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에 사는 성소수자들은, 아니 망원동에 살지 않는 성소수자들 또한 한 번쯤은 ‘망프란시스코‘를 상상하지 않을까. 퀴어프라이드 기간이면 도시 전체가 무지개로 물든다는 샌프란시스코 같은 공간으로 내가 사는 동네를 만들고 싶다는 염원 말이다. 시간과 공간을 이웃과 나누는 경험이 켜켜이 쌓인다면 언젠가 그러한 염원도 실현 가능할지 모른다.
무지개집 사람들 대부분에게 무지개집 이전에 경험했던 집은 마을로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때의 집은 퀴어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닫힌 장소로서의 집이었고, 따라서 마을로 통할 수도 없었다. 이들은 마을에 바라는것이 없었으며 마을도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지 못했다. 그러나 무지개집을 통해 담장을 넘어본 거주자들은 마을을 새롭게 인식하고 경험하면서 스스로 마을에 속한 사람이 되었다. 내가 여기에 살고 있음을 말하고 드러내며, 이웃을 환대하고 이웃에게 환대받을 수 있는 동네 사람이 되기로 한 것이다. 나아가 다른 이웃들의 경험을 확장해주기도 하는 그런 이웃이 되었다.
도시에서 지역성을 만들고 다르게 변화시키는 것, 그리고 이웃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무지개집 사람들은 고급빌라, 연예기획사, 교회, 시민단체, 작은 가게, 지역 풀뿌리운동 등 이질적인 것들이 섞여 있는 망원동에서 다양한 규범과 문화가 경합하는 장소로서의 동네를 만났다. 그러면서 동네 공간을 점유한다는 것, 이웃을 만든다는 것, 주민이 된다는 것 모두가 정치적인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끼리 비밀로 사는 것‘과 ‘마을에 어울려 사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경험 세계의 격차 또한 체감했다. 마을에 어울리는 경험이 늘어나는 만큼 지역 안에서 숨 쉴 수 있는 공간 또한 확장된다는 걸 느낀 것이다. 더 많은 퀴어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소소한 일상을 성취해낼 수 있기를 고대한다. - P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