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죽음을 선언하고, 서구 세계를 2천 년 동안 떠받쳐 온 가치의 전도를 시도한 철학자, 철학의 망치로 무수한 우상들을 깨며 ‘영원 회귀의 철학‘을 준비한 철학자는 우리에게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라고 말한다. 나는 니체 철학 중 가장 중요한 아포리즘으로 아모르 파티, 즉 ‘네 운명을사랑하라!‘라는 것을 꼽겠다. 삶을 사랑하는 자는 제 운명을 피동의 굴레에 두지 않을 것이고, 운명의 불운함과 괴이함에 무릎을 꺾고 주저앉지 않고 늠름하게 맞설 것이다. 니체는 패배감에 주눅이 들어 잔뜩 웅크린 우리 어깨를 두드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대들은 아직 본 적이 없는가. 돛이 둥글게 부풀어 거센 바람에 펄럭거리면서 바다를 건너가는 것을. 그 돛처럼 정신의 거센 바람에 펄럭이면서, 나의 지혜는 바다를 건너간다."(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돛을 올리고 저 바다를 건너라! 힘들다고 제자리에 주저앉을 수는 없다. 이게 운명이라면 받아들이자. 항상 운명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를 주문하는 철학에서 니체의 ‘네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아포리즘이 생성되었을 테다. 제 운명을 사랑하는 자는 혼돈이나 불안에 주눅 들지 않는다. 성난 파고를 헤치고 전진하는 배처럼 돛을 펄럭거리며 주저함 없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 P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