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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식스티 나인 , 무라카미 류
<도서협찬>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___무라카미 류
초반부터 실실, 깔깔깔 웃음을 주더니 ‘___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사실은___’으로 시작되는 장난스런 반전의 어투하며, 진지함과 코믹이 어우러지는 향연에, 네모반듯하게 그다지 재미없는 청소년기를 보낸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고교생들의 에너지와 호탕하게 날아오르는 그 기세에, 그만 푹 빠져버렸다. 이 골 때리는 유쾌함과 주인공 ‘겐’을 중심으로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들의 활력만으로도 돌아오지 않는 우리의 청춘을 미끄러지듯 스치며 추억으로 회귀하고, 나와는 다른 어떤 청춘의 얼굴들과 몸짓과 정신에 아찔한 모험처럼 그들의 길 위를 서성거린다. ‘나도 너희들의 버스에 타게 해줘’라는 간절한 느낌으로다가.
이렇게 에너지 가득하게 빛을 내뿜으며 재미있을 일인가.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라는 무라카미 류의 말처럼 소설은 그에 딱 맞는 즐거운 옷?을 입고 있다. 느긋하게 땅 위에 서 있는 듯 하다가도 이내 하늘로 솟아오르는 자유분방함, 그래서 이 열일곱살 청춘들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세는 그저 한낱 꿈만이 아니다.
식스티 나인, 69. 무라카미류의 1969년, 고등학생 시절 일어난 일을 토대로 한 자전적 성장 소설이다. 도교대학이 입시를 중지하고, 비틀즈와 롤링 스톤스가 있었고,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는 히피가 있었으며, 베트남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던 1969년. 미국 기지촌 도시에 자리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무라카미 류로 대변되는 ‘겐’과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반체제적이고 선생이나 형사와도 같은 권력에 저항하는 뚜렷한 ‘겐’의 날카로운 사고에 놀라다가도, 제대로 본 적 없고 내용도 모르는 문학과 영화 등을 줄줄이 꿰어 청산유수 같은 느낌 제대로 살리는 허세의 ‘겐’에 팡팡 터지는 웃음 멈출 길 없고,
학교 옥상에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바리케이드’를 침으로써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는 플랜카드 슬로건을 과감히 내걸면서도 그 저항의 기저가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눈길을 끌고 싶어서였으니,
이 웃픈 행위로 온 정신을 빼앗는 겐을 도저히 미워할 길 없고, ‘이야야’라는 그룹의 이름 하에, 겐의 간절한 꿈이었던 페스티벌을 개최하기 위해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와 그래서 결국 어설플 망정, 연극과 영화와 연주와 노래가 어우러지는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치루어내는 열일곱 살의 패기와 열정에 도취되지 않을 길 있을까.
그러니 이 소설은 우리의 ‘축제’다. 무엇을 위해?
무라카미 류의 표현대로라면, 즐거움을 위해.
타오르는 에너지를 기저로 무엇보다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해. 그 즐거움으로 한바탕 웃음을 치르고 싶다면 이 소설, 무라카미 류의 말들로 식스티 나인을 읽으면 그만인 것을.
이 즐거움을 유머로, 유쾌함으로, 생기로, 열정으로 벽돌처럼 쌓아 올렸으니 이 벽돌 하나를 뺄 때마다 즐거움은 이어지고 왠지 그 끝에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듯, 벽돌을 들고 무라카미 류가 서 있을 것만 같은 나의 엉뚱한 상상력. 왠지 이거 ‘겐’에게 이어져 온 것 같소!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다.
유머의 포인트를 제대로 펼쳐 보이는 문체에,
각기 다른 개성을 두른 인물들의 즐거운 묘사에,
어긋나더라도 즐거움을 버리지 않는 그 정직함에,
인생이 이 소설과 같이 웃을 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