 오히려 능동적인 정서로 변화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자유인은 슬픔을 기쁨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자유인은 언제나 자신에게 진정으로 유용하다고 알고 있는 것에 근거하여 행동한다. 그는 이 세상의 선과 악을 알고 그것을 아주 잘 헤쳐 나간다. 스피노자가 처음 자유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 말했듯이 이성에 이끌려사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의 바람에 순응하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을 행한다." 그러니 자유인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은 그의 행동이 일관되게 적합한 관념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자유인에게도 정념이나 부적합한 관념이 있지만, 그는 절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자유인은 언제나 적합한 관념의 정서적 힘이 부적합한 관념의 그것보다 강하므로 그의 욕망은 항상 인식을 따른다. 이처럼 예외 없이 일관되게 이성에 근거하여 행동하는 점이 바로 귀감이 되는 인간의 전형과, 대개는 이성의 지시를 따르지만 반드시 항상 그렇지만은 않은 평범한 사람 사이의 차이다.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은 "완전히 능동적"(이 말이 수동성이 아예 없다는 의미라면)이라는 뜻이 아니다. ‘스스로 결정한다‘의 진짜 의미는 그저 인간이 "외부 사물들의 일반적인 성질이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도록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고찰된 자기 본성이 요구하는 것"을 행하도록 결정된다는 의미다." 궁극적으로 자유인의 자유는 신의 자유가 아니라 (우리는 신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신과 같은 자유다. 이것은 고유의 유한한 방식으로 신 또는 자연이 누리는 절대적이고 무한한 자기 결정 능력과 유사하거나 그에 근접한 실제 인간을 위한 자기 결정 능력이다. - P78
"탁월한 모든 것은 어려운 만큼 드물다." 다른 무엇보다 자유인이 되는 일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품을 수 있는 최고의 바람은 더욱더 자유로워지는 것,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이성의 지배 아래서 존재를 지속하는 것, 그래서 자유인이라는 이상적이지만 완벽하게 인간적인 상태에 최대한 근접하는 것이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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