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원 - 밥만 먹여 돌려보내는 엉터리 의원 점선면 시리즈 3
안담.한유리.곽예인 지음 / 위고 / 2023년 5월
평점 :
일시품절


담 : 나도 원하는 물건과 사게 되는 물건 간의 갭을 견디기가 어려울 때가 많았어. 어떤 밤에는 맘에 안 드는 물건 하나를 노려보면서 내가 저것 때문에 죽을 것같아… 그러느라 못 자는 거야.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거의 빈티지 옷을 사는데, 예전엔 가끔 새옷 입고 싶다, 새 헌 옷 말고, 그런 생각 했었어요. 비건 되고 나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이제 빈티지 옷으로 옷장이 가득 차 있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거야. 자랑스럽게까지 느껴져. 내가 가난해서 이런 게 아니라 윤리적이어서 그런 거라고 거창하게 의미 부여하고.

유리 : 그런 얘기 하잖아, 담이. "넝마주이 윤리의 시대가 올거다."

담 : 그러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 있어야 돼. 모두가 가난한 이들한테 배워야 하는 시대가 올 거야. - P83

고생하셨어요… 이런 걸 보면 급진적이고 화 많은 사람이 집단마다 꼭 필요하다니까!
한편으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현실 정치에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설득해야 돼, 그리고 설득이 성공하려면 중도적인 입장이 최고야. 근데 그 중도적인 입장, 타협안이라는 게 사실은 가장 변화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 가장 변화하고 싶은 사람이 열심히 싸워서 찾아진 선이잖아요. 그런데도 결과만 보고 "그것 봐라, 극단은 안 먹히지?" 이런 말 들으면 좀 서운하죠. 누가 싸워서 여기까지 온 건데. - P114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양보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말이 사무쳐요. 내가 언제는 당사자이고 언제는 연대자인지 무 자르듯 경계를 그을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우리가 대부분의 상황에서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 연대자이고, 심지어는 가해자에 더 가까울 거라는 사실을 상기하려고 노력해요. 연대자의 위치에 선 사람은 ‘나는 내 일도 아닌데도 대의에 복무하고 있어‘라는 알량한 자기 만족감이나 시혜적인 태도를 경계하고 운동에 방해나 되지 않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하죠. 어떤 차원에서 구조적 폭력의 피해자였다 하더라도 그 위치가 영속적인 것도 아니고, 한 차원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다른 차원에서는 얼마든지 가해자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그런 날이 있는 것 같아요.
도저히 참아지지 않는 날. 언제까지 피해자의 자리에만 머무를 건데? 대체 어디까지 스스로의 사정을 봐줄 건데? 언제까지 우리가 힘을 가지지 못했음을 연민하기만 하고,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서는 성찰하지 않을 작정인데? 그런 질문이 끓어오르는 날이요.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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