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자신을 도둑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가끔 잊고 산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물건보다 나 자신을 도둑맞기가 쉬운 편이다. 조금만 한눈을 팔고 나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어느새 나는 도둑맞고 사라져있다.(심지어 가끔은 도둑에게 나 자신을 다정하게 건네주기도 한다) 도둑맞은 물건과 도둑맞은 나 자신 중 무엇이 되찾기 쉬운가에 대해서는 긴 토론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행히 책 속 김소연은 친구 주희의 도움을 받아 도둑맞은 자신을 빨리 되찾을 수 있었다. 김소연은 되찾은 자신을 도둑맞기 전보다 소중히 여긴다. 살면서 김소연처럼 타인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고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성인이 된 지금도 나 자신을 지키는게 어렵다. 아이들에겐 분명 더 어려운 일일 테다.
긴 연휴 끝에 맞이한 월요일이라 유독 피곤하다. 해야할 일들을 밤이되서야 끝내고 이대로 자기는 아쉬워서 넷플릭스를 볼까 책을 읽을까하다 이 책을 펼쳤다! 맙소사 오늘의 내 마지막 선택은 아주 옳았다. 피곤하여 축 쳐진 내 기분을 정체모를 고양감으로 바꿔주었다. 빙그르르 곰과 함께 춤을 추며 작아지는 그녀가 부럽기도 안타깝기도 하다. 뱅상 부르고씨의 다른 작품을 찾아봐야겠다.
읽고 한동안 가벼운 우울감이 나를 찾아왔다. 이 소설로 인해 내 표류의 속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 9년차로 일정부분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세계가 팬데믹을 맞이해 영 불투명해져버렸다. 생계는 위협받지 않지만 온통 불투명해진 세상안에서 무엇을 열심히 해야할지 모르겠다. 일포드호에 몸을 실은 1905년의 조선인 1033명과 지금의 내가 많이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