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의 해외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와 기업은 청년 실업과 고용 불안을 초래한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긍정적 화두로, 시대적 책무로 전환했다. 이 위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대학생-청년들에게 대기업에서 비용일체를 부담하는 글로벌 캠프는 자신의 커리어 경쟁력을 높이는 대외활동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렇게 범람하는 의례는 참가자들이 ’글로벌 인재‘라는 요구에 기꺼이 퍼포먼스로 화답하는 장인 동시에 오랜 기간 쌓아온 마음의 결핍을 일시적으로 메우는 기회였다. 해외 자원봉사가 타국의 경제적 빈곤에 대한 적극적 개입이라기보다는 신자유주의 시대 실존의 빈곤을 보듬는 ‘치유‘ 기제가 된 것이다. 자족적·단편적 분절적인 에피소드식 활동의 연쇄 속에서, 사회적 관계의 부재에 따른 불안은 일시적으로만 봉합되었고, 만족의 유예는 학생들로 하여금 또 다른 에피소드, 혹은 더 나은 에피소드를 찾아 동분서주하게 했다.
프로그램의 결과를 영상물로 남기는 것은 당시 모든 해외 자원봉사 프로그램에서 유행이었는데, 열흘간의 일정을 5분여의 화면에 담아내는 과정은 일시적인 봉합의 측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에피소드가 탄생하지 못했다는 조급함은 영상물에 드러나지 않는다.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가장 짧고 선명하게 압축된 에피소드들, 가령 친구들과의 우정, 현지 아이들의 함박웃음, 젊음의 열정과 패기가 어우러진 일련의 스냅사진들이다. 한 참가자의 예측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것만 남아" 간명한 에피소드들은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뒤이은 소셜미디어에서의 만남은 활동을 끝낸 참가자들이 추억을 되새기면서 잠재된 불안을 관리하는 일시적 환경을 제공했다. 언제 와해될지 모를 이 공동체가 "두려움을 느끼는 개인들이 비록 짧은 순간이나마 그들의 두려움을 집단적으로 의지할 개별적 말뚝" (바우만 2009: 63)이 된 것이다. - P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