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호기심의 양이 다르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이랑 좋은 기분으로 있을 때는 관찰력이 잘 발동하는 것 같아요. 그것도 다 몸으로 하는 일이라 정보를 습득하다보면 피곤해지잖아요. 저는 많은 정보와 아예 차단되는 시간이 꼭 확보돼야 누군가를 만날 힘이 생기는 것같아요. 누굴 만나려면 발휘해야 하는 친절이랑 예의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오롯이 혼자인 시간이 꼭 확보돼야 한다고 느껴요. 그래서 그런 시간이 확보되지 않은 채로 누군가를 만났을 때 굉장히 불친절하고 나쁜 사람이 됩니다. 친구들은 저의 이런 예민함과 까칠함을 잘 알고 있어요. 그들에게도 약간의 미안함을 갖고 우정을 맺고 있습니다. 저는 일간 연재를 하면서 매일매일 저에 대한 흑역사를 추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안 해본 걸 해보고 싶어서 무리하다가 여러 가지 실수를 하고, 대체로 많은 일에 조급하다고 느껴요. 그러면서 과장된 표정을 짓는다든지, 웃기지 않은데 웃는다든지, 지나치게 예의바르거나 겸손한 척한다든지, 이런 태도의 실패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저에게 어떤 태도가 가장 편안한지 탐구하는 편이어서 어떤 자리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는 늘 후회를 많이 하곤 합니다. - P54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해, 이런 말들 많이 하죠. 어떻게 보면 공허하잖아요. 저는 항상 저를 하체비만이라고 생각했어요. 친구들끼리 농담으로 "나는 하비야"라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저는 허벅지가 굵은 편이기 때문에 허벅지로 버티는 자세를 다른 사람보다 좀더 빨리 배웠어요. 실제로 온몸이 하는 일이 있고 기능이 있으니까 마음에서 우러나서 믿어지는 거예요. 그렇게 허벅지도 하는 일이 있는데 누가 제게 "네 허벅지 못생겼어"라고 하면 ‘넌 이게 어떤 일을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라는 생각이 들 것 같거든요. 편해지더라고요. 식사량 조절도 하지 않게 됐어요. 폴댄스가 절식하면서 할 수 있는 운동도 아니에요. 지금은 잘 먹어요. 몸무게가 68킬로그램 나가거든요. 많이 나가는 게 아닌데도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내가 68킬로그램의 몸으로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편해졌어요. 그 숫자는 내 것이니까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말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 P70
폴댄스는 좋은 게 뭐냐면요, 선생님들이 그런 여자들을 너무 많이 만나봤거든요. 브래지어랑 팬티 차림으로 부끄러워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레슨을 해보신 분들이잖아요. 실패했을 때도 걸음마하는 아기를 다루듯 "되게 잘했어요"라고 말하고요, 못했어도 "잘했어요"라고 말해주세요. 운동을 처음 하는 여성으로서 느끼는 수치심을 잘 알아준다는 걸 느꼈어요. 성인이 되어서 운동할 때 좋은 점은 실패하더라도 칭찬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에요. 정말 못했더라도 거기까지 온 나를 칭찬해주면 돼요. 친구들 만나보면 ‘폴댄스가 재미는 있는데 늘지 않아서 그만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어느 정도 하지 못하면 ‘난 이걸 할 자격이 없구나‘라고 스스로를 탈락시키는 느낌이 많이 들거든요. 그런데 남자들은 무릎이 깨지면서도 축구를 배우고 못해도 동네 친구들끼리 서로 배우잖아요. 여성들은 실수하는 걸 사회에서 관용해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러나 운동을 안 하고 내 몸의 기능을 깨치지 않아도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았다면 이런 여정 없이도 진작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운동이라는 게 사실 평등하지 않잖아요. 신체적인 한계나 여건 때문에 운동할 수 없는 분들을 좌절시키고 싶지 않거든요. 누구든지 타인을 경유하지 않은 눈으로 내 몸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 방법은 각자에게 맞는 방식이 었으면 좋겠어요. 저에게는 그게 폴댄스였고 다른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해준 좋은 말일 수도 있고요, 어떤 분은 강인해서 처음부터 그런 걸 신경쓰지 않고 살 수도 있죠. 어떤 경위로든 다른 사람의 시선에 의해 나 자신을 학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여러분, 폴댄스는 제가 너무 사랑하지만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아요. 애초에 폴댄스로 깨치지 않고 방바닥에 누워서 귤을 까먹으면서 내 몸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해요. 다들 그러셨으면 좋겠고요. 우리 모두에게 좀더 관대하고, 특히 미래에 대해 하는 이야기는 무조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니 저도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줄게요.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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