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과 상담하다보면, 들고양이 감각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느낌이 내 몸에 깃들 때가 있다. 나는 그 느낌에 꽤 익숙하다. 그것은 상담중인 환자가 스스로는 쉽게 느끼지 못하는 모종의 육체적 상태를 무의식중에 내게 전달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꽤 재미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가 난데없이 졸리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한창 활기차게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뭐라고 뚜렷하게 설명하기 어렵고대화내용에서도 이유를 집어낼 만한 부분이 없지만, 하여간 미묘한 느낌이 공기를 통해 당신에게 전달되어 눈 녹듯이 활력이 사라지고 무기력해진다.
정신분석가는 그런 갑작스러운 기분 및 감정 변화를 단서로 활용한다. 상호 기분전이는 깐깐하게 따져볼 만한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치료사가 환자와 마주 앉아 있다가 제 몸에서 난데없는 기분변화를 감지한다면, 치료사는 그 의미를 알기 위해 머릿속으로 다음과 같이 자문자답해본다. 우선 치료사는 자신을 연구대상처럼 객관적으로 점검한다. 환자가 내게 어떤 자극을 주었나? 내가 왜 그때 긴장을 했나? 환자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있었을 뿐인데 왜 내가 갑자기 슬퍼졌나? 환자가 뭔가 내 개인적인 감정을 건드렸나? 치료사가 경험하는 그런 감정상태를 역전이라고 한다. 치료사는 역전이된 감정들을 포획해서 곰곰이 반추해본다.이 불협화음은 치료사에게 바로 이 대목에 뭔가 까다로운 문제가 있음을 경고한다. 치료사의 몸과 감정상태가 흡사 청진기처럼 환자의 어긋난 부분을 감지하는 도구로 쓰이는 것이다. - P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