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란에 희정은 자신을 기록노동자라고 소개한다. 소개에 걸맞에 이 책은 성실한 노동으로 집필된 결과물이다. ‘장례’에 대한 전방위적인 르포르타주이다. 분야가 워낙 광대하여 읽는데 한참이 걸렸다. 처음 알게되는 사실들이 많아서 소화하는데 시간이 걸린탓이다. 제일 인상깊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아픈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잃는다.”질병 경험자이자 그 자신이 의료인인 아서 프랭크의 말이다. 주어를 바꿔 ‘아픈 사람’ 자리에 우리 생애주기의 어떤 순간을 놓는다고 해도 어색할 것이 없다. 임신부들은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 노인들은 요양 시설 병실에 누워 자신의 것이 아니면서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몸에 절망한다. 장례에는 ‘엔딩 플래너’가 등장하게 되었다. ……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사별자가 해야 하는 일이 상품 선택과 문상객 맞이뿐이라는 것도 쉽게 수그되진 않는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마들어내는 생산품(노동)에서만 소외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애에서 소외되고 있다. 233쪽 중결혼과정에서 느꼈다. 내가 원하는 결혼을 하기위해선 돈이 아주 많거나, 손품과 발품을 아주 많이 들이거나 그 두개 밖에 없다는 것. 임신 후 내가 원하는 출산방식도 병원이 내민 선택지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혼과 임신 뿐만이 아니거였다. 우리는 모두 상품안에서 선택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편리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내 생에에서 나를 소외시키는 행위라는 것도. 방관자적 사별자의 입장만 가져봤을 뿐이라 책의 앞부분도 많이 생소했다. 뒷부분의 무연고자 장례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라 눈이 크게 떠졌다. 생전에 몰랐던 사람의 상주가 될 수도 있다니. 사회장 명장 장례지도사의 이야기, 동물 장례지도사의 이야기도 신선하고 새로웠다. 모두 다 죽고 나도 죽을텐데 어쩜 이런 이야기를 하나도 몰랐다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끝까지 읽었다. 나는 어떻게 죽게될까? 사실 내가 죽고난 이후로 별 걱정은 안되지만 나의 부모와 남편의 죽음을 장례를 나는 어떻게 대면하게 될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 책에선 장인들의 인터뷰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작가 희정은 마찬가지로 장인정신으로 이 르포를 써내려갔다.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