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동 - 가정, 병원, 시설, 임종의 침상 곁에서, 돌봄과 관계와 몸의 이야기
매들린 번팅 지음, 김승진 옮김 / 반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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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아네마리 몰Annemarie Mol은 "선택의 논리"와 "돌봄의 논리"는 정반대이며 전자가 후자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의 당뇨병 전문 진료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몰은 이 두 논리 사이의 긴장을 탐구했다. "좋은 돌봄은 개개인이 정보를 잘 따져보고 선택을 내리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좋은 돌봄은 아픈 신체와 복잡한 삶에 지식과 기술을 세심하게 적용하고자 하는 지속적이고 협업적인 시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몰은 "좋은 돌봄의 이상은 소리 높여 주창되지 않고 진료 행위에 조용히 통합되어 있지만"(애절리 힐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말이다.) 현재는 "이것이 위협에 처해 있으니만큼 분명하게 소리 높여 표현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아네마리 몰은 선택이란 근본적으로 정치적인 개념이라고 본다. 서구 문화에서는 막대한 상업적, 개인적 자원이 선택의 열망을 독려하는 데 투자되어서 그런 선택을 판매하고 우리가 그런 선택을 내리도록 설득한다. 아네마리 몰은 이것이 "규율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자기 운명은 다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의료의 문제에서는 어떤 선택도 명확할 수 없다. 선택의 논리와 돌봄의 논리는 각각 필요할 때가 있지만, 선택의 논리 쪽에 특전이 놓이면 돌봄의 논리가 무시되는 문제가 생기며 그때는 둘이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몰은 이렇게 언급했다. "돌봄이란 과정이다. 여기에는 명확한 경계가 없다. 즉 돌봄은 열린 과정이고 시간의 문제다. 돌봄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깔끔하게 전달되는 사물이 아니라 모종의 결과를 향해 시간을 두고 함께 협업하는 여러 사람의 손을 통해 작동되는 결과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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