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원 - 밥만 먹여 돌려보내는 엉터리 의원 점선면 시리즈 3
안담.한유리.곽예인 지음 / 위고 / 2023년 5월
평점 :
일시품절


언어가 그 자체로 의미가 다 전달되는 게 아니잖아요. 말 안에 뭔가를 심어서 전할 수도 있죠. ‘예스‘지만 사실은 ‘노’인 경우도 있고요. 같은 사람에게 수없이 동의를 구하고 수락받고 거절당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진짜 ‘예스‘와 진짜 ‘노‘를 읽게 돼요. ‘이 사람은 나한테 진심이 아니구나’라든가, ‘아, 이 사람은 이제 나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편안하구나‘라든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나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최초에 뭘 하고 싶었는지 잘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 행동의 동기를 잘 아는 거. 그러고 나면 나머지는 어차피 상대하고 같이 만드는 거니까. 경계 언저리에서 형태가 결정되고, 그것이 매우 편안하죠, 왜냐하면 공동의 책임이라서.
혜정하고 관계를 맺을 때 ’동의‘의 문제를 진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혜정이 2017년 여름에 탈시설하고 5년이 지났는데요. 그 사이에 어느 정도 답을 찾았죠. ’미안하지만 이런 언니를 둔 너의 죄다.‘ - P164

은빈 : 그러면 누군가를 계속 서운하게 만든다는 감각이 생기기도 하나요?
혜영 : 그럼요. 맞아요. 리더가 된다는 건 그런 거죠. 그러니까 리더는 결국은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얘기를 다 듣고 나서 어떤 방향으로든 최종 선택을 내리는 사람,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사람이죠.
그 결과가 때로는 멤버의 서운함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어떤 손해를 감당하는 것이 될 수도 있겠죠. 반대로 결과가 좋으면 또 영광을 누리게 되기도 하지만요. 리더는 선택에 책임을 지고 그 책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해야 하죠. 모든 의견의 평균을 내서 결정을 내리는 조직이 좋은 조직은 아니니까요. 대신 어떤 의견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려고 하죠. - P178

그렇게 헤매다가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신형철 평론가가 신긴 <인생의 역사>를 가지고 강의를 한다는 포스터를 봤어요. 제목이 ‘사랑과 애도의 노래‘인 거예요.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서 신형철 평론가가 그러시더라고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최대 애도다. 말하자면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애도, 할 수 있는 걸 다 하는 애도가 필요하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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