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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선의 -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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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글에서 저자의 온기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누군가가 아득히 놀랄 냉소도, 너무 뜨거워서 어찌 다룰지 모르겠는 온도도 아닌 배려 차원의 ‘적당한 거리감’과 세상을 향한 ‘따스한 온기’랄까.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함께 살아가는 방향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글.

때때로 ‘선의’를 베풀 용기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 주춤하는 이들에게, 누군가를 향한 우리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작은 배려가 받는 이에겐 위안으로, 동기부여로, 삶을 반추할 통로가 된다는 이야기를 저자는 다양한 글감을 통해 전한다. 우리 삶에 수놓인 ‘별것 아닌 선의’가 모여 일말의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게 아니겠냐며.

내가 바라보는 ‘시야’에 비치는 가까운 이에게나 아득해보여도 마음이 가는 사람들에게 생기는 작은 ‘연민’이, 시간이 흐르며 다시 나를 찾아올 때 다음번에는 더디게 지치도록 ‘호의’의 마음을 품으며 사는 것, 그렇게 서로를 지탱하며 세상을 살아보자는 따스한 요청이 담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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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도시 - 뉴욕의 예술가들에게서 찾은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
올리비아 랭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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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욕의 예술가들을 잘 모르기도 하고, 관심이 없기도 했고, 뉴욕이라는 도심의 분위기나 그 도시가 내포하고 있는 것들을 쉬이 벗 삼지 않아 왔기 때문에 낯선 이 책의 언어와 표현이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도심’이라는 특성상 근 삼 년간 거주한 서울 도심의 냉담함을 떠올리는 것이 범주의 전부라는 한계도 있었다. 그럼에도 고독은 시대와 나라, 환경을 뛰어넘어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고, 고독은 인류에게 또 하나의 언어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예술가의 자취를 밟아가며 느낄 수 있었다.

도심 속, 혹은 대중 속에서 고독을 마주한다는 건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오히려 대중 속에서 더 쓰라린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삶에 고통은 보다 더 깊이, 가까이에 존재한다. 때문에 책의 도입부에서 말하고 있듯, 고독은 피할 것이 아니라 보다 더 다양한 정의가 필요하다. 때문에 고독을 마주하고 고독이 인간에게 일깨워주는 지점들을 고민할 수 있는 것, 더불어 고독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는 방법 내지는 대상과 교제하게 되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그럼에도 인생을 살며 한 번쯤 가능할 수도, 혹은 영영 불가능할지 모르는 일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고독이 내재되어 활개쳐도, 쉬이 벗 삼지 않으니까.

내가 아는 곡 중에, 고독을 잘 표현한 노래가 하나 있다. 바로 이소라의 <Track 9>과 자우림의 <위로>. 이 두 곡을 듣게 된 날, 나는 고독의 감정을 짙게 만났던 기억이 있다. 이외에도 영상과 노래, 사진을 통해 나는 고독을 읽는다. 비록 책에 나오는 예술가들의 그림을 통해 고독을 읽기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곤 하지만, 예술의 범주 내에 있는 ‘음악’을 통해 가사로, 다양한 음으로, 내 고독을 언어화하도록 해준 경험이 수놓여있다. 그렇게 예술은 고독이나 다른 감정과 같이, 삶에 가까이 자리하며 표현의 수단이 되어주거나, 깨달음의 근원이 되어주는 힘이 있다.

예술의 힘이자, 인간의 창의적 상상력을 통해 내가 나를, 타인과 나를 연결해 주는 힘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선 예술가들이 자신의 삶에서 고독을 어떻게 마주하고 대했는지, 그리고 어떤 산물을 남겼는지 이야기한다. 어떤 방편으로든 자신의 삶에서 고독의 면면을 마주하며 치열히 살아간 흔적은 후대에게 또 다른 언어와 정의를 선물해 주고, 깨달음을 준다는 점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손에 쥐고 살아가고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각 개인의 삶에 수놓은 고독은 쉬이 정의되지 않겠지만, 책을 찬찬히 읽고 체화하며 고독의 걸음을 떼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더 다양한 표현으로, 더 다양한 정의로 인류의 고독이 고독하게 자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서.

“우리는 상처가 켜켜이 쌓인 이곳, 너무나 자주 지옥의 모습을 보이는 물리적이고 일시적인 천국을 함께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다정함을 잃지 않는 것, 서로 연대하는 것, 깨어 있고 열려있는 것이다.” p.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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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공동체,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안병은 지음 / 한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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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안병은, 한길사


국가는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을 말로만 강조한다. 말로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내보내서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중증 정신질환자도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관리를 꾸준히 받으면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대로된 병원 치료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P.53)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사례를 들어가며 이어지는 글은 전반적으로 친절했고, 에세이 형식으로 쓰인 글이기에 이해하기 쉬웠다. 다양한 사례와 경험들, 조현병 당사자가 사회로부터 받는 낙인, 그리고 그러한 낙인으로 인해 자신의 아픔을 부정하게 된다는 점까지. 쉽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당사자의 마음을 헤아리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거나 낙인으로인해 위험한 존재로 치부되는 존재들을 수용하여 ‘자신의 눈에서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이 이어져 온 이유는, 사회의 통제와 권위에 의해 파생된 것이라는 관점이 내게 유의깊게 다가왔다. 또한 조현병 대상자가 자신의 아픔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자유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기원된다는 점이 안타깝고 씁쓸했다.


평범하지 않거나 부족하다고 해서, 아니 ‘평범해 보이지 않거나’ ‘부족해 보인다고 해서’ 정신질환이 있는 건 아니다. 독특하거나 보편적이지 않을 뿐이다. 평균에서 벗어나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반항적이고 튀는 행동이 비정상이라며 정신질환으로 진단 내리려는 지금의 시대가 ‘비정상’이다. (P.25)


평소에도 이분법적 잣대나 정상, 비정상의 구분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또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사자성이 결여되어 미처 알고 느끼고 듣지 못한 것이 많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문제의식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는 일이 쉽지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고민과 실천을 과감하게, 전문성을 남용하지 않고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며, 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저자의 삶이 빛나 보였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정신 건강학적으로 아픔,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낙인으로부터 자유해지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며, 사회가 함께 품을 수 있는 준비와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에 나 또한 지지와 연대를 표하며, 조금 더디고 늦더라도,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을 빚는 논의와 발걸음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시작은 주변인들의 지지와 신뢰에 기반된 관계성에 있다. 정신 병원에 입원하는 행위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며, 수용되거나 갇혀서 치료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한 자신의 아픔이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멀어지는 이유나 근거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때문에 머나먼 대상에 대한 실천, 삶이 아닌 지금 내 곁에 있는 이들의 어려움을 듣는 것으로부터 연대의 시작은 가능하리라고 믿는다. 작게 느껴지는 실천에서 시작하여, 개인의 아픔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공동체적 보살핌과 책임으로 ‘함께함’을 체감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보다 나은 연대와 공동체로, 제도로, 삶으로 실천과 실현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그렇게 다채로움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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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 인간은 어떻게 미지의 세상을 탐색하고 방랑하는가
마이클 본드 지음, 홍경탁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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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마이클 본드 지음 홍영탁 옮김, 어크로스

“길을 잃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어떤 대답을 할까? 어렸을 때부터 길을 잃은 경험은 숱하게 있지만, 어른이 되어 서울에 상경한 이후 지도 앱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 되었고, 무엇보다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나를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서울 시내에서도 처음 가봤던 때의 설렘, 두려움, 호기심으로 무장한 두 눈과 긴장한 몸짓은 온데간데없고, 지치고 피곤한 눈과 흘러내릴 것 같은 몸을 이끌고 헤매는 일 없이 터벅터벅 집에 들어가는 것도 이제는 흔한 광경이 되어버렸다.

문득 그런 모습을 인지하고 나면 같은 목적지를 다른 방법으로 가보거나, 여행을 떠나곤 했다. 아는 이 하나 없고, 머릿속에 지도를 상상해 그릴 수 없는 ‘타지’에서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걷는 길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날 인도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 어려운 상황을 ‘직시’하는 법을 배워갔다. 타지에서는 ‘타인’같은 나를 발견하기 쉬웠고, 길을 찾을 땐 부득이하게 지도 앱을 이용하는 것밖에 답이 없긴 했지만.
어쩌면 길을 잃을수록 지도에 더욱 의존하는 것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고 예상하지 못한 다른 차원의 스트레스에 에너지를 ‘낭비’한다고 여겨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는 생각으로부터 길 찾기에 실패했다는 낙망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두려움은 배가 되었을 수도 있다.

책을 읽어가며 ‘길을 찾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필요한 기능이면서, 자신의 위치와 자신들 둘러싼 환경을 인지하며, 삶에서 주체성을 깨달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길을 찾는 것은 ‘애초에 좋은 길잡이’이기 때문이 아니라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책은 독자를 북돋아주고 있었다.
단순히 ‘지리적으로 길을 찾아 걷는 인류 이야기’를 풀어낸 책은 단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실험과 이야기들을 한데 묶어, 길을 찾아내는 인간의 역량 발전, 성별에 따른, 나이에 따른, 상황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지지만, 복합적인 내용을 통해 책은 ‘GPS에 의존하여 걷지 말고, 삶에서 길 잃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는 듯하다.

GPS 사용이 보편화되어 가장 빠른 길을 알려주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편리’라는 이름 하에 인간의 능력을 묻어두고 살고 있다. 이는 삶의 길(진로)를 찾는 것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까.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 감정’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잘 다뤄내는 것은 ‘경험’에 의한 능숙함이 필요하다.
경험해보지 않고는 누구도 능숙할 수 없고, 해결 방법을 도출해낼 수 없다. 삶의 경험은 몸과 마음에 흔적을 남기고, 다음 발걸음을 떼는데 동기를 부여한다. 그런 차원에서 ‘안정’을 이야기하며 인간이 ‘느낌의 숨통(범위)’을 조이는 것은 오히려 현대사회와 스스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의 위치를 알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주어진 길을 차근히 지려밟아 표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비록 스스로 생각하는 멋지고 완벽한 루트를 한 번에 밟아내지 못하더라도,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걸어낸 찰나의 걸음은 뒤돌아갈 수 있는 여유와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선물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잠시 길을 잃어도 괜찮다. 어머니께서 가라사대, “세상의 모든 길은 연결되어 있다”라는 마음으로 살면 어떨까. 인간의 걸음걸이 중에 무의미한 걸음은 없으리라는 생각으로 표방과 표류를 일삼는, 인생의 주체적인 탐험가가 되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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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무루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무루(박서영)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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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박서영 지음, 출판 어크로스


오랜만에 후기를 빨리 적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많은 문장에 공감의 울림이 있었고, 내 삶과 연관지어 움켜쥐고픈 문장들이 많아 인스타 스토리에 찍어 올리기도 했다. “책 이름이 뭐냐”라고 많은 이들이 물어오는 걸 보며, 나 외에 많은 이들에게도 환희를 살 책라고 느꼈다.


이 책에 눈에 들어왔던 가장 큰 이유는,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라는 포인트였다. 노인복지론을 배우면서도 들었던 사회가 생각하는 노인상에 대한 고민과 겹쳐, 누구나 늙는 숙명을 지닌 인간이라면 ‘늙은 나의 모습’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기 마련이고, 책이 내게 건네올 말이 궁금했다.


할머니, 혹은 노인이라는 대상을 흔히들 떠올리는 이미지는 건강하지 않고, 사회적 차원의 돌봄이 필요하며, 사회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만 같은 존재로 연상될 것 같은 이미지가 여전히 강한 것 같다(고 나는 느낀다). ‘독거 노인’의 어두운 프레임. 나는 나의 삶이 그것들에 여전히 자유하지 않은 듯하여,  ‘건강한 노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가제본이 짧게만 느껴져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는 후문… 책을 내 삶에 덧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만 같아 많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40대를 지내고 계신 작가님은, 비혼이시지만 공동체 지향적인 노년을 꿈꾸신다. 현재와 과거의 삶 속에서도 따라오는 질문들에 재정의하셨다고 느꼈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질문의 물꼬를 멈추지 않고 계시다고 생각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들이 세상과 어울려 살아갈 방법 또한 더 많아질 것이라”고, “독신의 삶이 결핍이나 불완전, 미완성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선택지라고 인정받으면 삶의 방식은 더 풍성해질거”라고 이야기 하신 부분은 생각의 물꼬를 트게 하는 문장이었다.


‘사람에겐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비혼이 단순히 ‘혼자 살겠다는 이기심’으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각 개인에 따라 비혼을 지향하고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며, 각기의 논리적 사고에 대한 결론이 도출한 것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생겨나고 있는 마당에 ‘비혼=혼자 산다’는 것도 고정관념 아닌가. 선택에 대한 사회적 환대를 사회가 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고, 선택이 더 다채로워졌으면 좋겠다.


비혼도, 노인도, 모두 동정의 대상이 아니며 하나의 선택지라는 인식은 점차 퍼져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기존과 다른 누군가를 품어내는 품이 좁다 느낄 때가 많다. 가족에게 조차도 그렇고, 사회복지적 측면에서도 예방적 차원보다, 뒷수습의 차원으로 시행되는 것들은 얼마나 많은지... 사회의 일원으로서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변해야 할 문제다.


길지 않되 짜임새 있는 글과 함께, 동화책 스토리를 풀어내는 탁월함은 책의 전반에서 돋보이는데, 어른이라는 명목하에 ‘동화책은 나의 책이 아니라’는 편견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렸을 땐 지금보다 책을 더 안 읽었지만, 이제 동화책은 읽지 않아도 된다 판단했던 것과 다르게 “이렇게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니!” 하며 오류에 부끄러워하는 건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짧은 가제본을 통해서도, 작가님이 던진 질문들이 내게 투영되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이 글을 읽은 분들은 스스로 먹고, 입고, 자고,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지며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어떻게 재정의를 내리며,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도. 이제껏 살아왔던 생활 방식보다 더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삶들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차근히 지려 밟아 볼 수 있게 해준, 반가운 힐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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