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8 폭력은 타인을 침묵시키고, 타인의 목소리와 신뢰성을 부정하고, 내게 타인이 존재할 권리를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 방법이다.

p30 내가 경험한 종류의 대화들이 남자들에게는 공간을 열어주되 여자들에게는 닫아버리는 쐐기처럼 작용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었을 뿐이다. 발언할 공간, 경청될 공간, 권리를 지닐 공간, 참여할 공간, 존중받을 공간, 온전하고 자유로운 한 인간이 될 공간을, 이런 현상은 점잖은 대화에서 권력이 표현되는 한 방식이다.

p56 강간이 욕정의 범죄라는 말은 그만하라. 이런 강간은 계산된 기회주의적 범죄다.

p61 우리가 그저 살아남는 데만 매다리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중요한 일들에 쏟을 수 있겠는가.

p63 이 나라에서는 매년 87,000건이 넘는 강간이 벌어지지만, 모든 사건은 제각각 동떨어진 일화로만 묘사된다. 점들은 하도 바싹 붙어 있어서 하나의 얼룩으로 녹아들 지경이지만, 그 점들을 잇거나 그 얼룩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p81 지식으로 무장한 행동주의가 거둔 대단한 승리였다.

p113 빨래 널기는 집안일 중에서 가장 몽환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공기와 태양, 깨끗한 옷에서 물이 증발하는 시간이 관여하는 일이니까.

p118 그물을 짜되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 세상을 창조하는 것,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것, 자신의 운명을 다스리는 것, 아버지들만이 아니라 할머니들을 호명하는 것, 직선만이 아니라 그물을 그리는 것, 청소부만이 아니라 제작자가 되는 것, 침묵당하지 않고 노래하는 것, 베일을 걷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내가 빨랫줄에 너는 현수막들이다.

P149 울프는 ‘등대로’에서 이렇게 썼다.

지금으로서는 그녀는 다른 누구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혼자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자주 필요하다고 느끼는 일이었다. 생각하는 것.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조용히 있는 것. 혼자 있는 것. 모든 존재와 행위는, 모든 확장하고 반짝거리고 소리내는 것들은 증발했다. 그녀는 자못 엄숙한 기분을 느끼며 자기 자신으로 쪼그라들었다. 쐐기 모양을 한 어둠의 핵으로,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줄어들었다. 그녀는 계속 뜨개질을 했고, 계쏙 꼿꼿하게 앉아 있었지만, 그래도 이제 자기 자신을 느꼈으며, 거치적거리는 것들을 모두 떨어낸 자아는 더없이 기묘한 모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삶이 일순간 그렇게 가라앉을 때, 경험의 폭은 무한해지는 것 같았다. .... 그 아래는 온통 캄캄하고, 온통 퍼져나가고, 헤아릴 수 없이 깊다. 그러나 우리는 간간이 수면으로 올라온다. 사람들은 그 모습으로 우리를 본다. 그녀의 수평선은 그녀의 무한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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