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성에 대처할 자본이 충분치 않은 사람들이 바로 그 자본의 결여 때문에 비합법적 관계망에 깊숙이 연루되는 상황, 남의 편법을 흠잡지만 정작 자신도 편법으로 살아가는 것 외에 방도가 없는 상황, 그럼에도 ‘수급자‘ ‘노숙인‘ ‘○○충‘과 같이 낙인의 대상을 별도로 구획함으로써 자신의 안전과 정상성을 확보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 우리 시대 다양한 현장에서 수시로 출몰하고 있다. 오늘날 자본은 "거대한 괴물이 되어 점점 폭주"하고(하비 2021: 25), "자본주의라는 짐승이 자애로운 사회적 규제로부터 도망치는 일이 거듭 반복되지만(지젝 2012: 37), 괴물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은 저들끼리 먹고 먹히는 게임을 반복하느라 연대가 아닌 적대의 시선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처지에 놓이곤 한다. - P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