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도시 - 뉴욕의 예술가들에게서 찾은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
올리비아 랭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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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뉴욕의 예술가들을 잘 모르기도 하고, 관심이 없기도 했고, 뉴욕이라는 도심의 분위기나 그 도시가 내포하고 있는 것들을 쉬이 벗 삼지 않아 왔기 때문에 낯선 이 책의 언어와 표현이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도심’이라는 특성상 근 삼 년간 거주한 서울 도심의 냉담함을 떠올리는 것이 범주의 전부라는 한계도 있었다. 그럼에도 고독은 시대와 나라, 환경을 뛰어넘어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고, 고독은 인류에게 또 하나의 언어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예술가의 자취를 밟아가며 느낄 수 있었다.

도심 속, 혹은 대중 속에서 고독을 마주한다는 건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오히려 대중 속에서 더 쓰라린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삶에 고통은 보다 더 깊이, 가까이에 존재한다. 때문에 책의 도입부에서 말하고 있듯, 고독은 피할 것이 아니라 보다 더 다양한 정의가 필요하다. 때문에 고독을 마주하고 고독이 인간에게 일깨워주는 지점들을 고민할 수 있는 것, 더불어 고독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는 방법 내지는 대상과 교제하게 되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그럼에도 인생을 살며 한 번쯤 가능할 수도, 혹은 영영 불가능할지 모르는 일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고독이 내재되어 활개쳐도, 쉬이 벗 삼지 않으니까.

내가 아는 곡 중에, 고독을 잘 표현한 노래가 하나 있다. 바로 이소라의 <Track 9>과 자우림의 <위로>. 이 두 곡을 듣게 된 날, 나는 고독의 감정을 짙게 만났던 기억이 있다. 이외에도 영상과 노래, 사진을 통해 나는 고독을 읽는다. 비록 책에 나오는 예술가들의 그림을 통해 고독을 읽기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곤 하지만, 예술의 범주 내에 있는 ‘음악’을 통해 가사로, 다양한 음으로, 내 고독을 언어화하도록 해준 경험이 수놓여있다. 그렇게 예술은 고독이나 다른 감정과 같이, 삶에 가까이 자리하며 표현의 수단이 되어주거나, 깨달음의 근원이 되어주는 힘이 있다.

예술의 힘이자, 인간의 창의적 상상력을 통해 내가 나를, 타인과 나를 연결해 주는 힘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선 예술가들이 자신의 삶에서 고독을 어떻게 마주하고 대했는지, 그리고 어떤 산물을 남겼는지 이야기한다. 어떤 방편으로든 자신의 삶에서 고독의 면면을 마주하며 치열히 살아간 흔적은 후대에게 또 다른 언어와 정의를 선물해 주고, 깨달음을 준다는 점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손에 쥐고 살아가고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각 개인의 삶에 수놓은 고독은 쉬이 정의되지 않겠지만, 책을 찬찬히 읽고 체화하며 고독의 걸음을 떼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더 다양한 표현으로, 더 다양한 정의로 인류의 고독이 고독하게 자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서.

“우리는 상처가 켜켜이 쌓인 이곳, 너무나 자주 지옥의 모습을 보이는 물리적이고 일시적인 천국을 함께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다정함을 잃지 않는 것, 서로 연대하는 것, 깨어 있고 열려있는 것이다.” p.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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