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괜찮게 여기고 잘 지내는 척하면 매우 쉬울 것이다. 내 몸을 내가 미안해하고 설명을 해야 하는 무언가로 보지 않는다면 좋을 것이다. 나는 페미니스트이고 여성을 비현실적인 이상에 구겨 넣으려 하는 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이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다양한 체형을 포함하는 더 넓은 의미의 미의 정의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여성이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여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세세한 부분까지 바꾸려 들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한 인간으로서의 나의 가치는 내 옷의 사이즈나 외모에 있지 않다고 믿고 있다(믿고 싶다).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악의적인 문화, 여성의 몸을 끊임없이 통제하려 하는 문화 안에서 여성으로 성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내 몸이나 내 몸이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것에 대한 비합리적인 기준에 저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내가 아는 것과 내가 느끼는 것, 이 두 가지는 매우 다르게 작동한다. - P36

나는 종종 내게 일어난 일을 일부러 빙빙 돌려서 모호하게 쓰곤 한다. 그것이 그날로 다시 돌아가는 것보다, 모든 것의 서두가 된 그 일로 되돌아가는 것보다, 그 이후에 일어난 일로 돌아가는 것보다 더 쉽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직면하기보다는 확실히 더 쉽다.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에 내 책임도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 쉽다. 지금까지도 나는 그 일에 내가 책임이 있다고 느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내가 대처한 방식도, 내 침묵도, 내 폭식과 내 몸에 내가 저지른 일도 나의 과오라고 느낀다. 과거를 일부러 모호하게 썼던 이유는 그런 식으로 나를 방어하고 정당화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부 드러내버리는 건 너무나 두려워서 피했다. 내가 겁쟁이이고, 두려움 많고, 나약하고, 인간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 P57

‘그가 말했다/그녀가 말했다‘ 때문에 이 세상의 너무나 많은 피해자(혹은 생존자, 당신이 이 용어를 선호한다면)가 앞으로 나서지 못한다. 왜냐하면 너무나 자주 ‘그가 말했다‘가 더 중요하게 취급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아는 진실을 삼켜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삼키고, 그렇게 하면서 진실은 변질된다. 변질된 진실은 감염처럼 몸에 퍼져나간다. 우울증이 되고 중독이 되고 집착이 되며, 그 밖에도 그녀가 말할 수도 있었고 말해야만 했으나 하지 못했던 그 말은 침묵이라는 독이 되어 다양한 육체적인 증상으로 확대된다. - P64

내 비밀을 삼키면서 내 몸은 부풀고 또 부풀었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숨을 수 있는 방법, 절대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밥을 주는 방법, 상처를 멈추고자 하는 이 갈급함을 채울 방법을 찾아냈다. 나 자신을 더 크게 만들었다. 나를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감히 접근하려고 하는사람이 오지 못하게 확실한 선을 그었다. 나와 가족 사이에도 선을 그었다. 나는 가족의 일부였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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