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몸 1 - 몸의 기억과 마주하는 여성들 말하는 몸 1
박선영.유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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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면 무딘 질문을 하기 쉬워서 되도록 질문을 던지기 이전에 잘 알려고 한다. 많이 아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잘 몰라서 그랬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끔 여러 방법을 동원해 알려고 하는데 나는 주로 경험을 사용한다. 몸을 통해 비슷하게나마 겪어본 일이라면 그 앎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우리의 경험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기에 그 앎에도 한계가 있고, 공허할 때도 있다. 남의 경험 앞에서 내 경험을 말하는 일은 어쩌면 쉬운 방법일 수도 있다. 어떤 고통을 얕보지 않고 또 과장하지도 않고 정확하게 접속해서 듣는 일의 어려움을 생각한다.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고 싶어서 애쓴다. - P102

아흔 살에 주저 없이 새로운 일을 시도해본다는 것도 좋았지만, 바르다에게 마음을 완전히 뺏긴 건 영화 말미 자신의 오랜 친구인 장뤼크 고다르를 만나러 가는 장면에서다. 은둔자로 유명한 장뤼크 고다르가 자신을 쉽게 만나주지 않자 바르다는 그만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각본에도 없던 결말 앞에서 바르다의 눈물은 그치질 않는다. 그 모습은 ‘늙지 않음‘이 아니라 ‘어떻게 늙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도 저렇게 생생한 감정을 갖고서 그대로 나이들고 싶었다. 무딘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작은 감정을 지나치고 타협하는 순간이 점점 많아진다고 느끼지만, "사는 게 그런 거지"라는 말은 최악이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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