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아버지에 대한 기대는 분명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평범한 사람이 되고(그러지 않으면 유별난 사람으로 간주된다) 오버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정치인 아버지는 자신의 가족을 허용 범위 내에 머물게 해야 한다. 도움을 줄 때는 눈에 띄어도 되지만 거슬리는 존재가 되면 안 된다. 가족 얘기는 전혀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정치인 엄마들은 아이들 얘기를 늘 입에 올려야 한다. 남자들처럼 자녀가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하는 엄마라면 엄마라는 신분 때문에 모유 수유나 육아, 빌 헨슨의 사진 등 온갖 문제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한다. 게다가 애들은 어디 있느냐는 질문을 계속 받아야 한다. 제아무리 열정적으로 깔끔하게일을 해내도 마찬가지다. 여자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지표를 찾느라 혈안이 된 자들의깐깐한 시선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다가 정치를 그만두기라도면 (젠장, 심지어 다른 직종으로 바꿔도) 일과 가정을 병행하려니 잘될 리가 없다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되어버린다.
니컬라 록슨이 15년을 의회에서 보낸 후 정계에서 물러났을 때(5년은 멜버른에 사는 파트너 마이클 케리스크와 함께 어린아이 한 명을기르면서 장관을 역임했다), 다들 그녀의 사임을 두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했다. 격분한 록슨은 <더먼슬리>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은 할 일을 다했고, 자신이 생각할 때 그동안 일도 잘했다고 생각하며, 이제 뭔가 다른 일을하기로 결정했을 뿐 자신의 사임이 일하는 여성들에게 다른 의미를 시사한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 P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