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김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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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산노동인 돌봄노동을 축으로 생산노동 중심의 경제를 재해석한 낸시 폴브레가 말했듯이, 돌봄노동자 역시 ‘사랑의 포로’다. 그러나 돌보는 일 자체에 내재하는 사랑과 애착의 정서가 견디기 힘든 정도의 불평등한 희생을 요구한다면, 그 포로는 도망치려 할 것이다. 기꺼이 사랑의 포로 자리에 머물면서 자신의 돌보는 손길로 요양원 거주자들의 마지막 나날을 쾌적하고 평온하게 동반하는 것, 이것이 이은주가 꿈꾼 요양보호사의 하루하루다. - P72

보통 말기 중증 치매 환자의 경관 급식에 관한 윤리적 논쟁을 주도하는 것은 제도화된 생명의료윤리 담론이다. 여기서 초점은 의료적 판단에 맞춰져 있다. 연하곤란이 신체의 기능상 장애에 의한 것인지, 그래서 선택하는 경관 급식이 환자의 신체적 잔존 능력을 보존하는지 등. 생명의료윤리는 경관 급식이 의미 있는 개선 혹은 유지 효과를 불러오지 못한다는 의료 지식에 근거해 경관 급식에 반대한다. 그러나 말기 환자의 ‘삶과 행위성‘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은 이 논쟁에 다른 관점을 도입한다. 환자가 삼키는 일에 곤란을 겪을 때 필요한 것은 의료기술을 사용한 신체 기능의 검사가 아니라, 환자가 왜 음식을 거부하는지, 삼키지 못하는지 또는 삼키지 않으려 하는지에 대한 상황적 검토와 관찰이다. 음식의 맛이나 질감, 복용 중인 약물, 주위의 소음이나 옆 침대 환자의 태도 등 식사 환경, 환자의 심리 상태와 이에 작용하는 상황들까지 살피면서 ‘삼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관찰에도 결국 경관 급식이 행해진다면, 억제대나 특수 장갑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의 상태나 환경을 만들고자 이런저런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이런 살핌과 시도는 환자의 신체 기능에 대한 의료적 판단만을 따르기보다 즐거움과 고통,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등과 관련된 환자의 행위성을 존중한다. 그렇게 관계적 돌봄 속에서 상황적이고 잠정적인 지식을 얻는다. 그러나 이런 살핌은 돌보는 사람에게 시간과 자원이 충분히 허용되어야만 가능하다. 통계적으로 산출된 활동 보조 시간으로 수가가 책정되는 요양원에서 이렇게 ‘느린 돌봄‘이 가능할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 P86

이야기청의 프로그램은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과 소통의 욕망이라는, 창작자들의 기본 특성에서 출발한다. 이것은 창작 작업이고 따라서 어떤 노년을 만나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작가들의 선택이다. 그러나 모두가 공유하는 기본 지향점은 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통해서 그 사람만의 특별하고 귀한 면모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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