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말하는 몸 1~2 - 전2권 말하는 몸
박선영.유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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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한번 생각에 빠지면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지기 쉽더라고요. 내 몸이 기능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잘 지낼 수 있으면 된 거죠. 소화기관이 건강해서 밥을 잘 먹을 수 있으면 좋고, 다리가 건강해서 달리기를 할 수 있으면 그것도 좋고. 몸의 외형보다는 기능적인 부분을 더 생각하려고 해요. 그 기능도 사람마다 범위가 다 다르잖아요. 남은 뛰는데 나는 걷는다고 열등감을 가지거나 슬퍼할 필요도 없고요. 내가 못 걷는다고 해서 걷는 사람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요. 내 몸은 그냥 몸인 거죠. - P197

내 몸을 받아들이려 노력해도 쏟아지는 광고들, 길 가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내 몸이 부족하고 완벽하지 않고 아름답지 않다는 생각에 다시 빠지게 되더라고요. 몸을 중립적으로 바라보고, 혐오하거나 불만을 갖지 않고, 다른 사람과 내 몸을 비교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해도 허기는 밀려오죠. ‘그래도 나는 아름다워‘라는 생각은 제게는 좋은 방법 같진 않았어요. 다만 매일매일의 싸움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순간 깨닫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매일 나의 욕망과 싸우는 과정의 반복이 아닐까.
허기를 느끼는 제 모습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과 매일매일 싸우는 게 저를 훨씬 더 외모 중립적으로 바라보게 하더라고요. 광고나 드라마, 영화 같은 이미지와 맞서려면 그것과 싸우는 말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읽고 보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 의미에서 미국 시트콤을 좋아하는데, 끊임없이 다른 몸과 다른 존재들이 나오거든요. - P230

그때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사람은 혼자 사는 거구나. 몸의 고통을 잘대 누군가가 대신해서 느껴줄 수 없구나. 아무리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나를 위해 슬퍼해도 몸의 고통은 내가 다 느껴야 하는 거구나. 기침을 한다거나, 자세를 조금 바꾼다거나, 걷거나 눕거나 모든 행동에서 통증이 오니까 ‘내가 그냥 견뎌야 하는구나‘ 싶었어요.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면서 굉장히 약했던 체력이 조금씩 차올랐죠. 어느 햇살 눈부신 날이었어요. 제가 걷는 걸 좋아하거든요. 걷고 있는데 ‘아, 이 느낌이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이상 아프지 않은 것이 좋았고, 내가 원하는 곳을 갈 수 있다는 자유로운 느낌도 좋았어요. 그 순간이 기억에 남아서 앞으로도 건강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저도 이전까지는 보이는 몸에 대해 많이 생각했었어요. ‘건강하다‘는게 그리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건강한 몸이라는건 우리 사회에서 뭔가 날씬하지 않은 몸을 뜻하잖아요. 그런데 아픈 경험이 있고 나서는 ‘보이는 몸 이외에도 다른 몸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튼튼한 다리가 미워 보이지 않고, 뭔가를 들 수 있는 팔, 운동할 수 있는 근육, 이런 게 조금씩 더 중요해졌어요. 그게 저에게도 배움이었던 것 같아요.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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