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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무루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무루(박서영)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박서영 지음, 출판 어크로스
오랜만에 후기를 빨리 적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많은 문장에 공감의 울림이 있었고, 내 삶과 연관지어 움켜쥐고픈 문장들이 많아 인스타 스토리에 찍어 올리기도 했다. “책 이름이 뭐냐”라고 많은 이들이 물어오는 걸 보며, 나 외에 많은 이들에게도 환희를 살 책라고 느꼈다.
이 책에 눈에 들어왔던 가장 큰 이유는,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라는 포인트였다. 노인복지론을 배우면서도 들었던 사회가 생각하는 노인상에 대한 고민과 겹쳐, 누구나 늙는 숙명을 지닌 인간이라면 ‘늙은 나의 모습’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기 마련이고, 책이 내게 건네올 말이 궁금했다.
할머니, 혹은 노인이라는 대상을 흔히들 떠올리는 이미지는 건강하지 않고, 사회적 차원의 돌봄이 필요하며, 사회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만 같은 존재로 연상될 것 같은 이미지가 여전히 강한 것 같다(고 나는 느낀다). ‘독거 노인’의 어두운 프레임. 나는 나의 삶이 그것들에 여전히 자유하지 않은 듯하여, ‘건강한 노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가제본이 짧게만 느껴져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는 후문… 책을 내 삶에 덧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만 같아 많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40대를 지내고 계신 작가님은, 비혼이시지만 공동체 지향적인 노년을 꿈꾸신다. 현재와 과거의 삶 속에서도 따라오는 질문들에 재정의하셨다고 느꼈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질문의 물꼬를 멈추지 않고 계시다고 생각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들이 세상과 어울려 살아갈 방법 또한 더 많아질 것이라”고, “독신의 삶이 결핍이나 불완전, 미완성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선택지라고 인정받으면 삶의 방식은 더 풍성해질거”라고 이야기 하신 부분은 생각의 물꼬를 트게 하는 문장이었다.
‘사람에겐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비혼이 단순히 ‘혼자 살겠다는 이기심’으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각 개인에 따라 비혼을 지향하고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며, 각기의 논리적 사고에 대한 결론이 도출한 것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생겨나고 있는 마당에 ‘비혼=혼자 산다’는 것도 고정관념 아닌가. 선택에 대한 사회적 환대를 사회가 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고, 선택이 더 다채로워졌으면 좋겠다.
비혼도, 노인도, 모두 동정의 대상이 아니며 하나의 선택지라는 인식은 점차 퍼져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기존과 다른 누군가를 품어내는 품이 좁다 느낄 때가 많다. 가족에게 조차도 그렇고, 사회복지적 측면에서도 예방적 차원보다, 뒷수습의 차원으로 시행되는 것들은 얼마나 많은지... 사회의 일원으로서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변해야 할 문제다.
길지 않되 짜임새 있는 글과 함께, 동화책 스토리를 풀어내는 탁월함은 책의 전반에서 돋보이는데, 어른이라는 명목하에 ‘동화책은 나의 책이 아니라’는 편견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렸을 땐 지금보다 책을 더 안 읽었지만, 이제 동화책은 읽지 않아도 된다 판단했던 것과 다르게 “이렇게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니!” 하며 오류에 부끄러워하는 건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짧은 가제본을 통해서도, 작가님이 던진 질문들이 내게 투영되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이 글을 읽은 분들은 스스로 먹고, 입고, 자고,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지며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어떻게 재정의를 내리며,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도. 이제껏 살아왔던 생활 방식보다 더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삶들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차근히 지려 밟아 볼 수 있게 해준, 반가운 힐링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