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
<도서협찬>

소설로 웃길 의도가 없었다는 작가의 말과는 달리, 이 소설이 꽉 움켜쥐고 있는 것은 유머다. 언어 유희이자 개그로 똘똘 뭉친 서사의 틈바구니에서 웃지 않을 재간이 없는, 이런저런 말장난 같은 언어와 그 의미가 꽤 가볍고 경쾌하게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혹여 누군가는 이런 유머에 웃을 수 없다 해도 어떤가. 작가가 의도한 대로 그저, 허무한 지적 유희에 그치면 되는 것을.

소설 첫머리에 어원까지 끌어다가 작가가 설명하는 50여년 전 이탈리아에서 독립한 이탈리아 옆의 나라 ‘삼탈리아’를 대면하고, 이런 나라가 있었나? 하면서 처음부터 소설이 끝나는 순간까지 삼탈리아의 실체를 굳게 믿어버렸다. 그러니까 이 말장난 같은 삼탈리아는 가상의 나라였음, 이다.
소설은 이 삼탈리아와 주인공의 현실세계가 맞물리는 가운데 전개되고 이 세계도 저 세계도 중심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시심(詩心)’ 이다.

김밥을 기가 막히게 만드는 엄마의 김밥을 지겨워하는 김밥집 아들 ‘이원식’은 자신이 갖춘 요리의 재능과는 별개로 시를 쓰고 싶고 시인이 되고 싶어 시 창작과에 들어갔는데 창작시를 보여주자마자 교수에게 ‘요리해라’는 까임을 당한다. 시를 사랑하는 시심에 한껏 좌절하지만 그는 요리사가 되기로 하고, 고된 실무 여정을 하나씩 축적해 나가기 시작하는데...

요리사 오디션으로 방송에 나가기까지 했지만 인생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 틀어지는 법. 실패와 사람들로부터 또 까임을 뒤로 하고, 떠나게 된 ‘삼탈리아’에서 평소 동경했던 삼탈리아의 시인이자 요리사인 ‘조반니 펠리치아노’의 궁극의 비밀 파스타 레시피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데, 그가 마침내 찾은 요리의 비밀은 엄마가 전해준 김밥의 레시피와 꼭 같은 것이었으니, 이는 책으로 직접 확인하시라.

돈보다 ‘시’와 ‘시심(詩心)’으로 사회와 사람이 관계하는 삼탈리아에서 시의 존재성과 시의 세계로부터 도출되는 황홀에 젖었다. 시를 모르더라도, 깊은 의미를 내면화하는 시의 감각에 설령 무디더라도, 시심에 젖어있는 소설의 무수한 순간들은 시 한편 한편의 의미를 넘어 문학의 가치 앞에 우리를 세운다. 시심이 있다면 요리는 물론이고 어느 것이라도 경지에 이를 수 있음을 시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까지 확장되는 축을 이루는 것이다.

작가가 구현한, 이 시(詩)로 통하는 ‘삼탈리아’같은 곳이 실재한다면, 다른 의미의 행복과 심적 상태를 이루고 살아갈텐데,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심어준 이 환상같은 시심이 어떤 희망의 메세지로 다가왔다. 시를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하라는 듯이. 나의 일상 속 어딘가에서라도 시심을 발견하라는 듯이. 빈티지 레시피로부터 추출된 ‘서정’은 ‘오래됨’의 빈티지 미학만큼 꽤나 황홀한 것이었다.
.
.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만세 소설, 향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만세 , 오한기

도서협찬
.
.
소설 향 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 인간만세.
블랙코미디를 자처하는 오한기 작가가 생각하는 블랙코미디란, ‘인생을 내려놓았을 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장르’라고 하니 책을 읽는 내내, 드문드문 들었던 알 수 없을 것 같던 의문이 비로소 풀린 느낌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에 대해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작가가 써내려간 자유로운 이야기들을 그저 받아들이면 되었는데 다소 알쏭달쏭한 느낌 때문에 소설이 어렵게 느껴졌던 거다. 그런 느낌을 이어가면서도 소설을 이끌어가는 소재들을 펼쳐내는 상상력과 엉뚱한 듯 ‘리얼’한 서술에는 괜스레 히죽히죽 웃음이 터지고 이상하게? 유쾌한 도발의 맛을 진정 느낀다. 활개치는 듯, 작가의 세상을 향한 도발에 엮이고 싶다면 반드시 읽을 것.
그것은 곧 ‘리얼리티’다.

실제 작가의 ‘답십리도서관 상주 작가 경험’을 바탕으로 씌여진 소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의 정점을 드러내는 일도 한몫, 과학은 문학보다 위대하다고 말하는 전직 화학 교수 KC가 폄하하는 문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반박, 그러다가 인간의 트레이드마크라는 ‘똥’으로 귀결되는 ‘인간 이꼬르 똥’, 상주 작가의 마이크를 가지고 도망쳐버린 초등학교 4학년 ‘민활성’을 찾아 헤매는 사투에서 환청인 듯 아닌 듯 상주 작가의 귀에 줄기차게 늘리는 ‘똥’소리, 똥똥똥똥똥똥..... , 자신의 상주 작가 자리를 빼앗았다며 대결을 펼치자는 ‘진진’이라는 인물의 집요함까지 ...

이상한 것 투성이인 것 같은데 돌이켜 다시 보니 이러한 발랄한 자유와 호기로운 발상은 이 소설의 트레이드마크라고 칭하고 싶은 ‘리얼리티’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수순은 아니었을까.
소설의 모든 내용의 연결 지점에는 반드시 문학이 있고 소설이 있었다. 소설 저변에 깔린 문학적 상징성, 즉 그 ‘상징’이라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는 리얼리티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리얼리즘 소설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고 할 때, 소설 속 KC가 집요하게 묻고 또 물었던 문학의 의미와 가치에 답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소설을 읽으면서 그림자처럼 깔려있는 이 문학의 상징 때문에 이 소설을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간혹 품고 있었지만 153p에 언급된 말처럼 ‘상징은 열려 있기 마련’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소설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을 향한 ‘인간만세’를 품고서 소설이 함의하는 문학적 상징성을 ‘리얼리티’라 읽게 된 것이었다.

<20p, 대체 문학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소설에는 어떤 가치가 있는 거냐고요. >

<127p, 소설은 현실의 상징입니다. 상징이 바로 리얼리티라고요. 당신은 훌륭한 리얼리즘 소설을 쓴 겁니다. >

<72p, 문학적으로 작가님을 살해하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마음의 들꽃 산책
이유미 지음,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마음의 들꽃 산책
.
도서협찬
.
<64p 숲속의 꽃들에게 매번 마음을 빼앗기고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꽃 하나하나의 모습과 빛깔, 생태가 그 어느 하나도 예측되는 것이 없고 식상한 모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

언젠가부터 걷는 도중 마주치는 꽃들과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나무들을 보면 잠시 멈추어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꼿꼿하고 묵묵히 존재를 드러내는 그 아름다움에 반한 것일까. 계절의 순환에 따른 속절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피고 지고 다시 피어나는 생과 멸의 이치는 어떤 고결한 약속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무수히 살아 숨쉬는 꽃과 나무라는 자연의 숨을 맡는 일이기도 하겠다. 드러내는 자태와 뿜어내는 향취는 그들 존재의 이유라도 되는 듯 각양각색이어서 알아갈수록 새로운 개성의 신비를 일깨워준다.
이 책은 식물을 삶의 반려로 삼는,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글로 전하는 식물학자와, 수많은 꽃을 앵글에 담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야생화 사진작가로 자리매김한 사진작가의 합작이다.
봄이 시작되는 3월부터 겨울에 이르는 2월까지 이 땅의 들꽃과 함께 한 1년의 기록을 담아낸 이 책은 1부에는 아름다운 풀꽃 산책을, 2부는 행복한 나무 산책을 이야기한다.

식물을 처음 만난 장소와 추억이 소환되기도 하고 그 꽃과 나무가 가진 개성과 특징, 식물의 고향, 식물 이름의 유래나 사는 곳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는 생태에 대하여 식물이 전하는 다정한 온기처럼 차분하고 따뜻하게 글을 풀어낸다. 식물에 대한 사랑이 한 줄의 문장으로도 여실히 느껴지고 물 맺힌 듯 그리움 서린 추억이 생생하게 전해지기도 한다. 식물 각각의 자태와 살아가는 방식은 독특하고 신비로워 놀랍고, 더하여 매력적인 감동이 있다.

사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식물의 생태를 읽고 있으니 다른 두 가지 이유로 뭉클하고 먹먹한 마음이 되었다. 살아가기 위해 달리하고 적응하는 식물의 지혜가 고귀한 노동처럼 느껴져 그러했고, 식물에 대한 사랑으로 뭉쳐진 열정의 발자취가 정성어린 글과 눈에 담아낼 사진으로 남았으니 무수한 그 걸음의 여정과 그것의 아름다운 기록에 마음이 일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 이 책은 식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의 기록이자 찬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마음의 들꽃 산책이란 제목이 마음에 꼭 든다. 산책이 좋은데 수식하는 것이 들꽃이라 더 좋고, 무수히 많은 개성을 지닌 식물 중 나를 더 강하게 사로잡아 마음의 한 가운데 자리잡을 들꽃을 새롭게 갈망하게 되어 설레인다. 이제 내게 산책은 아름다운 결기로 세상을 향해 뻗어있는 꽃과 나무를만나는 특별한 약속이 되겠지.
.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나 기다렸어요! 작가님 최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9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식스티 나인 , 무라카미 류
<도서협찬>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___무라카미 류

초반부터 실실, 깔깔깔 웃음을 주더니 ‘___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사실은___’으로 시작되는 장난스런 반전의 어투하며, 진지함과 코믹이 어우러지는 향연에, 네모반듯하게 그다지 재미없는 청소년기를 보낸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고교생들의 에너지와 호탕하게 날아오르는 그 기세에, 그만 푹 빠져버렸다. 이 골 때리는 유쾌함과 주인공 ‘겐’을 중심으로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들의 활력만으로도 돌아오지 않는 우리의 청춘을 미끄러지듯 스치며 추억으로 회귀하고, 나와는 다른 어떤 청춘의 얼굴들과 몸짓과 정신에 아찔한 모험처럼 그들의 길 위를 서성거린다. ‘나도 너희들의 버스에 타게 해줘’라는 간절한 느낌으로다가.

이렇게 에너지 가득하게 빛을 내뿜으며 재미있을 일인가.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라는 무라카미 류의 말처럼 소설은 그에 딱 맞는 즐거운 옷?을 입고 있다. 느긋하게 땅 위에 서 있는 듯 하다가도 이내 하늘로 솟아오르는 자유분방함, 그래서 이 열일곱살 청춘들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세는 그저 한낱 꿈만이 아니다.

식스티 나인, 69. 무라카미류의 1969년, 고등학생 시절 일어난 일을 토대로 한 자전적 성장 소설이다. 도교대학이 입시를 중지하고, 비틀즈와 롤링 스톤스가 있었고,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는 히피가 있었으며, 베트남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던 1969년. 미국 기지촌 도시에 자리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무라카미 류로 대변되는 ‘겐’과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반체제적이고 선생이나 형사와도 같은 권력에 저항하는 뚜렷한 ‘겐’의 날카로운 사고에 놀라다가도, 제대로 본 적 없고 내용도 모르는 문학과 영화 등을 줄줄이 꿰어 청산유수 같은 느낌 제대로 살리는 허세의 ‘겐’에 팡팡 터지는 웃음 멈출 길 없고,
학교 옥상에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바리케이드’를 침으로써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는 플랜카드 슬로건을 과감히 내걸면서도 그 저항의 기저가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눈길을 끌고 싶어서였으니,

이 웃픈 행위로 온 정신을 빼앗는 겐을 도저히 미워할 길 없고, ‘이야야’라는 그룹의 이름 하에, 겐의 간절한 꿈이었던 페스티벌을 개최하기 위해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와 그래서 결국 어설플 망정, 연극과 영화와 연주와 노래가 어우러지는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치루어내는 열일곱 살의 패기와 열정에 도취되지 않을 길 있을까.

그러니 이 소설은 우리의 ‘축제’다. 무엇을 위해?
무라카미 류의 표현대로라면, 즐거움을 위해.
타오르는 에너지를 기저로 무엇보다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해. 그 즐거움으로 한바탕 웃음을 치르고 싶다면 이 소설, 무라카미 류의 말들로 식스티 나인을 읽으면 그만인 것을.
이 즐거움을 유머로, 유쾌함으로, 생기로, 열정으로 벽돌처럼 쌓아 올렸으니 이 벽돌 하나를 뺄 때마다 즐거움은 이어지고 왠지 그 끝에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듯, 벽돌을 들고 무라카미 류가 서 있을 것만 같은 나의 엉뚱한 상상력. 왠지 이거 ‘겐’에게 이어져 온 것 같소!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다.
유머의 포인트를 제대로 펼쳐 보이는 문체에,
각기 다른 개성을 두른 인물들의 즐거운 묘사에,
어긋나더라도 즐거움을 버리지 않는 그 정직함에,
인생이 이 소설과 같이 웃을 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