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접 아는 사람이 아니라 몇 다리 건너 연결된 사람이라고 해도, 그의 생활 방식이 나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주고 나 또한 그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가까운 친구들은 10촌과 유전적으로 동등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우리가 자주 접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경향이 있고, 자기와 비슷한 성향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기 때문이다. ‘우편번호가 그의 유전자 암호보다 건강을 더 잘 예측하는 요인‘이라는 말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 나는 건강한가? 의료 검진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그들과 함께 빚어가는 경험 세계가 중요한 지표가 되는 셈이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는가? 거기에 흐르는 감정은 무엇인가? 소통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즐거움과 충만함은 의료적 처치 못지않게 건강을 증진시킨다. 면역력의 원천이 되는 생명 에너지도 유쾌한 사회적 활동에 접속할 때 넉넉해진다. - P220
섬세함과 예민함의 차이는 무엇인가. 나의 오랜 친구이자 스승인 조영훈 교육센터 <빛·숨> 센터장이 명료하게 구분해주었다. 전자가 상대방의 존재에 마음이 닿아 있는 것이라면, 후자는 자신의 에고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섬세함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내면에 귀 기울이면서 기쁨과 슬픔, 평온함과 고통을 기꺼이 나누는 감수성이다. 그에 비해 예민함은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려는 생존 본능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면서결국 고립을 자처하게 된다. 이러한 차이를 염두에 두면서 관계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 타인을 충분히 배려하되, 나에게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거리를 두거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상대방의 속 깊은 이야기나 나를 위한 진심어린 조언에는 귀를 쫑긋 세워야 하지만, 별 생각 없이 툭툭 던지는 말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야 한다. - P229
캐나다의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조성이 발흥하는 도시의 모델을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관용 tolerance으로 설명하는데, 이 가운데 관용은 어떤 장소가 기술과 인재를동원하고 유인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 요소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이민자, 예술가, 동성애자 그리고 인종적 통합에 개방적인 곳일수록 기술과 인재를 성공적으로 활용한다. 문화적으로 개방적인 장소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되게 하고 서로 다른 정체성을 인정하도록 함으로써, 각계각층의 사람들로부터 나로는 창조적 에너지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 P238
이때 중요한 것은 애매함을 견디는 마음이다. 우리 두뇌는 무엇이든 확실하게 규정하고 싶어 하지만, 인식의 대상은 늘 분명하지 않다. 사람이든 현실이든 언제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품고 있기 마련이다. 사람은 자라면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게 되고, 그 과업을 수행하면서 철이 들어간다. 인간의 성장이란, 자기 뜻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하나둘씩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 그런데 인간이 철들기란 쉽지 않다. 어른이 되어도 유아적 성향이 남아 있어서, 상대방이 내 의견에 동의해주지 않으면 거절로 해석하기 일쑤다. 그러한 에고의 습성을 알아차리고 거기에 끌려가지 않도록 마음을 붙잡아야 한다. 칼 로저스는 ‘반대의 관점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이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는데, 불편한 반응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성숙한 사람이다. 불확실하고 의심스러운 상태라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 P243
그러한 태도는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 특히 리더들에게 더 요구된다. 주어진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다각적으로 파악하고 문제 해결의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는데, 그 작업을 개개인의 능력만으로 해내기는 어렵다. 조직 구성원들이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서로 보완하면서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한다. 열쇠는 유연한 사고력과 그것을 북돋는 소통의 방식이고, 리더는 그런 조직문화를 일궈갈 책임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이 직원들과 나누는 대화 방식을 살펴보아야 한다. 대화는 대부분 질문과 대답으로 이뤄지며, 어떻게 질문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이 전개된다. 특히 상급자가 부하직원과 소통할 때,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리더는 모든 것을 이끌어야 한다는 잘못된 통념 때문에 질문보다는 지시나 단언을 하게 마련이고, 질문할 때도 자신의 의견을 은근히 강요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기 때문이다. 미국 MIT공과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에드거 H. 샤인과 피터 샤인 교수는 그런 식으로 소통할수록 조직은 상투적인 대답과 어색한 침묵 속에서 경직될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겸손한 질문humble inquiry‘을 제안한다. 여기서 ‘겸손함’이란, 형식적으로 자기를 낮추는 자세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질문할 때 자기가 정말로 그 문제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도 그런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능력만으로는 복잡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한계를 정직하게 받아들이면서 함께 배우려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 겸손한 질문의 핵심은 무엇인가. "호기심, 진실을 향한 열린 마음, 또한 서로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상대방을 논쟁으로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유된 맥락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적절히 대응하는 법"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조직 구성원들은 그런 화법을 통해 새로운 관점과 통찰에 이를 수 있다.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은 대화의 핵심을 이렇게 짚은 바 있다. "참된 대화는 둘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이 서로가 자신의 확실성을 기꺼이 보류하려고 하는 것이다." 확신은 진실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 확신을 내려놓고, 명료함을 구해야 한다. 자기를 겸허하게 비우고 경청하기. 정직하고 열린 질문으로 다가가기. 모름을 투명하게 받아들이고 순수한 앎을 향하여 함께나아가는 마음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그여백에서 상호 이해의 길이 열린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도 더욱 유연하고 우아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겸허한 질문과 경청은 창의성의 원동력이 된다. - P245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무언가를 만들어내려 할 때 끌어다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이나 자원은 무한에 가깝게 열려 있다. 따라서 연결 그 자체가 좋은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는 혼란을 가중시키고 길을 잃게 한다. 어떤 주제 내지 목표를 중심으로 자원들이 선별되고 배열되어야 한다. 그러한 초점이 명료하다면, 전혀 상관없는 자료나 경험들이 융합되면서 의외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고정관념의 틀을 벗어나고 기존의 여러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모험을 감행할 수 있는 지성이 필요하다. 연결지능은 그렇듯 자기 나름의 지향을 가지고, 다양한 자원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는 능력 위에서 꽃피운다. 그런 능력은 맥락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안목과 과제의 본질을 파악해내는 직관을 내포한다. 중요한 점은, 그것이 머릿속에 지식을 잔뜩 집어넣는 데서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황에 부딪쳐 씨름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면서 터득해가야 한다. 리얼리티에 대한 통찰과 문제의식이 분명할 때, 방대한 정보와 지식, 경험과 자원들이 취사선택되고 편집되어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얄팍한 지능이 아니라 깊은 지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그것은 다양한 장에서 존재를 연습하는 가운데 형성된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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