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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3월
평점 :
#파이이야기 #얀마텔 #작가정신 _<도서 협찬>
영화를 볼 때는 고난적 상황을 바라봄에도 황홀경에 빠졌었다. 소설은 삶과 죽음이 향하는 무수한 것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런 이야기에서 나는 삶을 본다. 희망과 절망이 바다의 잔물결처럼 떠다니고 그 망망대해 속 작은 구명보트에서 삶과 죽음은 헤아릴 수 없는 물고기떼처럼 서로를 스친다. 나에게 살 수 있는 희망이 있을까? 나의 이 절망들이 결국 나를 살게 할까? 무수히 터지는 삶을 향한 파이의 의문 속에서 움츠러든다. 나는 파이보다 더 많은 가능성의 길 위에서 할 수 있고 해 볼 수 있는 일이 많으므로, 무엇에 그토록 절망하고 있었나 싶은 것이다.
태평양 그 넓은 바다에서 하염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다의 작은 점에 불과한 구명보트에서 파이는 살기 위한 희망을 길들인다. 갑자기 난파된 배로 가족을 한꺼번에 잃고 인간으로서는 혼자 살아남은 파이는 그 작은 구명보트에서 가족이 운영하던 동물원의 가족이었던 뱅골 호랑이 ‘리처드파커’를 가족 삼아, 벗 삼아, 무엇보다 자신을 살게 하는 삶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느리고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삶이라는 바다로 나아간다.
이 소설 속 한 인간의 절망과 위기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게 한다. 한발짝 나아가면 죽게 될 수도, 한발짝 물러서도 죽을 수 있는 고난의 상황 속에서도 삶을 일으켜 세우는 파이 이야기는 삶으로 향하는 우리에게 삶을 그토록 갈구하게 한다. 한순간에 잃어버린 가족들을 향하는 그리움 절절한 사랑으로 익숙해서 희미해지는 사랑을 응시하게 하고, 절망의 구덩이 속에서 희망의 손을 거듭해서 뻗는 파이의 삶을 향한 열망 속에서 열정을 다하는 삶의 아름다움에 전율한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게 된 이상, 마치 최대한으로 그리고 최선으로 살아내는 것이 의무이기도 하다는 듯이.
사랑, 죽음, 절망, 희망, 믿음, 삶, 그리고 다시 또 삶...이 소설이 너무나 강력하게 좋았던 이유들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한, 우리에게 삶은 그 무엇에도 불구하고 우선한다는 것.
요즘 소설보다는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을 취하고 싶어서 소설 읽기를 미루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음으로 소설만이 가진, 소설만이 주는, 소설만이 남기는 것들을 다시 취하며 소설이 우리 삶의 동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아차 싶었다. 소설은 그런 것이었지, 하고. 모든 소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런 소설을 만나면 가슴이 뛴다. 삶이 삶으로 향하게 하는 이야기, 삶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삶이 원점이 되는 그런 이야기, 우리는 절망하지만 다시 또 희망으로 삶을 바라보는 이야기, ‘파이 이야기’ 가 그렇다.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