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누구 편에서 생각해야 할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초대한 사람의 환대하는 마음과 상관없이 초대받은 어떤 사람들은 깨끗함 자체에서 불편함을 넘어 배제나 모욕까지 느낄 수 있다. ‘그럴 의도는 없었다‘는 말이나 ‘좋은 마음으로 한 건데, 어떻게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냐?‘라는 반론은 감수성 없는 발언일 뿐 아니라 모욕을 느끼는 사람의 입을 다시 닫게 하난 말이다. 특히 다양한 소수자들과의 관계에서 역지사지는 필수적이다. - P338
노숙인 광장이야말로 근본적 변혁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는 장소다. 터전이 불타버린 자리에서 비로소 제대로 된 시작이 가능하다. 그곳은 광장 바깥 사회에서 당연한 것으로 합의되고 통용되는 가치관과 욕망과 규범과 질서가 깨져버린 재난 공간이다. 내일도 꿈도 희망도 없이 늘 위험하고 불온하며 지금 당장의 불행과 다행만읋 삶이 이어지고 끊어지는 공간이다. 그러니 머물든 드나들든 들여다보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견지할 태도는 ‘희망 없음‘과 ‘하염없음‘이다. 어떤 실패나 실패들의 반복에도, 애초에 희망이 없었으니 실망할 일도 없다. 있는 것 털고 생기는 것 받아 함께 즐기며 놀다보면 다시 힘이날 테고, 기회 봐서 가진 자들을 향해 한번 더 싸우면 된다. 성취를 기대하지 않으니 실망도 없고, 요행히 어떤 성취가 오면 달콤하게 즐기면 된다. 어떤 실패에는 신경질도 나고 쌍욕도 내지르겠지만, 그건 사느라 싸우느라 그런 거다. - P352
모든 ‘비정상’에는 우울과 분노, 도발과 저항이 뒤엉킨다. 삿대를 단단히 쥐고 마음과 삶의 향방을 최대한 주도할 일이다. 불온함과 변태야말로, 돈과 가족이 최고라는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재난을 줄겁게 통과하고 다음 재난을 맞이할 힘을 키우는 잉여들의 가오다. 불온함이란 사상이나 태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향을 말한다. 진정한 인간의 길은 불온한 잉여들이 만들어낸다. 하염없이 희망 없이, 때론 전략적으로 좀 쉬면서, 우리들의 놀이판을 벌이며 싸우자. 즐겁게 놀며 싸우는 것이 사는 맛 중 최고임을 아는 사람은 안다. 그 끝에 죽음을 만나거나 적당한 때에 죽음을 집어들면 된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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