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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책과 사람을 잇는 어느 다정한 순간의 기록
여운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5년 7월
평점 :
" 나는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쓰는 일을 더 많은 사람이 즐겼으면 좋겠다. 요즘은 스마트 학습지 광고가 일상이고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우리가 아주 어릴 적에 읽고 쓰기의 가장 처음은 끼적이기였다. 크레파스나 색연필을 손에 쥐고서 종이 위에 마음껏 아무렇게나 자유롭게 긋고 찢고 칠하면서 우리 몸의 다양한 감각이 발달하고 상상력과 창의력도 커진다. 그 궁굴림의 행위와 종이의 질감 사이에 느린 마찰을 피부로 느끼면서 몸과 마음과 인간다움이 자란다. 처음 종이와 펜을 만질 때의 촉감을 부디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점일기, 여운, p, 180>
책의 물성을 좋아한다. 요즘 세상에는 편리한 온라인 서점이 있다지만, 책의 크기와 두께, 표지의 질감, 종이를 넘길 때의 느낌, 책의 향기가 빠진 책 고르기는 어쩐지 허전하다. 서점의 많은 책 중에서 나의 마음이 닿은 한 권의 책, 설령 더 비싼 값이라도 그렇게 직접 만나 찾아든 책을 들고 올 때의 기쁨은 하루 만에 집 앞에 택배로 배송되는 편리한 온라인 책과 감히 비교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늘 서점을 애정하고 여행지에서도 동네 서점을 들르곤 한다. 포틀랜드의 Powell's 서점 안에서 하루를 꼬박 보낸 시절부터, 아는 이들만 알 작은 독립서점들을 조심스레 구경하던 시절까지, 책방지기의 취향과 애정을 담아낸 공간에 들어서면 숨마저 천천히 쉬게 된다. 그런다 해도 시간을 늦출 수 없음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런 내게 여운 작가의 서점일기는 책방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가진 한 사람이 서점에 가지는 동경을 담아내었으며, 서점이 현실이 될 때, 어떤 삶들이 다가오는지를 엿볼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였다. 책은 크게 서점에 다니는 사람들, 서점을 읽다, 서점 밖 책방 이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서점을 찾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서점이 현실이 되면 닥치는 일과 에피소드, 즉 서점에서 일하지 않으면 모를 수 있는 그 안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또한 책이 연이 되어 만나게 된 소중한 사람과 삶에 대한 따스한 이야기까지, 책에 대한 저자의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의 확장으로 탄생한 서점과 관한 다정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 나는 책이 집과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서점에서 일을 하다 보니 집과 책이 다른 점 한 가지를 발견했다. 집은 높이 있을수록 대우를 받는데 책은 그렇지 않다. 책은 멀리 높은 자리에 있는 것보다 가까이 낮은 곳에 놓여야 대우를 받고, 작가도 출판사도 기뻐한다. 그리고 그 기쁨이 지속되려면 책이 팔려야 한다. "<서점 일기, p.135>
가까이 낮은 곳에 놓여 대우를 받는 책처럼, 내가 만나게 될 책들은 어딘가 나의 눈높이와 손 높이에서 환영의 손짓을 하고 있음을, 그렇게 우연히 필연이 되어 만나게 되는 책과의 인연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작은 책방에 들르면 꼭 책을 한 권 하곤 한다. 그렇게 읽지 않을 걸 알면서도 불어로 된 그림책을 사 오고, 언젠가 읽을 거라며 두꺼운 원서 책을 집어 오기도 했지만, 그 책들이 나의 책장 한편에 위치하여 눈을 마주칠 때마다 서점 안의 향기가 떠오르곤 한다.
" 우리네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한 시간을 켜켜이 쌓아간다. 책을 읽듯이 누군가 나의 마음을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에 모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혈연, 지연, 학연도 아닌 책연으로 잇닿은 관계다. 우리는 서로를 구원한다. 덕분에 오늘 하루를 무사한 일상을 살아낸다. " <서점 일기, p.190>
읽고 쓰는 걸 소중히 여기므로 비슷한 결의 사람들을 만날 때면 늘 감사함이 배가 된다. 삶을 살아가며 연결되는 관계 중, 책연으로 만나게 된 연들은 늘 오래도록 변함없이 함께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을 선물하고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함께 글을 쓰고 합평을 할 수 있는 관계. 이 감사한 인연들이 내 주변에 있음에 문득 이 책을 읽으며 감사하게 된다. 책을 아끼는 마음은 그렇게 다른 형태로 확장되어 우리의 삶에 진심이라는 온기를 불어넣는다. 책 표지에 적힌 문구, 책과 사람을 잇는 어느 다정한 순간의 기록 이라는 부제처럼 <서점 일기>라는 책 한 권에서 온기가 가득한 이야기들을 만났다. 그 온기를 책을 사랑하는 벗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