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생활보호법이 기초법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주민들은(과거처럼) ‘노력‘을 해서 결과를 바꿔낼 여지가 거의 사라졌다는 데 당혹해했다. 기존의 생활보호법과 비교해서, 기초법은 일선 공무원의 관료-기계로서의 성격을 한층 강화했다. 레비 R. 브라이언트에 따르면, 관료기계는 일정한 양식에만 열려 있다. 양식은 그 자체로 입력물(질병, 장애, 집, 가족, 일, 빚 등)에 조작을 가하여 "어떤 조직적인 소통 매체로 변환하는 기계다. 사전에 규정된 특정 기준에 따라 양식에 적시된 것만 전달 가능하므로 "우리의 사람됨, 우리의 처지, 우리의 삶은 양식에 의해 사전에 규정된 범주에 따라 분쇄되고 걸러진다. (브라이언트 202093) 신청자의 구구절절한 말과 망가진 몸은 각종 서류 ‘양식‘을 통해 인증을 받고, ‘기계‘를 통과해야 심사 자격을 얻는다. - P45
"사회적 빈곤의 이미지는, 빈곤의 특정한 단계라기보다는, 그것이 가진 유동성과 무한성의 느낌들, 즉 이 모든 위협적 특징을 야기하는 도시 군중의 거대하고 모호한 인상을 강조한다." (프로카치2014: 237) 프로카치는 이 담론의 공격 대상이 (산업사회에서 자연적이고, 반박 불가능한 사실로 인정된) 불평등의 제거가 아닌 "차이의 제거"임을 역설한다. ‘차이‘라는 표현을 통해 그가 강조했던 바는, 사회적 빈곤이 일련의 품행-즉사회화 기획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태도를 겨냥하면서 극빈을 "신체적·도덕적 습성들의 집합"으로 간주했다는 점이다.(2014 240) 술에 절어 방탕하게 사는 사람, 장래에 대비하지 않는 사람, 구호금을 탕진하는 사람 등 자본주의 체제 노동자 기준에 미달하거나 노동자이기를 거부하는 모든 사람이 품행이 의심스러운 빈민으로 내몰렸다. 경제적 의존을 도덕적·심리적 의존과 자의적으로 연결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 그 이상의잘못된 무언가가 있다"라는 암묵지를 만든 것이다.(Dean 1999: 62)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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