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없고, 아프지 않은 상태‘가 ‘정상‘이라고 여기는 사회에서는 ’장애가 있고 아픈 몸‘은 ‘비정상적인 몸‘이 된다. 그러나 사람이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아무런 장애나 아픔을 경험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어떻게 ‘장애가 없고, 아프지 않은 상태‘가 ‘정상‘이 될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인간의 몸에 대해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 때문이지 않을까. 이런 환상은 의학과 자본이 만나 실제 가능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매일 엄청난 양의 넘쳐나는 의학 정보와 건강을 매개로 하는 수많은 상품들은 건강한 몸, 즉 정상적인 몸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몸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는 사회에서 장애가 있고 아픈 몸은 스스로를 관리하지 못한 개인의 문제가 된다. - P41
지금 규범으로서 자리 잡고 있은 인권과 평등의 담론 속에서도 장애인은 주어진 역할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지.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미 규밤이 된 인권과 평등은 충분하지 않다는 감각도 동시에 생긴디.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라고 말하는 것. 무척 쉬운 말 같지만 나의 모든 욕망과 욕구를 사회에서 인정받고 실현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게다가 나의 욕구와 욕망은 변화무쌍하다"는 영희의 일갈은 사회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 사이의 구분, 공적인 가치와 사적인 가치를 나누는 기준을 다시 보게 만들고 장애인 해방의 지향과 목표를 확장하고 수정하도록 만든다. 우리가 자유롭고 평등해진다는 해방은 정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P60
섹슈얼리티는 시민권의 척도
장애여성공감이 ㅣ출발하면서 지금까지 내내 놓지 않는 화두가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이다. 여전히 해결할 수 없는, 진행되고 있는 질문들이 있다.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으로 다른 몸과 경험을 가진 장애여성들이 ‘성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넘어서 자신의 성적 욕망과 쾌락을 어떻게 추구해나갈 수 있을까. 섹스가 매개된 관계가 폭력 피해만을 남기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언제나 성공을 보장할 수 없지만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고, 섹스의 실패가 꼭 관계의 실패는 아닌, 그리고 관계의 실패가 꼭 삶의 실패는 아닌 그런 안전함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 P77
전형화는 소수자의 삶을 차별하는 손쉬운 방법이다. 치료, 극복, 불행, 불편 등의 부정적 서사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혐오와 차별로 구성된다. 많은 장애인들은 자신이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물론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것은 비장애인과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산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생의 과정에서 겪는 감정, 관계의 역동, 실패와 성공, 변화들을 겪어내면서 사는 것은 누구나 비슷하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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