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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영어 교과서 씹어 먹어 봤니? - 상위 1% 아이들만 알고 있는 영어 교과서 100% 활용법
이지은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8월
평점 :
나이가 드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예전에는 입밖에 내지 못했던 말들이 더이상 아무 영향을 주지 않게 된다. 어떤 사실이 내게 필요없어 질 때, 사람은 자유로워진다. 나는 당시 수능 외국어영역 만점자였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말은 우습게도 내가 영어 교과서를 정말 좋아했던 소녀라는 것이었다. 모두가 시험과 실력은 별도다, 교과서 속 문장은 인위적이라 실용적이지 않다 등의 말들을 하곤 했다. 그러고 보면, 그시절 교과서조차도 말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교과서와 영문법을 끔찍히도 사랑했던 나는 스스로 느끼기에 '소수자'에 속했다. 심지어 GTM(Grammar Translation Method)방식의 text도 '명료하다'는 이유로 사랑했다. "I am a boy. You are a girl."의 문장이 실제 영어에서 그닥 쓰이지 않는 구문, 즉 구문을 위한 인위적인 작문이라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게 중요한 것은 그 바보스러운 말이 짧고 직관적이고 무엇이든 적용해 넣을 수 있는 만능 문구치고 좀 짱이었다는 사실이었을 뿐...
요즘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운다. 교과서를 실제 곰곰히 살펴본 적도 공교육 수업을 참관한 적이 없기에 어떤 형식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교과서가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 와중에 간간히 들리는 말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끈을 잡고 공부해놓지 않으면 중학교 2학년쯤에서 뒤통수를 맞을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엄마표 영어를 하고 싶긴하였지만 아이와 기질이 너무 달라 하는 것이 안하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에 미련없이 내려놓았다. 아이의 인생이 아이의 것인데, 굳이 코칭이고 뭐고 필요할까? 정작 필요하면 나이가 늦어서라도 어떻게든 아이가 따라갈테고 그 때드는 기회비용 역시 불가피한 것일것라는 무책임한 생각이 머리속 가득 차 있던 중 하나의 책을 만났다. <너,영어 교과서 씹어 먹어 봤니?> 라는 책이다.
이 책은 참으로 반갑고 신선했다. 저자는 십여년이 넘는 시간을 영어교과서를 만들어온 교육전문가다. 그런 전문가가 바라보는 영어교과서는 어떠하고 현재 공교육 안에서의 영어 현실은 어떠한지, 아이가 받는 교육과정의 전반적인 내용들과 교과서를 해체 분석하여 이야기해준다.
이런 이야기들이 참 귀하다. 우리는 생각보다 실제 공교육현장과 교과서, 교실 속 이야기 그리고 전반적인 교육과정 등에 대해 목소리를 들려줄 사람이 없고, 그렇기에 해당 영역은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음에도 불과하고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 영역은 추측이 난무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너, 영어교과서 씹어먹어 봤니?>같은 책이 나와 영어공부의 로드맵을 화두로 던져준다.
책은 크게 두가지 파트로 나뉘어 있다. 이론편과 실전편이 그것이다. 이론편에서는 교과서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 포함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교과서에 대한 설명(국정교과서, 검, 인정교과서 등), 2015년도 개정 교육과정, 영어과목에서 요구하는 핵심 역량등을 짚어준다. 대부분은 한번씩 들어봐 알고 있는 내용들이나 전문가가 한번 훑어줌으로써, 전체적인 그림을 다시한번 스케치 하기 좋았다. 특히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가 아닌 EFL(Englsih as a foreign Language)환경에서의 영어수업이라는 환경적 측면에서 bottom-up 방식이 왜 선택되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현장 구현이 어찌 되는지를 실제 교실영어수업을 통해 설명해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속이 좀 후련하기도 했다.
공교육 영어에 대한 편견 부분은 공교육이 필요한 이유, 회화를 학교에서 충분히 학습할 수 있다는 점, 초등 권장 어휘에 대한 진실, 교과서 속에 숨어 있는 문법, 그리고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놓치는 것들을 배운다. 알고 있는 내용도 모르고 있는 내용도 있었다. 공교육이라는 분야가 생각보다 정보공개된 것이 많지 않아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된다. 특히 영어교과서에 문자가 없고 그림이 많은 이유와 우리가 느끼기에 어색한 지문 등에 대한 원인을 알 수 있어 유익하다. 교과서라는 것이 실전에서 쓰는 대화가 아니라고 평가 절하되면 안된다는 점에서 극구 동의한다.
실전편에서는 실제 영어교과서를 해체, 분석하여 설명해준다. 초등학교 3-4학년 시작으로, 5-6학년 그리고 중학교때 어떻게 연계가 되는지 까지 로드맵을 생각해보기에 충분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또한 학원에 다닐 경우 어떤 부분을 보충하면 좋을지 중학교 내신, 서술형 대비와는 어떤 연계성을 가지고 준비하면 좋을지의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여러 내용 중, 도움이 되는 많은 내용 중 특히 <쓰기 공부법>이 유용하였다. 잠깐 설명하자면, 저자가 설명해준 방식은 필사(copying)->다시쓰기(reproduction)->조합하기(combination)->유도작문(guided writing)->자유쓰기(free writing)다. 쓰기 부분은 어쩌면, 가장 지도하기 모호하다 여겨지고 개인별 역량차이도 크게 보이는 곳이 아닐까? 추측해보며 차근차근 교과서 안에서의 문장을 다섯단계로 꼼꼼히 internalize하여 자기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독해에서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꼼꼼히 교과서를 분석해보며 조금씩 자신의 기존지식과 확장해가며 사유하는 과정역시 중요하겠구나 생각해본다.
많은 사람들이 실용적이지 않은 영어 즉 학습을 위한 학습 또는 시험을 위한 영어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학습을 위한 영어로 결국 실용영어를 끌어냈던 어쩌면 좀 '소수자'였던 나는, 결국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기르고 아이가 영어를 해야한다면, 언젠가는 분명 시험영어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때가 온다고 확신한다. 기본이 탄탄하면 그 시험이 수능이건, 토플이건, 텝스건 그때가서 시험에 관한 스킬을 익히면 수월하게 넘어갈 확률이 높다. 실용이냐, 시험이냐, 곧 어느쪽이 좋고 나쁜 문제가 아니라, 결국에는 기본을 탄탄히 하되 언젠가는 방향을 타야하고 그 때 어떤 방식으로 공부할지가 이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나, 여기는 대한민국이고 EFL환경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아이의 교과서 몇년치를 제대로 살펴보고 교육과정을 살펴볼 기회를 처음 갖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 한편으로 알 수 없는 위안이 찾아왔다. 하나는 교과서와 영문법을 지극히 사랑했던 그 시절 내가 배운 것들이 지금까지도 탄탄한 기본기가 되어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나를 단순히 소수자로 치부할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하나는 비록 조금 부족하고 보완되야할 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내용들을 엄선하여 뽑아 커리큘럼으로 개발한 교재인 교과서를 잘 활용해야겠다는 사실이다. 공교육을 선택하여 보냈으니 그 안에서 요구하는 과정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과잉학습안에서 놓치는 것들보다 적절한 선에서 탄탄한 기본을 다져 가는 마음으로 접근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책을 덮는다.
*이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