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리집도 아니잖아 , 현대문학 ..김의경 장강명 정명섭 정진영 최유안 요즘 부동산 정책과 그에 따른 현상들로 이런 저런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접한다. 마침 부동산 앤솔로지가 출간되었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겼고 역시나 책은 5인 작가의 다양한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소설들이어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푹 빠져들어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우리 부동산의 현실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고, 그것은 작가들의 경험들과 맞물리는 것이기도 해서 동시에 씁쓸함과 분노, 절실함 같은 마음도 한껏 부풀어 올랐다.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개와 함께 사는 것이 허락되기 어려운 사정을 담담하게 풀어가는 김의경 작가의 <애완동물 사육 불가>는 개와 함께 사는 삶을 사는 아는 내게도 쓸쓸한 마음을 안겨주는 이야기였다. 장강명 작가의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는 루바토빌의 입주자들이 전세 사기를 당한 내용을 그리고 있는데 뉴스에서 자주 접해왔던 전세 사기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사연들과 자연스레 겹쳐질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당할수밖에 없는걸까. 작정하고 사기를 치는 사람들 속에서 다가구주택이 가진 한계까지 그들을 사지로 몰아낸다. 세 번째 작품 정명섭 작가의 <평수의 그림자>는 은행에서 일하는 김대리가 갑자기 사람들의 그림자에서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의 크기와 종류를 보는 몹쓸 능력이 생기면서 그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는 웃픈 이야기인데 독특하고 기발한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다. 정진영 작가의 <밀어내기>는 ‘내가 살고 있지만 내 것이 아닌 집, 내 집이지만 내가 살 수 없는 집. 과연 어떤 집이 조금 덜 지옥에 가까울까‘ 라는 소설 속 문장에서처럼 주인공이 처한 진퇴양난을 처절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특히 문학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깊은 여운을 선사한 작품은 마지막의 최유안 작가의 <베이트 볼>이었다. 작품을 읽고보니 제목부터 너무 탁월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집이 주거 공간이 아니라, 투기로 얼룩지는 파다한 현실 속에서 모두가 종용하는 그 현실을 따를 수 없는 사람들. 그것은 작품 속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베이트 볼’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다양하게 고심해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어디에서도 보상 받지 못하는 전세 사기, 집값의 폭등으로 내 집 하나 마련 할 수 없는 현실, 거짓과 사기가 판을 치며 욕심과 이기가 불러일으키는 비극. 이는 우리의 현실 그 자체라는 점에서 왜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지 참담할 뿐이다. 부동산에 관한 다양한 소재의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가 처한 상황들을 추적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집이라는 공간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여기에는 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고된 현실이 다양한 이유들로 동행하고 있다는 것도.