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자식은 부모를 얼마나 아는 것일까? 한편 그 빗을 보며 나는 내 어린 시절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가 아침마다 나를 앉혀놓고 머리를 땋아주던 기억이 떠올라버렸다. 어릴 적 집안에서 아버지의 폭력과 아버지의 돌봄(책 선물, 마당의 꽃과 나무 가꾸기 등)이 어떻게 공존했는지, 혹은 내 기억이나 정서 속에 그 상반된 것들이 어떻게 공존하는지 여전히 연결도 이해도 되지 않는다. 정리가 불가능하다. 그 상반됨은 연결 불가능한 제각각 다른 누군가의 일처럼 느껴져, 마치 전혀 다른 가족, 전혀 다른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여야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둘은 공존한다. 뒤엉켜 있다. - P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