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복지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도 있고 근로 능력 평가도 있고 여기에 가구를 단위로 하는 급여 신청 조건이 있어서, 65세가 지나야 급여 안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되는 사람, 그 정도로 상당한 시일이 지나서 가족관계가 자기 마음에서든 실제로든 정리가 되어야 복지제도로 진입할 수 있는 사람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해요. 한국의 복지제도는, 빈곤 상태만 겪어서 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것들을 단념한 이후에야 제도에 진입할 수 있게 구성돼 있어요. 개인들이 겪고있는 문제랑은 상당히 맞지 않는 기준이죠. 특히 65세라는 기준이 저는 그렇다고 봐요. 사실 박근혜 정부 때도 이걸 70세로 올리자, 75세로 올리자…… 요즘 창피해서 환갑잔치 누가 하냐 그런 이야기들 많이 했잖아요. 근데 제가 만난 50대 분들 중에는 65세가 되기만 기다리면서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상태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이 삭제되어버리는 거죠. 그럼 저는 그게 걱정이 되는 거예요. 이제 3년 더 기다리면 되나, 2년 더 기다리면 되나? 이런 분들이 갑자기 7년을 더 기다려야 되면 어떡하지? 이게 막 염려가 되는 거죠." (김윤영)
한 번 더 강조하자. 노년은 단일한 집단이 아니다. 노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사회적 기준의 마련은 각각의 노년들이 처한 사회문화적·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노년의 빈곤 상황에 대한 논의도 각각의 노년이 겪었던 일들을 통시적으로 살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가난했던 이들이 최종적으로 가난에 빠지기 쉽다는, 한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 증명된 삶의 구조적 경로가 있다면 그것에 주목하면서 노인복지를 구성해야 한다. - P185
홈리스를 비롯해 극한 빈곤 상태에 처한 이들의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사람다운 일상을 위해 이웃의 선한 마음을 촉구하는 따위의 해결책을 찾아서는 안 된다. 선한 이웃의 도움은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공공복지의 책무를 희석하기 때문이다. 부녀회 등 자원봉사자들이 마음과 돈과 시간을 쏟아 급식을 제공하는 일은 국가가 모든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건강권을 선량한 이웃의 온정에 떠맡기게 하는 빌미가 된다.
"사회적 기업이니 하는 비영리단체들도 법률상 있는 제도들, 즉 ‘공’에 대립되는 ‘사‘인 것이죠. 공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자본주의가 철폐된 모습으로…… 그런 형태로 고민해야죠. 그것을 은폐하든 드러내든 ‘사’라는 것은 어쨌든 이윤을 위해 복무하는 질서에 의해 움직이니까. 공공 영역이 커져야 해요. 예를 들어서 민간 어린이집보다 공공 어린이집이 훨씬 더 좋잖아요, 코로나 되니까 공공 병원이 중요하다는 걸 다들 알게 됐고요. 그런데 공공 병원을 이만큼만 운영하니까 그걸 이용해야 하는 홈리스들은 다 쫓겨나는 문제가 생기는 거죠. 그리고 정부 입장에서는 공공 영역에 시민사회 영역을 참여시켜서 낮은 관리비로 유지하려 하고, (…) 재단 교부금은 제로고 노동자들의 처우는 엉망이죠. 갈등이 불거져서 문제 제기를 할 때면 이건 ‘민간에 위탁 준 거니까 거기 가서 말해라‘ 하고, 민간에 가면 지침대로 할 뿐이라고 하고. 결국 민영화 문제인 거죠. ‘이웃‘은 가능하지 않다, 가능하다고 말하지 말라는 거예요. 홈리스의 문제, 빈곤의 문제가 뿜어져 나오는 저변의 문제가 있는 것인데 극도의 고통을 조금 완화하는 것들, 현상을 가리고 파스 붙이는 효과만 내는 것들. 그런 것들은 홈리스들을 보이지 않게 만들 뿐이죠." (이동현)
"공간적으로도 사실 대부분 2년짜리 세입자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이전과 같은 공동체 성격을 띨 수 있느냐, 사람들이 정주성을 가질 수 있느냐 물어보기 되게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만한 마을들도 거의 다 없어지고 아파트 등으로 다 대체되는데, 이런 공간은 다양성이 없어요. 비슷한 소득과 비슷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을 우물처럼 모아놓는 그런 공간이다 보니까 사실 ‘서로 기댐’의 조건들이 나오기 어려운 거죠. (…) 마을 공동체가 이런저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할 때, 그게 항상 ‘공공의 빈틈을 메워라‘라는 재생산의 요구 방식으로 오는 게 이상해요. 기본도 서 있지 않은데 마치 틈새를 더 잘 찾아내면 된다는 듯이, 주변의 이웃들이 따뜻하면 된다는 듯이 말하는 건 본질을 호도하는 바가 있어요. 그런 반발감이 커서 일부러라도 그렇게 말하기 싫어지죠. 절대 빈곤율이 7, 8퍼센트인데 수급률은 4퍼센트…… 최소한 이걸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마을 공동체도 유효성이 있지, 그렇지도 않은 상태에서 ‘마을에 복지반장 찾는다‘ 하면서 마을에 있는 몇 개 단체들에 위임장 하나씩 주고…… 이 사람들한테 긴급복지 신청하러 가면 기준이 안 돼서 안 된다, 그냥 보내기 힘드니까 쌀 한 포대 주는 식이에요. 이게 뭐냐는 거죠. 일단은 공공의 제도가 바로 서야 해요. 그게 먼저죠." (김윤영)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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