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나마 멈추면 다시 회복될 걸 알면서도 우리는 멈추지 못합니다. 우리가 작동을 멈추는 동안 함께 멈추게 될 사람들에 대한 책임과 돌봄의 무게가 우리를 실종으로부터 멀어지게 합니다. 또한 그렇게 멈춘 결과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성취와 스펙의 고리에서 영영 낙오될까 봐 우리는 두렵습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동안 누군가는 영원히 실종되고 누군가는죽음에 이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강제 종료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아주 작은 비겁함과 다정함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영원히 멈추지 않게 도와준다면 우리는 더 비겁해지고 더 다정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고독사 워크숍이 필요한 겁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기적이란 밍기적뿐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잠시 멈추고 증발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건 대체 불가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대체 가능한 인간이란 걸 공유된 고립의 훈련을 통해 체득해야 한다 이겁니다." - P26
9만 9000원의 보증금을 내고 12주간의 고독사 워크숍을 시작한 참가자들은 무인 세탁함에 자신이 고독사할 수밖에 없는 사연을 올리곤 했다. 가장 많은 조회수와 포인트를 얻으면 최종 우승자가 된다는 소문 때문인지 다들 적극적으로 자신이 고독사에 이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파했다. 타인의 고독사에 댓글을 달며 누군가는 안도하고 누군가는 공감을 하고 누군가는 타박을 했는데 중요한 건 조언의 유용함이 아니었다. 타인의 고독에 충고나 조언이 가능할 리도 없었다. 다만 서로 ‘관여‘하고 있다는 것, 나의 고독사에 타인이 관여되고 타인의 고독사에 내가 ‘관여‘하고 있다는 분명한 실감과 소소한 실천들이 중요했다. - P61
특별한 날은 점점 드물게 왔다. 건강에는 좋은 일이었다. 무탈하게 어제와 같이 시시한 일상을 반복하는 나날이 실은 특별한 하루의 연속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 P67
결국은 다 우는 판다가 자초한 일이라고 양이는 생각했다. 가끔 양이도 우는 판다의 나쁜 소문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다른 커뮤니티에 말을 보태어 옮기기는 했지만 다수의 무심한 악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거였다. 없어도 그만. 그러니까 있어도 그만. 우는 판다를 거리에서 쫓아내기 위해 등을 떠민 5000명의 손이 있다면 그중에 양이는 한 손바닥도 아니고 한 손가락 정도의 힘밖에 없지 않았다. 그러니까 양이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었다. 그러면 다른 5000명은? 그들도 모두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다른 5000명에 비하면 자신의 악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러므로 책임질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아니 그러니까 애초에 우는 판다만 없었다면 다수가 가만히 있다가 가해자가 되거나 죄책감을 느낄 일도 없었을 거였다. 결국은 모두 우는 판다의 잘못이었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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