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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평점 :
#키르케 #매들린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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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가 내 아이를 죽이려 하기에 내가 그를 지키러 왔다. “ ....”보라, 아이아이에의 마녀, 키르케의 힘을. “ (3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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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은 주인공 ‘키르케’가 사랑하는 자신의 아들, ‘텔레고노스’를 전쟁의 여신 ‘아테나’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거는 마법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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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는 태양의 신 아버지 ‘헬리오스’와 어머니인 님프 ‘페르세’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눈이 노랗고 우는 소리가 특이하고 가늘다며, ‘매’(hawk)를 뜻하는 이름의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이유로 어머니와 형제 자매조차 그녀를 멸시와 조롱에 가두어 버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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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느 사이, 인간 ‘글라우코스’를 사랑하게 되고 그의 마음이 자신이 아닌 ‘스킬라’를 향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분노와 증오심에 ‘스킬라’를 끔찍한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데, 이 일을 통해 그녀의 형제자매 뿐 아니라 ‘키르케’ 자신에게도 마법을 부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음이 알려진다. 아버지 ‘헬리오스’는 신 중의 신인 ‘제우스’와 협의를 통해 자신의 딸을 아이아이에라는 고독한 섬으로 쫓아버리는데 여기서 ‘키르케’는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며 마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채워나간다. 그리고 이 곳에서 그녀 집을 찾게 된 인간 ‘오디세우스’ 와 사랑에 빠지며 그가 고향으로 떠난 뒤 사랑하는 아들을 세상에 내 놓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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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이야기를 동경하는지라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소설의 매력은 무궁무진했다. 티탄 신족과 올림포스의 신을 배경으로 채워지는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과 이야기들. 무엇보다 마법을 부리는 마녀 키르케의 등장이 특별하다. 그저 마녀라고 한정 짓기에는 그녀가 던지는 힘이 거세다. 마녀라는 정체성에 더해진 주체적이고 대담한 그녀의 선택 또한 이 작품 감상의 묘미다. 내가 여성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성의 삶’에 대해서는 늘 고민이 많다. 역사에서도, 실제 삶 속에서도, 신비한 신화 속에서조차 남성과 남성 영웅에 의해 가려지고 배제되었던 많은 여성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운명에 순응하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여성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와 운명에 대해 자기 고백을 서슴치 않고 그것을 뒤바꾸기 위해 앞으로 향하는 강한 여성의 면모가 발휘되기 때문이다. 편견과 부정적인 시선을 얹고 여성으로 살아가는 생에서 자기 선택적인 힘과 흔들리지 않는 주체성은 우리 여성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키르케’의 강렬함이 여기에 있다. 나의 내면을 통찰한다는 것은 그래서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