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이렇게 -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
마이클 왈저 지음, 박수형 옮김 / 후마니타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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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저항운동이 필요하고, 오래전부터 노동운동이 내걸었던 다음과 같은 핵심 구호를 기억하는 시민운동가들도 필요하다.
조직하라!

: 1915년 노동운동가이자 작곡가였던 조 힐이 사형을 앞두고 선배운동가 빌 헤이우드에게 보낸 전보에서 발췌한 구호 전문은 이렇다. "잘 있어요, 빌. 나는 진정한 반역자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애도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조직하세요." 2010년 미국의 진보적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사망했을 때, 보스턴 글로브 신문도 이 구호를 표제로 그의 부고를 알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싸우는 활동가들 또한 이 구호를 쓴다. - P35

가장 유용한 이론이나 주장은 활동가들에게 한 번에 하나의 선택, 하나의 싸움만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나중에 얼마든지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싸움에 참여할 수 있다.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는 미리 계획을 세워 놓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다. 운동의 초점을 흐리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운동의 초점은 확실하게 하나의 중요한 이슈에 맞춰야 하며, 투표나 전쟁, 폭격처럼 쉽고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운동의 대변인들과 활동가들은 그 이슈의 중요성과 단순함을 과장해도 좋다. 단일 이슈에 초점을 맞춰 승리한 후에, 그 이슈를 둘러싼 문제의 복잡성을 깨닫고 실망해도 늦지 않다. - P67

활동가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자기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운동을 시작할 때,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자신의 결의와 열정적인 활동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자신을 예외적인 사람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 정말이지 활동가들이 남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면 효과적으로 활동하기는 어렵다. 당신이 발 딛고 선 곳에서 시작하라. 이 말은 윤리적인 삶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중요한 격언 가운데 하나지만, 정치운동의 세계에서도 자신이 발 딛고 선 곳에서 시작해야 할 경우가 많다. - P71

이처럼 단체와 지역에 뿌리내린 사람들이 주도하는 운동이 한 나라 안에서, 심지어 한 도시 내의 여러 지역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다.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운동을 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운동의 대의보다 더 절박하고 더 즉각적인 관심사가 있다는 사실이다. 중산층이 가진 최악의 편견은 다른 모든 사람이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여유로운 생활, 사심 없는 마음, 이상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거나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대의란, 그것이 자신과 관련된 것일지라도 그저 가끔씩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치품에 불과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통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평범한 정치인이, 유토피아를 위한 정책 프로그램 운운하는 시민활동가보다 더 많은 지지자를 더 쉽게 확보할 뿐만 아니라 마땅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억압의 피해자나 ‘허위의식‘의 희생자가 아닌 합리적 인간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운동 단체의 스태프들도 탁아와 법률 지원,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와 조언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같은 이유에서 시민들 또한 평범한 정치인을 찾아가거나 지역 활동가에게 출마를 강력히 권유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대의만 가지고 운동을 전개할 수 없다. 이 말은 운동이 자신의 단일 이슈를 포기해야 한다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슈를 다루는 정치집단이나 야심 있는 사람들과도 연합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 P77

민주적인 조직에는 갈등이 내재돼 있다. 이것을 분열적이라고 안 좋게만 볼 필요는 없다. 갈등은 내부 논쟁을 자극하고, 유의미한 실천으로 이어지는 경쟁을 촉발하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러나 갈등은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종종 극적인 방식으로) 보여 주기도 한다. 왜냐하면 최선의 정치조직이란 어떻게 구성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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