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을 집에 들이세요. 원하시는 방식으로요." 돌봄은 소비자의 욕망의 대상이 되었고 금전 거래로 얻을 수 있는 사물이 되었다. 한 간호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의 구분이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소비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죠. 원하는 것을 절실히 필요한 것으로 여기게 하는 거요." 이러한 필요가 다시 수요로 바뀌면서 의료 및 돌봄 시스템에는 막대한 과부하가 걸렸고,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에서 본질적인 측면, 가령 호혜성이라든가 자신의 일에 손과 머리뿐 아니라 어떻게 심장도 개입시킬지를 판단하는 돌봄제공자의 자율성 같은 것은 숨겨지거나 아예 제거되었다. 정문 옆에 나붙어 있던 광고는 이런 과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한다. 병원에 들어서는 모든 의료진, 환자, 방문자의 기대와 이해를 특정한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짬을 내어 커피를 마시며 나와 이야기를 나눈 한 간호사는 "맡겨놓은 거라도 있는 듯이 구는 문화"에 분개하면서, 손가락을 튕겨 딱 소리를 내는 것으로 간호사를 부르는 환자도 있다고 했다. 일반의 진료소에서 진료를 받고 나면 환자들은 비행기 승무원 서비스를 평가하듯이 진료 경험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며, 여기에서 진료 관계는 소비자 계약과 비슷한 것이 되어버린다. 의료와 사회적 돌봄 분야의 문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달하다deliver[배달하다]’라는 단어도 문제가 있다. 물품이나 패스트푸드를 전달할 수는 있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는 그럴 수없다. 전달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넘겨준다는 의미인데, 돌봄은 그렇게 유한하거나 깔끔한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돌봄에는 친밀성이나 취약성 같은 측면이 얽히고설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 P47
많은 페미니스트 철학자들이 돌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고자 노력해왔다. 조앤 트론토Joan Tronto는 돌봄이 도덕적인 개념일 뿐 아니라 정치적인 개념이기도 하다고 본다. 그에게 돌봄은 "우리가 그 세계 안에서 되도록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세계를 지속시키고 유지하고 고치기 위해 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하는 노동이다. 트론토는 이러한 노동을 구성하는 네 가지 윤리적 요소로 관심, 책임, 역량, 반응성을 꼽는다. 세라 러딕Sara Ruddick은 "돌봄은 노동인 만큼이나 관계이기도 하다."라며 "돌봄노동은 내재적으로 관계적인 노동"이라고 말한다. 롤로 메이Rollo May는 돌봄이 감정 이상의 것이며 "무언가를 행하는 것, 무언가에 대한 의사 결정"이라고 본다. 한편 돌봄을 미덕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버지니아 헬드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헬드는 돌봄이란 이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그것을 제공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후생에 대해 호혜적인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관계"라고 설명한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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